DL 이해욱 1년6개월 구형... 辯 "검찰 논리라면 457년 뒤 승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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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 이해욱 1년6개월 구형... 辯 "검찰 논리라면 457년 뒤 승계"
  • 정규호 기자
  • 승인 2022.09.04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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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질 불량" vs "팩트 달라" 검·변 항소심서 격돌
검찰, 국내 첫 '총수사익 편취 금지' 조항 적용
공정위 고발, 검찰 기소... 1심은 벌금형
검찰 "경영권 승계 위해 페이퍼컴퍼니 설립"
辯 "엘리트 호텔리어 다수 영입, 브랜드 개발"
법인 실체, 사업역량 놓고 결심까지 날선 공방
DL그룹 돈의문 사옥. 사진=DL그룹
DL그룹 돈의문 사옥. 사진=DL그룹

국내에서 처음으로 공정거래법상 '총수 사익편취 금지' 조항이 적용된 이해욱 DL 회장 사건 항소심 변론이 종결됐다. 검찰은 이 회장에게 1심과 같은 징역 1년 6월을, DL산업 등 계열사 법인에 벌금 5000만원을 각각 구형했다. 앞서 이 사건 1심 재판부는 이 회장에게 벌금 1억원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제4-2형사부(차은경 양지정 전연숙 부장판사)는 지난달 30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넘겨진 이 회장과 DL이앤씨(구 대림산업), 글래드호텔앤리조트(구 오라관광)에 대한 결심 공판을 열었다.

이 회장 변호인단에 따르면 DL그룹은 프리미엄급 호텔사업을 신규 먹거리로 선정하고 전담법인인 'APD'를 설립했다. 설립 직후 APD는 국내외 메이저 호텔체인에서 근무 경험을 쌓은 엘리트 호텔리어들을 영입, 조직 구성을 완료했다. 

법인 설립은 이 회장 일가가 주도했다. 그룹이 아닌 총수 일가가 법인 설립을 주도한 이유에 대해 회사 측은 "그룹이 신규 사업 추진에 따른 리스크를 떠안지 않도록 할 총수가 나선 것"이라고 해명했다. APD는 그룹의 신규 호텔 브랜드 '글래드'를 개발, 서울을 중심으로 글래드 호텔 체인을 구축했다. 한편 공정위는 그룹의 이같은 움직임을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판단했다. 

공정위는 호텔 글래드 상표권 개발 주체를 APD가 아닌 DL산업으로 봤다. 그룹이 개발한 호텔 브랜드를 총수 일가가 만든 신설법인에 무상으로 넘긴 뒤, 다시 동 법인과 상표 사용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수십억원 상당의 금원을 총수 일가에 몰아줬다는 것이다. 검찰은 공정위 판단을 기초로 이 회장 등에게 공정거래법상 총수 사익편취 금지 조항을 적용, 불구속 기소했다.

항소심에서는 그룹 호텔 사업 전담 법인 APD의 사업역량과 지분 승계 여부가 집중 조명됐다. 검찰은 만 9살의 이 회장 아들이 APD 지분을 갖고 있다는 점을 앞세워 “경영권 승계용”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반면 변호인단은 합병비율, 거래액 등을 고려할 때 "지나친 억측"이라고 항변했다.

<편집자주> '총수 사익편취 금지' 조항 구성요건

총수 수익편취 금지를 규정한 공정거래법 47조 4항 구성요건은 '특수관계인은 누구에게든지 제1항 또는 제3항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도록 지시하거나 해당 행위에 관여해서는 아니된다'이다.

동조 1항 또는 3항은 공시대상기업집단 즉 이른바 대기업집단에 속하는 계열사와 총수(특수관계인을 포함) 일가가 대주주로 있는 기업 사이 거래를 규제 대상으로 삼고 있다. 특히 동조 제1항은 총수 혹은 그 특수관계인과 대기업집단 소속 계열사 사이, 금지하고 있는 행위 유형을 열거하고 있다.

풀이하면 동조 4항 '총수 사익편취 금지' 규정 구성요건은, ①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계열사와 그 총수일가가 대주주로 있는 기업 사이 구체적인 거래관계가 있을 것, ②두 기업 사이 거래를 통해 공정거래법 47조1항이 열거한 부당지원 행위가 존재할 것, ③동 행위과정에 총수의 직접적인 ‘지시’ 내지 ‘관여’가 있을 것 등의 3가지 항목으로 구분할 수 있다.

동조 4항의 총수 사익편취 금지 입법은, 부당지원 관련 직접적인 총수의 ‘지시’는 물론이고 그 의미가 모호한 ‘관여’를 구성요건에 포함시켜, 위헌성 논란을 자초했다. 더구나 동조는 ‘관여’의 뜻을 명확하게 정하지 않아 처벌범위를 사실상 무제한 확장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는 우리 형사사법의 대원칙인 죄형법정주의와 명확성의 원칙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은 물론 형벌법규를 형해화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학계를 중심으로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호텔 브랜드 글래드(GLAD) 개발 주체는 어디?  

검찰은 이날 이 회장에 징역 1년 6개월, DL이앤씨 벌금 5천만원, 글래드호텔앤리조트 벌금 3천만원을 구형했다. 1심과 같은 구형이다. 쟁점은 3가지로 압축됐다. ▲브랜드 개발사로서 APD 사업역량 ▲대림산업·오라관광 사이 '부당한 사업기회 제공' 사실 여부 ▲APD를 경영권 승계를 위한 수단 내지 방편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 등이다.

검찰은 APD의 사업역량에 강한 의문을 나타내면서 동 기업을 실체가 없는 사실상의 페이퍼컴퍼니로 봤다. 검찰은 “대림 내부 자료인 글래드서여의호텔 협의 문건을 보면 호텔사업은 대림산업, 오라관광, APD가 함께 논의했다. 객관적으로 APD가 대림산업과 거래할 만한 자격과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대림산업 직원이 APD 명함을 가지고 다녔고, APD에 입사한 사람들도 대림을 의식해 들어왔다. 대림 직원이 APD 직원으로 일하며 실제 글래드(GALD) 브랜드를 만든 JOH와 계약도 맡았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APD의 사업역량은 충분했다"고 항변했다. 이어 "공소 핵심 증거인 '주간회의' 기록을 보면 호텔 개발 관련 답변은 모두 APD가 하고 있다. 능력이 없다는 APD가 어떻게 이럴 수 있나. (디자인 개발사인) JOH도 '(상표권 개발) 방향은 APD가 정하고 자신들은 디자인만 했다'고 했다. JOH는 APD와 계약했고 돈도 APD로부터 받았다”고 반박했다.

 

변호인 "그룹 내 호텔 디벨로퍼 없었다" 

검찰은 "APD는 이해욱을 통해 대림산업과 오라관광이 얻었어야 할 사업기회를 제공받았다"며 '죄질 불량'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해욱이 보유한 회사가 아니라면 APD가 호텔사업 기회를 가질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구(舊) 공정거래법 부당지원 사익편취 규제 근거는 계열사 지원에 의지하지 말고 시장 경쟁을 하라는 것"이라며 "대림 대주주면 다른 회사 세워 그룹과 연결시키면 안 된다는 게 사회 기준"이라고 했다. 

변호인단은 "현실을 전혀 반영치 않은 논리를 펴고 있다"며 검찰 구형 의견을 조목조목 탄핵했다. 특히 변호인단은 "호텔 사업의 특성을 무시한 공소이자 구형 의견"이라며 "호텔 사업은 ‘운영’과 ‘개발’로 나뉜다. 운영은 호텔 서비스 제공이고, 개발은 사업기획, 브랜드관리, 영업관리를 말한다"고 설명했다. 

그룹 호텔 계열사 중 한 곳인 오라관광의 사업기회를 부당하게 침해했다는 검찰 구형 의견에 대해서는 데이터를 앞세워 논리점 허점을 지적했다. 오라관광은 호텔 운영 법인으로 브랜드를 개발한 경험이 전무하다는 것. 변호인단은 호텔신라 등 기존 호텔업계가 브랜드 개발팀이나 별도 전담 법인을 운영 중인 사실도 소개하면서 검찰을 탄핵했다. 

APD가 DL이엔씨의 사업기회를 부당하게 침해했다는 구형 의견에 대해서도 변호인단은 "DL이엔씨는 건물을 짓는 시공사"라며 "병원건물을 짓는다고 해서 운영까지 잘하는 것은 아니"라고 꼬집었다. 변호인단은 거듭 "그룹 내에는 호텔 브랜드 개발 경험을 갖춘 인력도 법인도 없었다"며 "검찰의 부당한 사업기회 제공 논리는 현실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檢 "APD는 경영권 승계용"... 辯 "근거 없는 시나리오"

APD의 설립 목적을 놓고도 검찰과 변호인단은 첨예하게 맞섰다. 검찰은 이 회장과 미성년자 아들이 APDP 법인 대주주였다는 사실을 물고 늘어졌다. 앞서 이 회장 일가는 동 법인 지분 전체를 그룹 측에 무상 양도했다. 이 점에 대해서도 검찰은 "잡음이 불거지자 처벌을 면하기 위해 주식을 양도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반면 변호인단은 "APD로부터 배당을 받은 사실이 전혀 없고, 소유 주식 전체를 회사에 무상 양도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검찰은 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해 APD를 이용했다며 이 회장을 직접 겨냥했다. 신규 사업 리스크 해지를 위해 총수 일가가 나섰다는 피고 항변에 대해서는 "경영권 승계를 염두한 장남에게 리스크를 지울 리 만무하다"고 몰아붙였다. 

변호인단은 "대림과 APD는 물리적으로 합병은 불가능하다. APD 매출을 증대시켜 합병 통해 경영권을 승계하려면 추정컨데 약 457년이 걸린다. (총수일가에 유리하도록) 합병비율을 높이려면 4세(이 회장 아들) 보유 주식이 많을수록 유리하다. 하지만 아들의 지분은 45%로 이해욱 보다 낮다”고 했다.

변호인단은 오라관광과 APD가 브랜드 사용 수수료를 놓고 갈등을 벌인 점, 이 과정에서 수수료 지급이 중단된 사실, 양사간 갈등이 심해 모기업이 중재에 나선 사실 등을 잇따라 제시하면서, 검찰의 경영권 승계 주장은 사실과 동떨어진 추론이라고 받아쳤다. 

이해욱 회장은 최후진술에서 "그동안 잘 들어주셔서 감사하다. 선처 부탁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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