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욱 회장 일방결정 없었다... '글래드' 상표는 발주사 APD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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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욱 회장 일방결정 없었다... '글래드' 상표는 발주사 APD 것"
  • 정규호 기자
  • 승인 2020.10.16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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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 이해욱 회장 '사익편취 의혹' 2차 공판
'이해욱 지시', '글래드 개발사' 놓고 치열한 공방
검찰측 증인 "주간회의, 이 회장이 일방주도 안해"
檢 거듭된 질문 불구, 원하는 답변 나오지 않아
혐의 입증 난항... 범죄구성요건 충족 여부도 불투명
사진=연합뉴스TV 화면 캡처.
사진=연합뉴스TV 화면 캡처.

대림그룹 이해욱 회장의 '공정거래법상 사익편취 의혹' 사건 2번째 공판이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김준혁 판사 심리로 열렸다. 검찰이 신청한 증인이 출석했으나 이 회장의 사익편취 혐의를 입증할만한 ‘지시‧관여’ 증언은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증인은 '최종 의사 결정을 이 회장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로 답변해 검찰을 당혹게 했다. 

대림그룹 호텔 브랜드 ‘글래드(GLAD)’ 개발 주체에 대해서도 검찰은 “대림산업-JOH(JOH&COMPANY)가 개발한 뒤 이해욱 일가가 설립한 APD로 권리를 이전했다”고 주장한 반면, 증인은 "상표권은 발주사(APD)에게 있다"고 진술했다.

증인신문은 서증조사와 함께 재판부가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는 필수적 절차이다. 검찰은 피고인의 공소사실을 입증하고 죄질을 밝히는데 도움이 될 사람을 증인으로 신청한다. 변호인은 피고인의 무죄를 입증하거나 재판부가 정상을 참작하는데 도움이 될만한 사람을 증인 목록에 넣는다. 경미한 사건을 제외하고 서증만으로 심리가 끝나는 경우는 많지 않다. 피고인의 혐의 여부, 죄질의 경중 등 사건의 실체는 증인신문절차를 통해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증인신문절차가 갖는 의미를 고려할 때, 이날 증인신문은 검찰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회장의 사익편취 혐의 입증을 목적으로 신청한 증인이, 검찰 공소사실과 상반되는 답변을 했기 때문이다. '최종 의사결정은 이해욱 회장이 했느냐'는 검사 질문에 '회의는 여러 사람이 같이 했으므로, 누구 한 사람이 결정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증언이 좋은 예이다. 증인의 답변은 '호텔 사업 관련 최종 결정은 이 회장이 했다'는 검찰 공소사실과 배치된다. 

대림 이해욱 회장. 사진=시장경제신문DB
대림 이해욱 회장. 사진=시장경제신문DB

◆증인 "호텔 사업 주간 회의, 다 같이 협의... 이해욱 회장 일방 주도 안 했다"   

법정에 먼저 나온 검찰 증인은 디자인업체 'JOH' 직원 김00이었다. 그는 이 회장이 주재한 '호텔 사업 주간 회의' 멤버 중 한명이다. 

이 사건 주된 혐의는 공정거래법상 총수 사익편취이다. 대림산업이 디자인기업 JOH와 협력해 그룹의 호텔 사업 브랜드 '글래드(GLAD)'를 개발하고도, 그 상표권을 소규모 신설법인 APD(Asia Plus Development)에 넘긴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이어 대림산업이 APD와 상표권 사용 계약을 체결, 해마다 막대한 금원을 상표권 사용 수수료조로 APD에 지급했다는 것이 검찰의 기본 시각이다. 설립 당시 APD의 지분은 이 회장 측이 100% 소유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런 시각을 바탕으로 이 회장과 대림산업, 전현직 임원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적용 혐의는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제4항이다. 사건을 넘겨 받은 검찰은 공정위의 판단을 그대로 인용해 이 회장 등을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이 그린 이 사건 범행 밑그림은 이 회장을 정점으로 한다. 호텔 글래드 상표권의 개발과 이전, 상표권 사용계약 체결 및 수수료율 산정, 수수료 지급 등의 모든 행위를 이 회장이 직접 지시했거나 최소한 그 결정에 관여했다는 것이 검찰 공소사실의 요지이다. 

JOH는 대림산업의 호텔 브랜드 '글래드' 개발에 참여했다. 이날 검찰은 JOH 직원의 입을 빌려, 호텔 사업 최종 결정권자가 이 회장이라는 점을 입증하고자 했다. 그러나 증인신문은 검찰의 바람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검찰은 증인을 상대로, '호텔사업 최종 의사 결정은 이해욱 피고인이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반복했으나 원하는 답변을 얻지 못했다. 되레 증인은 '이 회장이 최종 결정을 했다기보다는 회의 참석자들이 다 같이 의견을 내고 함께 협의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어진 변호인 반대신문에서는 '이 회장이 회의를 일방적으로 진행하지 않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변호인 : 주간 회의는 이해욱 회장을 비롯해서 대림그룹 계열사와 JOH 임직원들이 각자 수행하고 있는 업무 진행 상황을 보고하고, 이해욱 피고인이 궁금한 내용을 질문하거나 피드백을 주고, 회의 참석자들이 다시 의견을 제시하는 그런 방식으로 진행됐죠?

증인 : 네.

변호사 : 이해욱 피고인은 임직원의 보고를 듣고, 의견이 있으면 의견을 제시하는 형태로 회의를 진행했죠?

증인 : 네

변호사 : 이해욱 피고인이 일방적으로 회의를 진행하지는 않았죠?

증인 : 그렇게 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앞서 회사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모든 의사결정을 이 회장이 주도했다'는 검찰 공소사실에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그는 "이 부회장과 그룹 경영진 혹은 임원들 사이 수평적 회의 풍토를 잘 몰라 하는 말"이라며 "임원들은 이 부회장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롭게 자기 의견을 내곤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호텔 체인 사업과 관련해서도 "주간 회의는 형식상 이 부회장이 주재했지만 결정은 모두가 같이 했다"고 말했다.

증언의 전체 맥락을 살피면, 호텔 사업 주간 회의는 참석한 멤버 모두가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는 가운데 진행됐음을 알 수 있다. 회의 주요 결정 역시 참석자들 사이 교감과 합의를 통해 이뤄졌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호텔 '글래드' 상표권 누구에게 있나? 증인 "발주사(APD)가 소유"  

검찰과 변호인단은 '호텔 브랜드' 개발 주체 및 그 권리자에 대한 판단을 놓고도 날선 공방을 벌였다. 검찰과 공정위는 '대림산업-JOH'를, 변호인단은 'APD-JOH'를 글래드 개발 주체로 보고 있다. 

‘글래드 개발 주체’ 및 상표권 권리자에 대한 판단이 중요한 이유는, 이 사건 주된 혐의가 '공정거래법상 총수 사익편취'이기 때문이다. 총수 사익편취 규정에 따른 범죄구성요건 성립을 위해서는 대림산업이 호텔 브랜드 개발 주체라야 한다.  

대림산업이 개발한 상표권을 정당한 이유없이 대주주 소유 신설법인(APD)에 넘기고, 다시 동 법인과 상표권 사용 계약을 체결해, 대주주가 부당한 이익을 얻은 것으로 논리를 구성해야만 사익편취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

'글래드' 상표권 개발 주체를 대림산업이 아닌 APD로 본다면, 총수 사익편취 혐의에 관한 검찰의 법리 구성은 기초가 무너진다. 

이 부분 증인의 진술은 검찰의 기대를 크게 벗어났다. 특히 증인은 '글래드 상표권은 발주사인 APD에 있지 않느냐'는 변호인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증언이 맞는다면 처음부터 호텔 브랜드 상표권자는 APD가 된다. 설립 당시 APD 지분은 전부 이 회장 일가가 보유했으므로, 총수 사익편취 혐의는 성립하기 어렵다.

다음은 변호인단 신문 주요 내용.

변호인 : 호텔 브랜드 '글래드' 개발의 실질적 발주사는 APD였습니까?

증인 : 같이 가장 많이 일한 대상이 APD였습니다.

변호인 : JOH가 컨설팅 용역을 받아서 글래드를 만들었는데, 그렇다면 글래드는 누구 소유인가요? 발주사(APD)의 소유죠?

증인 : 네. 맞습니다.

변호인 : 어디까지를 브랜드 개발로 볼 것인지 인식의 차이는 있지만 사업을 진행하고, 완성한 곳은 발주사(APD)인 것이죠?

증인 : 네. 맞습니다.

앞선 1차 공판에서도 이 회장의 지시·관여 여부는 드러나지 않았다. 1차 공판 증인으로 출석한 공정위 조사관 A는 '(대림산업과 APD 사이) 브랜드 사용 수수료율 협상 과정에, 이해욱 피고인이 관여한 사실이 있나요?'라는 질문에 "직접 관여한 사실은 없습니다"라고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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