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배당금도 없는데... 대림 '사익편취 혐의' 말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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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배당금도 없는데... 대림 '사익편취 혐의' 말되나"
  • 정규호 기자
  • 승인 2022.04.1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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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 사익편취 금지' 적용 첫 사건 항소심 열려
공정거래법 47조4항 구성요건 충족 여부 쟁점
1심서 이해욱 회장 '관여' 사실 증명 안 돼
검찰, 징역형 구형... 1심 재판부, 벌금형 선고
항소심 첫 기일, 변호인단 증인신청
"재판부, 이 회장 얻은 이익 과연 있는지 살펴봐 달라"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대림그룹(DL) 이해욱 회장 등 공정거래법상 총수 사익편취 혐의 항소심 첫 공판에서 변호인단이 사실오인·법리오해 등을 근거로 무죄를 항변했다. 검찰은 1심에서 징역 1년6월을 구형했음에도 재판부가 선고형량을 벌금 2억원으로 대폭 낮췄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3부(차은경 양지정 전연숙 부장판사)는 12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 항소심 첫 공판을 진행했다. 이 사건은 공정거래법이 총수 사익편취 금지를 명문화한 뒤, 동 조항이 적용된 첫 사건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 사건 1심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대체로 인정하면서도 선고형은 징역형이 아닌 벌금형을 선택했다. 1심 심리과정에서 법정에 출석한 증인들은 일관되게 이 회장이 사익편취 행위를 직접적으로 지시한 사실은 없다고 진술했다. 이 회장이 총수 사익편취를 금지한 공정거래법상 구성요건을 충족할만한 언행을 한 사실도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이 회장의 위법행위 지시 사실을 부인하는 증언이 잇따르면서 징역형 선고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적지 않았다. 관심은 무죄 혹은 벌금형 선고 가능성에 모아졌으나 재판부는 후자를 선택했다. 재판부의 벌금형 선고에 대해서는 이 회장의 '관여' 사실이 증명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채증법칙에 반한다는 비판이 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2019년 5월, 이 회장과 대림산업, 오라관광(대림산업 자회사, 현 글래드호텔앤리조트) 등에 대한 과징금 부과 및 검찰 고발을 의결했다. 검찰은 그해 12월 이 회장 등을 불구속 기소했다. 대림 측이 개발한 호텔 브랜드 ‘글래드(GLAD)’ 상표권을 이 회장 일가가 급조한 페이퍼컴퍼니(APD, Asia Plus Development)에 양도하고, 동 기업에 상표권 사용료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총수 일가에 수십억원 상당의 부당이익을 제공했다는 것이 혐의 요지이다. 

검찰은 1심 결심공판에서 이 회장에게 징역 1년6월, 대림산업, 오라관광에 벌금 1억원을 각각 구형했으나 사건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이 회장에게 2억원, 대림산업에 5000만원, 오라관광에게 3000만원의 벌금을 각각 선고했다. 

<편집자주> '총수 사익편취 금지' 조항의 구성요건

총수 수익편취 금지를 규정한 공정거래법 47조 4항 구성요건은 '특수관계인은 누구에게든지 제1항 또는 제3항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도록 지시하거나 해당 행위에 관여해서는 아니된다'이다.

동조 1항 또는 3항은 공시대상기업집단 즉 이른바 대기업집단에 속하는 계열사와 총수(특수관계인을 포함) 일가가 대주주로 있는 기업 사이 거래를 규제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특히 동조 제1항은 총수 혹은 그 특수관계인과 대기업집단 소속 계열사 사이, 금지하고 있는 행위 유형을 열거하고 있다.

풀이하면 동조 4항 '총수 사익편취 금지' 규정의 구성요건은, ①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계열사와 그 총수일가가 대주주로 있는 기업 사이 구체적인 거래관계가 있을 것, ②두 기업 사이 거래를 통해 공정거래법 47조1항이 열거한 부당지원 행위가 존재할 것, ③동 행위과정에 총수의 직접적인 ‘지시’ 내지 ‘관여’가 있을 것 등의 3가지 항목으로 구분할 수 있다.

동조 4항의 총수 사익편취 금지 입법은, 부당지원 관련 직접적인 총수의 ‘지시’는 물론이고 그 의미가 모호한 ‘관여’를 구성요건에 포함시켜, 위헌성 논란을 자초했다. 더구나 동조는 ‘관여’의 뜻을 명확하게 정하지 않아 처벌범위를 사실상 무제한 확장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는 우리 형사사법의 대원칙인 죄형법정주의와 명확성의 원칙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은 물론 형벌법규를 형해화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학계를 중심으로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사건 1심에서는 이 회장이 공정거래법 47조1 항에 해당하는 부당지원을 기업 임직원들에게 직접 지시했거나 관여했다는 사실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 이런 사정을 고려할 때 벌금형 선고는 납득하기 쉽지 않다. 

 

"이해욱, 실제 얻은 이익 없어"... 항소심 새로운 쟁점 부각 

DL측 변호인은 "APD는 ‘아무것도 안했다’, 개발과정이든 이후든 브랜드 사용계약 체결 이후 어떤 역할도 없이 부당하게 이익만 얻었다는 것이 검찰과 1심 재판부의 판단"이라며 "APD와 오라관광 사이 업무를 수행한 담당 직원을 증인신문하고 싶다"고 변론계획을 밝혔다. 

재판부는 변호인단의 요청을 받아들여 올해 6월 9일 증인신문 기일을 열기로 했다. 변호인단이 요청한 증인은 공정위와 검찰에서 조사를 받지 않은 인물로, APD와 오라관광을 오가며 마케팅 관련 부서에서 근무한 이력을 갖고 있다. 

검찰은 “변호인단의 항소이유서, 증인 신청을 판단해 새롭게 증인을 신청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변호인단은 항소심 재판부에, 이 회장이 APD로부터 얻은 '이익'이 과연 존재하는지, 있다면 그 규모는 얼마인지에 초점을 맞춰 사건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주된 혐의가 '총수 사익편취'인만큼, 부당하게 취한 이익의 실재 여부는 중요한 쟁점 가운데 하나이다. 변호인단에 따르면 이해욱 회장은 APD 지분을 오라관광에 무상양도했고, 배당금도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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