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상표권' 협상 팀장도... "수수료 편취? 이해욱 위법 지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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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상표권' 협상 팀장도... "수수료 편취? 이해욱 위법 지시 없었다"
  • 정규호 기자
  • 승인 2021.04.2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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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 이해욱 사익편취 6차 공판, 마지막 증인 심문
증인 "글래드수수료, 공정위 감시에 더 엄격 진행"
APD 사업 역량, 수수료 놓고 검·변호인 집중공방
검찰 "APD는 역량 부족" 증인 "인력 멤버상 역량 충분"
사진=DL
사진=DL

이해욱 사익편취 의혹 사건의 마지막 증인도 “이해욱 회장의 지시‧관여는 없었다”고 증언했다. 첫 번째 증인이었던 공정위 조사관을 시작으로 7번째 증인까지. 검찰측, 변호인측 증인 모두 이해욱 회장의 호텔 브랜드 글래드(GLAD) 지시‧관여는 없었다고 증언한 것이다.

특히, 이날 증인은 “대림산업(현 DL E&C)이 공정거래법을 더 엄격한 기준으로 판단해 할 수 있는 사업도 못했다”고 증언했다. 이는 이해욱 회장이 자신이 소유한 APD의 수익을 위해 대림산업을 이용했다는 검찰‧공정위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증언이어서 검찰 기소 정당성에 대한 의문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 대림, 글래드호텔사업 사건 개요

건설과 정밀화학 분야를 주업종으로 성장한 대림산업은 2010년대 초반 그룹의 미래먹거리로 호텔사업 추진을 적극 검토했다. 이 회장은 2010년 7월 ‘APD(Asia Plus Development)’라는 이름의 법인을 설립했다. 설립 당시 이 회사의 지분은 이 회장을 비롯한 일가가 100% 보유했다. 워커힐, 반얀트리 등 국내외 메이저 호텔에서 실력을 검증받은 엘리트 호텔리어들이 창립 멤버로 합류했다.

APD는 2012년 이후 대림산업의 호텔브랜드 ‘글래드(GLAD)’를 개발하고, 상표 등록을 마쳤다. 대림산업은 2014년 이후 오픈한 자사 계열 호텔에 글래드 브랜드를 적용, 사업을 시작했다. 글래드 호텔의 운영은 대림산업이 100% 출연해 설립한 ‘오라관광’(현 글래드호텔앤리조트)이 맡았다.

대림 측은 오라관광을 통해 APD와 브래드 사용권 계약 등을 체결하고 거래관계를 유지했다. 위 계약에 따라 오라관광은 APD에 브랜드 사용 수수료를 지급했다. 2018년 7월 이 회장은 자신과 일가가 보유한 APD 지분 100%를 오라관광에 무상양도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호탤 브랜드 '글래드'는 대림이 개발한 뒤 그 상표권을 이 회장 일가가 급조한 신설법인 APD에 넘겼으며, 매년 수억원 이상의 금원을 상표권 사용료 등의 명목으로 동 법인에 부당 지급한 것으로 봤다. 그러면서 "APD는 호텔 브랜드를 개발할만한 역량을 전혀 갖추지 못한 페이퍼컴퍼니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대림 측이 보유한 상표권을 APD에 넘기고, 매년 수억원 이상의 금원을 동 법인에 지급하는 과정에 이해욱 회장의 직접적인 지시 내지는 관여가 있었다며, 이 회장과 대림산업 전현직 임직원 등을 공정거래법 위반(총수 사익편취)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공정위의 고발 내용을 거의 그대로 인용해, 이 회장 등을 불구속 기소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김준혁 판사는 20일 14시 이 사건 6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은 7번째 증인이자 이번 사건 마지막 증인인 APD 호텔 사업팀장 김OO 씨가 출석했다. 김 씨는 오라관광(현 글래드호텔앤리조트)‧대림산업(현 DL E&C)과 호텔 브랜드 글래드(GLAD) 사용료를 협상한 실무책임자다.

검찰은 이해욱 회장이 대림산업을 통해 APD에게 유리한 글래드(GLAD) 사용수수료를 책정시킨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반면, 변호인단은 이해욱 회장이나 대림산업의 영향력 없이 APD 스스로 브랜드 사용료를 협상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글래드(GLAD) 사용수수료와 관련한 이해욱 회장 또는 대림산업의 지시‧관여 여부가 이번 증인 심문의 핵심이었다. 검찰과 변호인단 모두 증인 김 모 씨를 상대로 APD 사업 역량, 수수료 협상 권한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증인 김 모 씨는 이번 사건의 핵심인 이해욱 회장과 대림의 지시‧관여에 대해 “없었다”고 수차례 증언했다. 오히려 대림산업이 공정거래법을 의식해 더 엄격한 잣대로 사업을 판단했다는 게 김 씨의 설명이었다. 이해욱 회장이 대림산업을 통해 APD에게 유리한 글래드(GLAD) 사용수수료를 책정시켰다는 취지의 검찰 주장과 대치되는 지점이다.

변호인: 브랜드 수수료 협상 과정, 재협상 과정 등 브랜드 사용 과정에서 이해욱 회장으로부터 APD에게 유리하도록 업무 지시를 받은 적이 있습니까?

증인: 받은 적 없습니다.

변호인: 이해욱 회장의 특수관계회사라고 해서 대림이나 오라관광이 APD에게 유리하도록 사업을 진행했습니까?

증인: (APD에게) 유리하게 진행시킨 건 없었습니다. (공정거래 이슈 때문에) 더 안 좋게, 더 보수적으로 진행시켰습니다.

(증인은 앞서 답변에서 APD가 이해욱 회장의 특수관계인 회사라는 것을 입사 후 알게 됐다고 밝힘)

변호인: 대림과 오라관광이 계속해서 호텔 브랜드 수수료를 낮추려고 하고, 브랜드를 무상으로 사용하게 하고, 나중에 수수료 지급을 중단하기도 했다. 이런 것을 종합할 때 APD에게 유리한 행위로 보이질 않는데, (대림이나 오라관광, 이해욱 회장이 APD에게) 유리하도록 사업을 추진시킨 게 아니죠?

증인: 네 맞습니다.

변호인: 앞선 증인들의 증언을 종합해보면 APD가 이해욱 피고인의 특수관계회사라고 해서 유리한 조건을 받은 것이 아니라 더 엄격한 적용을 했다는 취지로 증언했습니다. 증인도 동의하시나요?

증인: 네. 동의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보수적으로 많은 것을 추진했고요. 할 수 있는 사업도 (대림‧오라관광)이 안 된다고 했습니다.

이번 공판을 통해 새로운 사실도 드러났다. 오라관광이 APD의 글래드(GLAD) 브랜드 사용수수료를 깎기 위해 ‘수수료 지급 중단’, ‘브랜드 감정 평가’를 진행한 것이 확인된 것이다. 이해욱 회장이 APD를 통해 사익편취를 취했다는 검찰 주장과 달리 APD와 오라관광이 정상적으로 사업을 했다는 증언이어서 변호인단 주장에 더욱 힘이 실릴 전망이다.

오라관광의 브랜드 사용료 협상 당시 상황에 대해 증인 김 모 씨는 “오라관광에서 아파트 브랜드, 카드 가맹 수수료 등 타 업종의 샘플을 토대로 호텔 브랜드 사용수수료를 낮추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오라관광이 브랜드 사용 수수료를 낮추려고 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엔 “신생 브랜드이고, 돈을 지불해야 하는 입장이니깐 별다른 이유 없이 깎으려고 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또한 대림이 중재자로 나선 이유에 대해선 “대림과 오라관광이 계열사여서, 오라의 적자가 대림의 적자로 이어지기 때문에 함께 나서 준 것으로 생각된다”고 증언했다.

검찰과 변호인단은 APD의 사업 역량을 놓고 공방을 이어갔다. 검찰은 줄곧 대림과 오라관광이 없으면 APD는 매출이 발생되지 않아 사업을 할 수 없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증인 김 모 씨 상급자인 이 모 상무가 작성한 문서를 토대로 증인을 심문했다.

검찰은 “증인의 상급자 이 모 상무가 작성한 각종 자료를 보면 APD 매출은 대부분이 ‘브랜드 사용료’다. 따라서 오라관광이 브랜드 사용료를 지급하지 않으면 APD는 회사를 운영하기 힘든 구조”라며 능력없는 회사를 대림과 오라관광이 운영시켜주고 있다는 취지로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김 씨는 "글래드 사업 외에 호텔 브랜드 외부 컨설팅 등도 했다. 대림산업, 오라관광 도움 없이 독자 사업을 할 만한 역량을 갖추고 있었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또 APD처럼 호텔 운영 경험이 없는 회사가 호텔 브랜드 사업을 하는 것은 어렵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김 씨는 "정확히 APD와 비교할 만한 브랜드는 없지만 공정위에 들어가면 신생 브랜드가 2곳 정도 있는 곳으로 안다"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호텔 경영 경험이 없으면 호텔 브랜드 사업을 못한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김 씨는 "APD는 호텔 관련 인력을 다수 보유하고 있었다. 브랜드 사업은 충분히 가능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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