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 이정훈 "1120억 사기? 억울하다"... 檢, 징역 8년 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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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썸 이정훈 "1120억 사기? 억울하다"... 檢, 징역 8년 구형
  • 최유진 기자
  • 승인 2022.10.26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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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상장 빌미로 1120억원 가로채
BXA코인 상장 불가능 인지 여부 쟁점
기망 미필적 인식 있었어도 사기죄 성립
檢 이정훈에 징역 8년 구형
선고 공판 12월 20일 오후 2시
이정훈 빗썸 실소유주. 사진=연합뉴스
이정훈 빗썸 전 의장. 사진=연합뉴스

"수사를 받으면서 우울증과 공황장애로 늘상 약과 수면제를 달고 살지만 달라진 것 없이 매 재판마다 서 왔다. 재판부가 결백 밝혀줄 것 믿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달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강규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 결심공판에서 이정훈 빗썸홀딩스·빗썸코리아 전 의장은 최후진술을 통해 이 같이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이 전 의장은 "빗썸에 대한 애정을 기반으로 회사를 성장시킬 수 있다는 김병건 회장에게 회사를 매각하려 한 것"이라며 "김병건 회장이 인수대금을 차일피일 미뤘을 뿐 나는 사기를 친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번 공판의 쟁점은 김병건 회장이 'BXA 코인'을 빗썸에 상장하는 것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는지 여부라고 할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피해자에게 기망에 대한 미필적 인식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적극적으로 기망을 시도했다면 착오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 같은 법리적 해석으로 미뤄볼 때, 이 전 의장이 결심공판에서 주장한 '결백'으로 사기혐의까지 벗을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사기죄 구성요건은▲고의적으로 ▲기망행위를 통해 ▲ 타인의 소유물을 자신의 것으로 하려는 불법영득의사를 가지고 ▲ 상대방 재산에 손해를 입혀 자신의 재산상 이득을 취한 행위다. 

설령, 피해자가 자신이 속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인식을 갖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피의자가 신의칙에 반하는 적극적 기망행위로 상대방을 착오에 빠지도록 만든다면 이는 사기죄 소지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억울하다는 이 전 의장... 'BXA코인'이 뭐길래?

이날 이 전 의장에게 구형된 형량은 징역 8년이다. 검찰은 "코인 투자자들의 피해 금액이 매우 크고, 피고인이 범행을 계속 부인하고 있다"며 "죄질이 불량해 중형이 선고돼야 한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지난해 7월6일 이 전 의장에게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했다. 이 전 의장은 2018년 10월 BXA 코인 상장을 빌미로 김병건 BK회장에게 공동경영을 제안하고, 계약금 등 명목으로 112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국내 금융위원회는 가상자산사업자 등이 자체 발행한 가상자산에 대해 매매, 교환을 중개 알선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나아가 사업자나 임직원이 해당 가상자산사업자를 통해 가상자산을 거래하는 행위도 규제하고 있다. 즉 빗썸홀딩스 법인인 BTHBM에서 발행하는 BXA 코인은 빗썸 거래소에 상장이 불가능하다. 김 회장 측은 BXA 코인의 빗썸 상장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알았다면 빗썸을 인수하지 않았을 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피고인은 김 회장에게 먼저 빗썸 인수를 제안했다"며 "당시 넥슨 등 게임사들이 빗썸 인수를 시도했으나 조건에 맞지 않아 이 전 의장이 거절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이 전 의장이 빗썸 매각을 위해 안정적인 대형 기업이 아니라 사기를 칠 대상을 적극적으로 물색해왔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변호인측은 이 전 의장이 당시 빗썸을 매각할 의사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검찰은 정황상으로 볼 때, 이 전 의장이 빗썸 매각에 적극적이었다고 봤다.  

검찰이 제시한 빗썸 매매 계약서에 따르면 BTHBM에서 발행한 BXA 코인을 빗썸에 상장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BTHBM은 빗썸홀딩스 지분 10.70%를 보유한 싱가포르 법인으로 계열사 범주에 속한다. 나아가 코인 상장시 김 회장이 가장 먼저 구매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등 '상장이 가능한 것처럼' 적극적으로 기망행위를 이어왔다고 했다. 그 일환으로 상장 과정에서 농협은행과 계좌 연동을 시도했으며, 거절 답변을 받았음에도 이를 알리지 않고 중간 계약금을 받았다고 파고들었다.

결론적으로 검찰은 "2017년 가상자산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며 매출이 줄어들자 이 전 의장이 금융기관 규제를 피해 해외 법인을 통해 거래소 자체 코인 발행을 시도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사 코인 상장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을 알면서도 책임 전가를 위해 피해자를 기망해 회사 주식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재산상 이득을 취득했다"고 부연했다.

사진=빗썸 홈페이지
사진=빗썸 홈페이지

반면, 변호인측은 "피고인이 빗썸 매각 과정에서 치밀하게 범행 대상을 물색했다는 검찰 측 주장은 억측"이라며 "거래 인수는 김병건 회장이 먼저 제안했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김병건 회장은 주변인들에 빗썸 관계자를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거듭 표현해왔다"며 "빗썸 인수 목적으로 거래소가 코인을 발행하면 좋은 비즈니스라는 점을 명확하게 언급했다"고 항변했다.

김 회장이 가상화폐 생태계에 대한 지식이 충분했기에 BXA의 빗썸 상장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미리 알았을 것이라는 반박도 이어졌다. 당시 김 회장이 빗썸 매매 과정에서 변호사의 조력을 받았고, 코인 상장을 최우선시 해야한다는 내용을 적극 강조했다는 주장이다. 

빗썸측에 따르면, 김 회장은 계약서 작성 당시 코인 상장이 불발될 경우 계약이 실효된다는 조항을 요구했다. 이 전 의장이 해당 조항을 삭제하자 재차 요구하지 않았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이와 함께, 빗썸측은 '무죄'의 근거로 '빗썸의 현 자산가치'를 제시했다. 빗썸 자산가치는 현재 3조원에 달하는데, 이 전 의장이 위험을 무릅쓰고 지분을 매각할 '범행동기'를 찾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한편, 이 사건 선고 공판은 12월20일 오후 2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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