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연임 즉시 비상경영委 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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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연임 즉시 비상경영委 소집
  • 김태영 기자
  • 승인 2020.03.26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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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반대에도 우리금융 주총 안건 무난히 가결
손태승 회장 "연임 지지만으로도 충분"... 취임식 생략
손태승(왼쪽 두번째) 우리금융그룹 회장과 권광석(왼쪽 세번째) 신임 우리은행장이 남대문시장지점을 방문해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남대문시장 소상공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다. 손태승 회장은 여신 지원으로 밤낮없이 고생하고 있는 직원들을 격려하고, 직원들의 현장 의견에 귀를 기울이며 권행장과 해결방안 등을 논의했다. 사진=우리금융그룹 제공
손태승(왼쪽 두번째) 우리금융그룹 회장과 권광석(왼쪽 세번째) 신임 우리은행장이 남대문시장지점을 방문해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남대문시장 소상공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다. 손태승 회장은 여신 지원으로 밤낮없이 고생하고 있는 직원들을 격려하고, 직원들의 현장 의견에 귀를 기울이며 권행장과 해결방안 등을 논의했다. 사진=우리금융그룹 제공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연임에 성공했다.

우리금융은 25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손태승 회장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가결했다. 첨문악 사외이사, 김홍태 비상임이사, 이원덕 사내이사 선임 안건들도 모두 통과됐다.

이번 주총 결정에 따라 손태승 회장은 2023년 3월까지 임기를 수행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별다른 잡음 없이 무난히 원안대로 처리됐다는 분석이다.

앞서 우리금융의 지분 8.82%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손태승 회장 연임에 대해 반대의견을 제시했지만 손태승 회장의 우호지분이 과반을 넘으면서 통과됐다. 실제 결과에는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 셈이다.

지난 19일 국민연금은 제 7차 위원회를 열고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익 침해 이력이 있다"고 판단하면서 손태승 회장 사내이사 선임 건에 반대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국민연금의 어깃장에도 불구하고 손태승 회장의 연임을 지지하는 우호지분은 당초 과반을 넘긴 상황이었다. 이사회에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IMM프라이빗에쿼티(5.62%), 대만 푸본생명(4%), 키움증권(3.74%), 한국투자증권(3.74%), 동양생명(3.74%), 한화생명(3.74%)이 보유한 지분에 재무적 투자자 역할만 하는 과점주주 미래에셋자산운용(3.5%)과 유진자산운용(0.5%)이 보유하고 지분 4%를 더해 손태승 회장 연임을 추진하는 과점주주만 29%에 달했다.

또한 최대 주주로서 지분 17.25%를 보유한 예금보험공사는 우리금융지주 과점주주에게 지분을 매각하는 등 경영권을 보장했기 때문에 손태승 회장 연임과 관련해 다른 의견을 내지 않았다. 여기에 우리금융지주우리사주(6.08%)와 우리은행우리사주(6.02%) 지분이 더해지면서 손태승 회장 연임을 지지하는 지분은 전체 과반을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일사천리로 통과된 안건에 비해 손태승 회장의 연임 가도는 험난했다는 평가다. 

지난 5일 금융위원회는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 대한 책임으로 손태승 회장에게 중징계(문책경고)를 확정했다. 금융사 임원이 금감원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을 경우, 현재 직의 남은 임기는 채울 수 있지만 연임할 수 없다. 향후 3년 동안 금융회사 취업도 제한된다.

이에 손태승 회장은 불복해 본안 소송과 함께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지난 20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박형순)는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징계의 적법성을 더 살펴봐야 한다는 취지였다. 법원의 징계 효력 정지 결정으로 손태승 회장의 연임은 가능해졌다.

현재 금융감독원은 손태승 회장의 중징계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인 서울행정법원의 인용 결정에 불복해 서울고등법원에 즉시항고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

올해 우리금융은 지주사 출범 2년차를 맞아 지주회장-은행장 분리 체제를 본격 가동한다. 손태승 회장은 그룹의 외연 확대에 더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손태승 회장은 인사말에서 "안정된 그룹 체계를 확보하고 고객 신뢰와 혁신으로 올해 1등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다"며 "포트폴리오 확장해 체격을 키우고 지속 성장의 토대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디지털 전환도 적극 추진하고 과감한 변화와 혁신으로 신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향후 손태승 회장은 임기 동안 우리금융 완전 민영화, 그룹 계열사 간 시너지 확보, 증권사·보험사 인수합병(M&A) 등 사업 다각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소비자 보호와 몸집 키우기에 주력할 방침이다. DLF 사태로 실추된 우리금융의 신뢰도를 다시 올리기 위해 소비자보호 정책을 대폭 강화할 예정이다. 아울러 공격적인 M&A와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해외진출을 가속화하고 디지털 전략 등 미래 생존을 위한 기반 마련에도 역점을 둘 전망이다.

한편, 손태승 회장은 연임 첫 일정으로 영업 현장을 방문한 후 그룹 비상경영위원회 긴급회의를 실시했다. 

손태승 회장은 "주총에서 주주들이 연임을 지지해주신 것으로 형식은 충분하다"며 별도의 취임 관련 행사는 일체 생략했다. 대신 전날 정식 취임한 권광석 신임 우리은행장과 남대문시장지점을 함께 방문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고객들이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장을 점검하는 취지였다. 특히 우리은행 남대문시장지점은 소상공인 등 300명 가까운 영세사업자들이 총 100억에 달하는 긴급대출은 신청한 상태다.

이 자리에서 손태승 회장은 여신 지원으로 밤낮없이 고생하고 있는 직원들을 격려하고 직원들의 현장 의견에 귀를 기울였다.

영업점 방문을 마치고 손태승 회장은 즉시 그룹 CEO들을 화상회의로 소집해 그룹 비상경영위원회 긴급회의를 열었다. 

회의에서 손태승 회장은 "현재는 코로나19에 대한 재난 위기 대응을 넘어 그룹 경영 전반에 비상경영이 필요한 시점”이며 "기존의 위원회를 코로나19대응반, 경영리스크대응반, 민생금융지원반 등 3개 부문으로 확대 편성하라"고 지시했다.

또한 기업금융에 강점이 있는 우리금융그룹이 중소·소상공인은 물론 중견·대기업까지 포함한 코로나 피해기업 살리기에 앞장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손태승 회장은 "코로나19에 대한 재난 위기 대응에도 경각심을 유지하되 코로나로 인한 장기적 경기 침체를 상정하여 그룹사별로 최악의 경영환경에 대비한 시나리오까지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며 대응-회복-성장이라는 위기경영 단계에 맞춰 전 그룹사가 철저히 계획을 마련해달라고 당부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손태승 회장은 평소에도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실질적인 현안을 직접 챙기기로 유명하다"며 "회장 연임이 결정된 날 첫 행보로 '현장경영'과 '비상경영'을 선택한 것은 손태승 회장의 평소 경영철학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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