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하루새 50兆 증발... "日, 금융까지 때릴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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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하루새 50兆 증발... "日, 금융까지 때릴 가능성"
  • 오창균 기자
  • 승인 2019.08.0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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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 하루만에 50兆 증발, 코스피 1950선으로 급락
전문가들 "일본 금융보복 본격화되면 한국 경제에 큰 위기"
5일 블랙먼데이를 맞아 연중 최저치를 기록한 코스피
5일 블랙먼데이를 맞아 연중 최저치를 기록한 코스피

금융시장이 요동친다. 지난 2일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 후 어김 없이 검은 월요일(Black Monday)이 찾아왔다. 일본이 금융 분야로까지 보복 조치를 확대할 경우 시장이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패닉이다. 국내 증시가 하루만에 50조원 가까이 증발했다. 5일 코스피는 2% 넘게 떨어지며 1,950선으로 급락했다. 코스닥은 2년여만에 600선 아래로 주저앉았다. 하락장에서 사이드카까지 발동했다. 원·달러 환율은 1,210선까지 뚫고 올라갔다. 외환당국이 구두개입성 발언을 내놓자 환율 급등세는 그나마 진정되기 시작했다.

시장이 휘청이고 있지만 정부는 일본이 금융 보복 조치를 추가적으로 단행할 가능성은 높지 않으며 만약 현실화 되더라도 파급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사진=시장경제신문 DB
사진=시장경제신문 DB

금융위원회는 이날 일본계 은행이 한국 기업의 신용장(letter of credit) 보증을 제한하는 금융 분야 보복 조치를 할 가능성에 대해 가능성이 작고 실효성도 없을 것이라고 잘라말했다. 당국은 과거와는 달리 국내 은행의 신용도가 일본계보다 높아졌고 외화 보유액이 충분한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시각은 상반된다. 일본이 당장 금융 분야를 제재하지 않더라도 시장이 악화될 경우 상황이 예상과 달라질 가능성을 염두해야 한다는 의견이 쏟아진다.

한국으로 귀화한 한일관계 전문가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일본의 금융 보복이 본격화되면 한국 경제가 큰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은 한국 경제의 근간을 흔들 카드를 추가로 준비해놓았고 금융 보복 시 수출 규제인 화이트리스트 배제보다 충격파가 훨씬 더 클 것이라는 의견이다.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는 "일본은 아직 칼을 휘두르지 않았는데 금융 부문을 비롯한 진짜 경제 보복이 이뤄지면 한국의 피해가 훨씬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이 반일감정을 노골화할수록 일본도 혐한감정으로 줄달음칠 것이고 그것은 아베의 국수주의적 입장만 강화시켜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2일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를 앞두고 극과 극으로 벌어진 한일 양국의 주가 추이.
지난 2일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를 앞두고 극과 극으로 벌어진 한일 양국의 주가 추이.

특히 전문가들은 과거 IMF 외환위기를 돌아보며 일본계 저축은행·대부업계를 이용하는 주요 차입자가 소상공인과 저소득층 같은 서민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 지난 29일 금융감독원이 자유한국당 김종석 의원실에 제출한 일본계 금융사 여신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일본계 저축은행과 대부업체의 국내 대출은 17조4,10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저축은행과 대부업체 전체 여신의 22.7% 수준이다.

일본계 금융사가 자금 공급을 줄일 경우 서민 4분의 1 정도가 당장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얘기다.

업권별로 보면 일본계 저축은행 여신은 지난해 말 기준 10조7,347억원이다. 전체 저축은행 여신 59조1,981억원의 18.1% 비중이다. 문제는 SBI를 비롯해 일본계가 대주주인 저축은행이 국내 시장을 상당 부분 잠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부업계는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말 기준 일본계 대부업체의 여신은 6조6,755억원으로 전체 대부업 여신 17조3,487억원의 38.5%로 나타났다.

저축은행과 대부업체는 제1금융권에서 대출이 막히거나 한도가 꽉 찬 서민들이 찾는 곳이다. 만약 일본계 금융사가 한국에 등을 돌릴 경우 적지 않은 서민들이 불법 사채시장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크다.

일부 금융권도 일본 보복 조치의 영향권에 들어 있다. 국내 신용카드사와 캐피털사가 조달한 일본계 외화채권 자금은 6월 말 기준 55억6,000만달러(6조4,000억원)에 달한다.  

이들 자금은 여전사들이 대출채권을 자산으로 발행한 자산유동화증권(ABS)으로 미즈호나 미쓰비시파이낸셜그룹(MUFG) 등 일본계 은행이 인수한 달러 표시 외화채권이다. 금융권의 경우 여전사 발행 외화채권의 약 30~40%를 일본계가 보유한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당국은 일본계 금융사들이 한국 여전사에 대한 외화채권 인수 규모를 줄이더라도 자금 차환에 큰 어려움을 겪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한일 갈등이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게 되면 당초 예상보다 타격이 클 가능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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