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울상인데... 윤석헌 "끝없이 혁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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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 울상인데... 윤석헌 "끝없이 혁신하라"
  • 오창균 기자
  • 승인 2019.09.06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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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맹점수수료 인하에 카드사 위기... 당국은 여전히 모르쇠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사진=시장경제 DB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사진=시장경제 DB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카드사 대표들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윤석헌 원장은 끊임없는 혁신을 업계에 요구하는 등 원론적 수준의 언급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업계는 올해 초 정부의 가맹점수수료 인하 정책에 따라 수익성이 크게 악화돼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카드사들은 레버리지율 완화, 대형 가맹점 수수료 하한선 설정, 부가서비스 폐지 방안을 금융당국에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당국은 카드업계에 닥친 위기에 등을 돌린 채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6일 윤석헌 원장은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8개 전업카드사 최고경영자(CEO)와 오찬 간담회를 했다. 김주현 여신협회장도 자리에 배석했다. 정오에 시작한 비공개 간담회는 오후 1시 30분쯤까지 진행됐다.

윤석헌 원장은 간담회에서 "제4차 산업혁명의 거센 물결 속에서 카드업의 장기적인 생존을 위해서 끊임없는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카드사의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서 무엇보다 건전성이 중요하다"고 했다.

소비자보호 강화와 포용금융 실천에 동참해달라는 주문도 했다. 윤석헌 원장은 "일부 카드사에서 발생하는 고객 설명의무 불이행이나 카드대출 금리산정 문제와 같은 사례는 기업의 이미지 뿐만 아니라 카드업계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를 저하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카드업계는 상품 개발부터 판매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금융소비자의 관점으로 다시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취약계층의 불편함을 가중시키거나 의도치 않게 소비자 권익을 침해하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가 필요할 것"이라고도 했다. 

윤석헌 원장은 오찬 간담회가 끝난 뒤 업계에 어떤 내용을 주문했느냐고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별다른 답을 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

신한·삼성·국민·우리·하나카드 등 5개 주요사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7,09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1%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가장 하락폭이 큰 곳은 하나카드였다. 전년 동기 대비 34.7% 감소한 33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어 KB국민카드가 12% 감소한 1,461억원, 신한카드가 3.8% 감소한 2,713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우리카드와 삼성카드의 순이익은 665억원, 1,920억원으로 각각 1.6%, 1.2% 축소됐다.

카드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상반기 실적을 두고 "대형가맹점의 갑질과 정부의 무관심 속에서 비용을 줄여가며 가까스로 얻어낸 결실"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정부의 가맹점수수료 인하 정책으로 업황이 크게 꺾인 상황 속에서 카드사들이 순이익 감소율을 한 자릿수로 틀어막을 수 있었던 것은 영업점포와 인력을 대폭 감소한 결과였다.

현재 카드사들은 임대료·관리비·인건비 등을 줄이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영업점포 53개가 사라졌고, 6월 말을 기준으로 모집인을 900명 가까이 줄이기도 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윤석헌 원장이 오늘 간담회에서 카드업계의 애로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는 했지만 실질적 대책이 나오는 것을 기대하긴 어렵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하반기에도 경기부진으로 인한 연체율 상승 우려, 대형가맹점 수수료 환급 같은 가시밭길이 도사리고 있지만 수개월째 당국은 카드사들의 요구에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어 연말이 되면 업계에 상당한 위기가 닥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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