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25시] 2兆 더 벌고도 6백명 아웃?... '일자리 역주행' 건설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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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25시] 2兆 더 벌고도 6백명 아웃?... '일자리 역주행' 건설사들
  • 정규호 기자
  • 승인 2020.07.17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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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건설사 일자리 분석... 현산‧호반 역주행
현대‧포스코 등 돈 번 건설사 대부분 '고용' 늘려
HDC, 매출 1.4조 늘었는데 직원 수 273명 줄어
호반, 매출 8700억 증가에도 계약직 233명 감원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정부가 규제일변도 건설·부동산 정책을 지속 추진하면서 건설시장 전반이 위축된 가운데, 지난 한해에만 국내 10대 건설사 소속 근로자 수가 3200여명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HDC현대산업개발과 호반건설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수조, 수천억원 이상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근로자는 600여명을 감원시켰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개선된 다른 건설사들이 1500명 넘는 고용 증가를 기록한 사실과 대조적인 결과이다.

본지가 국내 시공능력평가 10대 건설사의 수익과 일자리 현황을 살펴본 결과, 10대 건설사 중 5개 건설사가 1500여명의 고용을 늘린 것으로 확인됐다. 고용을 늘린 5대 건설사는 현대건설(142명), 대우건설(355명), 포스코건설(182명), 현대엔지니어링(280명), 롯데건설(374명)이다. 이중 대우건설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크게 감소한 상태에서 355명을 추가 고용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국내 (주택 건설) 현장 증가로 관련 인력을 많이 채용했다”고 밝혔다. 실제 대우건설의 수주 잔고는 오름세다. 2018년 29조9000억원대에서 32조9000억원대로 늘었다. 신규 수주액도 2018년 9조5000억원대에서 2019년 10조6300억원대로 증가했다. 지금 당장 일을 해야 하는 현장이 많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대우건설은 최근 5조 규모 '나이지리아 LNG Train7'을 수주하는 등 해외 플랜트 부문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해외 플랜트 부문 고용 증가 가능성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아직까지 해외 사업으로 인한 고용 (창출)은  코로나19 때문에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코로나가 끝나는 대로 고용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올해 인력을 가장 많이 채용한 롯데건설은 “해외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서 고용을 크게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건설은 동남아 등 해외시장에서 활발한 수주 성과를 내고 있다. 이 회사는 올해 4월 베트남에서 3500억원 규모 6성급 호텔 'SND 스타레이크 프로젝트' 신축공사를 수주했다.

롯데건설은 대형 복합상업시설 개발 사업인 ‘롯데몰 하노이 프로젝트’, ‘롯데에코스마트시티 프로젝트’를 각각 하노이와 호치민 투티엠 지구에서 추진 중이다. 이 밖에 롯데센터 하노이도 준공절차를 완료했다. 

롯데건설은 그룹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이 발주하는 ‘인도네시아 석유화학공장 건설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롯데케미칼은 인도네시아 서부 자바섬 찔레곤에 위치한 석유화학공장 증설을 계획하고 있다. 예상 사업비는 약 5조원으로 수주 시 고용효과가 상당할 것이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현대건설은 2018년도와 2019년도 영업이익이 비슷한 규모이지만 근로자는 142명을 추가 고용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국내 도시정비사업 영향으로 인력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줄어든 대림산업과 GS건설, 삼성물산 등은 근로자 수가 줄었다. 

매출은 떨어지고 영업이익은 오른 대림산업은 858명을 감원했다. 대림 관계자는 “영업이익은 개선됐지만 매출은 감소했다. 매년 연초 희망퇴직제도를 운영 중이다. 자연감소분에 따른 결과치가 포함된 점도 감안해 달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나고 신규 채용이 이뤄지면 고용은 다시 증가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래픽디자인=김수정 디자이너
그래픽디자인=김수정 디자이너

◇돈 많이 번 ‘HDC현산‧호반’ 대규모 감원... 배경은?

대부분 건설사들은 매출 및 영업이익 지표를 바탕으로 고용을 늘리거나 줄였다. 돈을 많이 벌면 고용을 늘리고, 그 반대의 경우는 감원을 한 것이다. 다만 돈을 많이 벌었음에도 대규모 감원을 한 건설사도 있어 원인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먼저 시공능력평가 9위 HDC현대산업개발은 2018년 대비 2019년 매출은 1조4000억원, 영업이익은 2300억원 각각 증가했지만 근로자는 273명 감원했다. 감원 이유에 대해 HDC현산 관계자는 "현장 수 감소로 직원수가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10위 호반건설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8700억원, 235억원 늘었지만 전체 고용인원은 306명 감소했다. 정부 사업으로 성장해온 호반건설의 이 같은 행보는 조금 아쉽다. 호반건설은 정부 공공택지를 매입해 자체사업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올렸다. 

2008∼2018년 LH가 분양한 아파트 용지 473개 중 44개(9.3%)를 호반건설이 싹쓸이했다. 상반기 대한주택건설협회 회원사가 7827개사인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라고 할만한 성적표다. 호반건설은 이를 위해 계열사 43개사를 설립했는데, 그중 20개사 이상이 직원 10명 미만이었다. 일자리 창출 측면에서 본다면 기대치를 밑돈다는 지적이 나올만 하다. 다만 호반의 경우, 계약직 근무기간 종료에 따른 자연 감소를 제외하고, 회사가 인력규모를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일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반건설 사옥. 사진=호반그룹
호반건설 사옥. 사진=호반그룹

호반건설의 고용형태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계약직 비중이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이 회사의 계약직, 정규직 현황을 살펴보면 ▲2016년 정규직 205명 계약직 249명 ▲2017년 정규직 199명 계약직 319명 ▲2018년 정규직 240명 계약직 301명 ▲2019년 정규직 495명 계약직 668명 ▲2020년 정규직 422명 계약직 435명을 기록했다. 최근 5년간 정규직이 많았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호반건설은 감원도 계약직 위주로 진행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정규직 대비 3배 이상의 계약직을 감원했다(정규직 73명, 비정규직 233명). 10대 건설사 중 이런 고용 형태를 보이는 곳은 호반건설이 유일하다.

건설사들이 계약직을 채용하는 주된 이유로 ‘전문 인력’을 꼽을 수 있다. 건설, 플랜트, 토목 등은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건설사들이 이들 인력을 분야별로 상시 채용하는 건 부담이 너무 크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프로젝트별 계약직을 채용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해외 플랜트 사업에 강점을 가진 건설사일수록 계약직 채용이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노동부 관계자도 “건설업 특성상 수주한 프로젝트별로 요구되는 기술이 다르고, 모든 부문에 대한 전문인력을 보유할 수 없어 필요시 프로젝트 특성에 맞는 인력을 계약직으로 활용 중”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호반건설은 해외 사업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정규직 일자리는 줄이고, 상대적으로 해고가 용이한 계약직을 다수 채용하는 고용 형태는 논란의 여지가 적지 않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고용노동부 공시가 ‘3월 31일 근무하는 자’ 기준으로 특정되다 보니 감원이 이뤄진 것처럼 보이는 것일 뿐 실제로 소속 직원 수가 줄지는 않았다. 회사에서 감원이나 희망퇴직제도를 시행하지도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래픽디자인=김수정 디자이너
그래픽디자인=김수정 디자이너

◇HDC현산 ‘여성 근로자’ 무덤되나... ‘여성 위주’로 감원

감원 내용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일부 건설사의 경우 ‘여성인력’ 감원이 두드러졌다. 대부분 건설사의 고용 증감은 매출 혹은 영업이익 개선 여부와 밀접한 연관성을 나타냈다. 특별히 성별에 따른 고용 증감은 눈에 띄지 않았다.

반면 HDC현산과 호반건설은 여성 근로자 감원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HDC현산의 올해 고용 감소분 273명 중 여성은 104명이었다. 정규직 여성 근로자는 3명, 계약직 여성근로자는 101명이었다. 이는 10대 건설사 중 가장 높은 수치다.

HDC현산 근로자의 남녀 근로자 비율은 ‘85대 15’다. 호반건설은 306명 감원 중 55명이 여성 근로자였다. 호반의 남녀 근로자 비율은 ‘84대 16’이다. 대우건설은 355명을 추가 고용하면서 여성 인력을 뽑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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