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반포15차서 대림 꺾은 호반... '1군 건설사' 굳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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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반포15차서 대림 꺾은 호반... '1군 건설사' 굳히기
  • 정규호 기자
  • 승인 2020.04.24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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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 22표, 대림 18표... "삼성물산만 아니었다면 수주 했을 것"
호반 "강남3구 외에도 서울 전지역 진출 할 것"
20일 서울 구반포역 인근 엘루체컨벤션 로비에서 호반건설 관계자들이 주황색 점포를 입고, 합동설명회에 참석하는 조합원들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호반건설
20일 서울 구반포역 인근 엘루체컨벤션 로비에서 호반건설 관계자들이 주황색 점포를 입고, 합동설명회에 참석하는 조합원들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호반건설

호반건설이 신반포15차 수주전에서 고배를 마시며 강남 입성의 꿈이 좌절됐다. 하지만 대림산업을 이기면서 ‘1군 건설사’ 이미지를 굳힐 전망이다. 특히, 업계 1위 삼성물산 복귀전만 아니었다면 신반포15차를 수주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23일 서울 구반포역 인근 엘루체컨벤션 6층 실내에서 열린 신반포15차 시공사 선정 정기총회서 조합원 181명 중 166명이 투표한 결과 삼성물산이 126표, 호반건설이 22표, 대림산업이 18표를 획득했다.

신반포15차 수주전은 당초 삼성과 대림의 2파전이 될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호반이 대림을 제치며 2위를 기록해 건설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신반포15차 바로 옆에는 우리나라 최초로 평당 1억원을 남는 아파트가 있다. 바로 대림산업이 지은 ‘아크로리버파크’다. ‘아크로’는 대림산업의 프리미엄 아파트 브랜드다. 결과적으로 대림은 ‘최고가 아파트’,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2가지 무기를 갖고 신반포15차 수주전에 참여했지만 호반에게 졌다.

익명을 요구한 A건설사 관계자는 “삼성과 대림의 2파전으로 예상됐다. 삼성물산이 국내 주택사업에 복귀하지 않았다면 신반포15차는 호반이 가져간 것으로 봐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호반건설은 그동안 강남 입성 의지를 적극적으로 밝혀왔다. 신반포15차 수주전에 참여한 이유도 강남 입성 때문이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싼 땅은 ‘강남3구’다. 그중에서도 가장 비싼 땅이 ‘반포’다. 이 땅에 세워진 아파트는 그 자체만으로도 브랜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자연스럽게 ‘최고 브랜드’, ‘최고 아파트’라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고, 집값이 오른다는 기대도 충족시켜준다. 호반건설이 강남을 그토록 원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호반건설에게는 최고 부자 강남 조합원들을 매료시킬 아파트 브랜드가 없는 상태였다. 호반건설은 호남에 기반을 둔 종합건설사로 차근차근 몸집을 불려왔다. 2019년부터 시공능력평가 기준 10대 건설사로 들어오면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호반건설의 아파트 브랜드는 ‘호반 써밋’이다. 더 에이치, 자이, 래미안, 아크로 등의 브랜드가 즐비한 서울 사람들, 특히 강남 사람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브랜드다. 여기에 호반건설은 미상장된 기업이다. 강남주민들에게는 호남 건설사, 2군 건설사로 보일 수밖에 없다.

이처럼 브랜드 파워에서 밀리는 호반건설이 신반포15차 수주전에 쓴 전략은 ‘파격적 조건’이었다. 이 전략은 통했다.

호반건설이 조합에 제시한 공사비는 약 2513억 원(부가세 포함)이며 경쟁사와 달리 390억 원 규모의 무상품목이 포함됐다. 탄탄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연 0.5% 사업비 대출이자도 제시했다. 한도 없이 사업비 전체를 직접 조달하고 최저금리를 적용해 조합원들의 부담을 줄인 것이다. 특히, 조합원들이 선분양, 후분양 가운데 유리한 시기를 직접 선택할 수 있는 '분양시기(피크타임) 선택제'는 그야말로 역대급 제안이었다.

이번 수주전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호반건설은 2016년 신반포7차, 방배경남아파트, 2017년 방배14구역에 이어 강남권 재건축 수주전에서 잇따라 고배를 마시게 됐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제안만 놓고 보면 우리의 것이 가장 좋았다. 하지만 조합원들 중에 어르신 분들이 많아서 복잡한 이자, 대출, 분양 방식의 장점이 제대로 통하지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호반건설은 강남 입성의 꿈은 좌절됐지만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린 만큼 서울 재건축 사업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박철희 사장은 23일 기자들과의 미팅서 ‘강남3구 외에도 서울 다른 지역에도 진출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서울 전역, 대도심권은 전부 진출할 계획을 갖고 있다”며 “지방은 점점 규모가 적어지고 있고, 메이저 건설사들의 지방 진출이 활발한 상태에서 어느 한 곳에 얽매일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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