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억 부실채권 털기' 안간힘... 효과 나타날까 [위기의 저축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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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0억 부실채권 털기' 안간힘... 효과 나타날까 [위기의 저축銀]
  • 정우교 기자
  • 승인 2023.12.15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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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원 규모 개인 NPL, 우리F&I에 매각..."민간엔 최초"
연체율·매각익·충당금 환입 기대하나...급한 불 끈 것일 뿐
업계 차주 지원 속도 내지만...국회는 뒷짐, 당국은 미온적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저축은행업계가 부실채권(NPL)을 덜어내고 연체율을 낮추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1200억원에 달하는 개인 무담보 NPL을 민간 유동화 전문회사에 매각하고 취약 차주를 지원하는 자체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이는 업계 불황을 회복하려는 자구책의 일환으로 실제 건전성을 회복하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저축은행중앙회는 최근 1200억원 규모 NPL을 민간업체인 우리금융F&I에 이달 중 매각한다고 밝혔다. 매각가율은 기존 캠코 매입률표 기준 매각 가격에 비해 약 130% 인상된 수준이라고 전해진다. 

저축은행 NPL을 민간 유동화 전문회사에 판 건 최초다. 저축은행은 지금까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만 NPL을 매각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고금리 장기화로 저신용자의 상환 여력이 나빠졌고, 저축은행이 갖고 있던 부실채권도 계속 불어나면서 이를 하루빨리 털어내야 하는 필요성이 생긴 것이다. 

더욱이 3분기 저축은행 79곳의 NPL 비율 평균도 6.8%로 작년 4.3%보다 크게 뛰었다. 소액신용대출을 공개한 35개사의 평균 연체율도 전년 대비 1.1%포인트 상승한 11.27%를 기록했다. 이때 소액신용대출액은 16.2% 늘어난 1조879억원으로 나타났다. 

여러 지표가 악화되자 금융당국은 개인 부실채권 매각 채널을 민간으로 확대했고, 그 결과 올해 7월 ▲우리금융F&I ▲하나F&I ▲대신F&I ▲키움F&I ▲유암코 등 민간 유동화 전문회사 5곳에 매입을 허용했다. 이 역시도 업계의 지속적인 요구가 반영된 결과로 전해진다.  

저축은행업계는 이번 매각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이다. 당장 연체율 안정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또 채권 회수를 통한 매각익이나 대손충당금 환입(비용 절감) 효과도 바라볼 수 있다. 다만 어디까지나 건전성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급한 불을 끈 것일 뿐, 문제를 완전히 해결한 건 아니라는 미온적 입장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민간 회사가 NPL을 사들인 것을 두고 "채찍과 당근을 동시에 받았다"라고 빗댔다. 금융당국이 부실채권을 줄이기 위해 규제를 완화했고 그 결과 '숨통'은 트였지만, 업계는 매각 이후 건전성 관리 강도를 더 높이라는 당국의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와 별개로 저축은행업계는 그간 취약차주를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오고 있었다. 

상생금융을 실천하는 동시에 차주 상환여력을 끌어 올려 건전성을 개선하려는 게 주된 목적이다. 일례로 저축은행중앙회는 채무조정 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SBI저축은행은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지난 6개월 간 취약차주 4000명에게 원금유예, 금리인하 등을 실시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러한 노력만으로 부실 우려를 잠재우기 어렵단 목소리도 있다. 특히 저축은행 채무자가 채무를 이행·관리하도록 돕거나 금리인하요구권을 보완하는 상호저축은행법이 개정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렇지만 개정안은 2020년 첫 발을 뗀 후 3년째 계류 중이다. 국회의 '뒷짐'이 아쉬운 부분이다.  

또 제도를 적극적으로 개선하려는 금융당국의 노력도 추가로 필요하다. NPL 인수를 민간회사에 맡겼던 것처럼 부실 처리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두고 한 관계자는 "개인NPL 말고도 부동산PF 리스크는 만약 현실화될 경우 (이 리스크는) 저축은행업계 전반으로 빠르게 퍼질 수 있다"며 지난 2011년 발생했던 '저축은행 사태'를 거론했다. 

이 저축은행 사태의 시발점도 부동산PF 대출에서 비롯됐다. PF대출을 받은 건설사들이 당시 금융위기로 부도가 나면서 저축은행들도 연쇄 영업정지를 받았고, 이로 인한 부실과 고객 피해는 전방위적으로 확산됐다. 

이 관계자는 "저축은행 사태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제도적인 점검은 지난 10년간 이미 끝냈을텐데, 부실 우려가 다시 부각되고 있는 현재 상황을 단순히 모니터링하겠다는 건 개선책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가 짚은 건 지난 11일 금융위원회(금융위)의 '금융시장 현안 점검·소통회의'에서 나온 내용이다. 금융위는 이날 9월말 금융권 부동산PF 연체율이 2.42%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 분기에 비해 0.24%포인트 상승한 수준으로 저축은행의 경우 0.95%포인트 뛴 5.56%로 나왔다. 증권(13.85%) 다음 두번째로 높지만 금융위 자료에선 언급되지 않았다. 

금융위는 PF연체율이 업권 전체로 확대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면서도 리스크가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시장상황에 대해 밀착 모니터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이에 대해서도 "점검하고 모니터링하는건 개선이 아니라 현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뜻과 마찬가지"라며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업계를 둘러싼 문제·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뚜렷한 대안을 빠른 시일 내 제시해야 한다"고 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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