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쌍용건설 '공사비 분쟁' 분기점 맞나... "내년 재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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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쌍용건설 '공사비 분쟁' 분기점 맞나... "내년 재검토"
  • 정규호 기자
  • 승인 2023.12.15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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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건설, KT 판교 사옥 시공비에 물가 인상 반영 요구
1차 정산 9월, 잔금 12월, 물가 인상분 171억 남아
KT "물가 변동 배제 특약" 주장하다 최근 재검토 의견
쌍용건설의 지난 10월말  판교KT 신사옥 공사비 갈등 규탄 시위 모습. 사진=쌍용건설
올해 10월 경기 판교 KT 신사옥 공사 현장에서 쌍용건설이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사진=쌍용건설.

KT가 쌍용건설의 ‘판교 사옥’ 시공비 물가 인상 비용 반영 요구에 대해 “내년에 긍정적 검토를 해보겠다”고 밝혀 사태가 분기점을 맞을지 주목된다.

쌍용건설은 12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KT가 분쟁조정위원회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지켜보자고 요청해와 광화문 KT사옥 앞 2차 시위를 준비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앞서 10월 말 쌍용건설은 물가 인상 비용 반영을 요구하면서 KT 판교 신사옥 앞에서 시위를 벌인 바 있다.

KT 역시 본지와의 통화에서 “건설 시장의 환경 변화를 인지하고 있고, 시공사의 요구사항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해당 현장은 판교 제2테크노밸리에 위치한 ‘KT 신사옥 신축공사’로 지하 4층, 지상 12층 규모다. 2020년 당시 7개 건설사와의 치열한 경쟁을 거쳐 최종 공사비 967억원으로 쌍용건설이 단독 수주했다. 약 31개월의 공사 기간을 거쳐 올해 4월 준공됐다. 그러나 쌍용 측은 신종 코로나 사태, 전쟁 등 불가피한 사유로 공사비가 증액됐다며 이를 반영해 달라는 요구를 해왔다.

KT는 그동안 쌍용건설의 공사비 인상 요구에 ‘거부’ 의사를 명확히 밝혀왔다. 앞서 2022년 7월부터 올해까지 쌍용건설은 KT 측에 수 차례 공문을 통해 물가 인상분을 반영한 공사비 171억원(VAT포함) 증액 요청을 호소했다. KT는 도급계약서상 ‘물가 변동 배제 특약(물가 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을 배제한다는 규정)’을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KT가 근거로 내세운 대법원 판례는 2017년 12월 21일 선고된 ‘부당이득금 반환 등(2012다74076)’ 전원합의체 판결이다.

국가·공기업이 사기업 등과 공공 계약을 체결하면서 물가 변동에 따라 계약 금액을 조정하도록 한 국가계약법 관련 조항 적용을 배제하는 내용을 합의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쌍용건설은 지난 10월 말 KT 판교 신사옥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당시 쌍용건설은 “도급계약 체결 이후 불가항력적인 요인인 코로나, 전쟁 등으로 각종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이에 따른 자재 반입 지연, 노조 파업, 철근콘크리트 공사 중단 등 추가적인 악조건들이 발생하면서 공사 원가가 크게 상승했다”며 “그 결과 하도급 재입찰은 기본이고 원가보다 200% 이상 상승된 하도급 계약 사례도 발생하는 등 171억원이 초과 투입됐다”고 주장했다.

쌍용 측은 나아가 “대기업 발주처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물가 상승과 환율 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이 불가하다는 ‘부당 특약’ 조건을 고집하며 공사비 인상을 거부해 시공사와 하도급 업체에 피해가 발생했다”고 KT를 비난했다. 이어 “국토교통부 민간 공사에 대한 계약금액 조정 등의 업무 지침, 건설산업기본법 등을 근거로 ‘건설공사비지수’에 따라 조정 금액을 요구한 것은 정당하다”고 부연했다. 이후 쌍용건설은 10월 30일 국토교통부 건설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고, 협상 의지가 없을 시 광화문 KT사옥 앞에서 2차 시위를 진행하겠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한편, 건설업계에선 ‘새로운 CEO’가 이번 사안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KT는 11월 30일 김영섭 CEO를 새롭게 맞이하고, 첫 번째 인사 개편을 발표했다. 이번 개편에서 '상생 협력 담당'이 CEO 직속으로 편입됐다. 기존 경영지원 부문 산하에 배치돼 있던 인재실(CHO)을 독립시켜 CEO 직속으로 편입한 것이다. 조직 개편으로 파트너사인 쌍용건설과의 공사비 분쟁은 CEO가 직접 챙겨야 하는 상생 업무로 부상한 셈이다.

다만, 문제는 형평성이다. KT는 쌍용건설 외에 다른 건설사들에서도 공사비 증액을 요구받고 있기 때문이다. 한신공영이 올해 초 준공한 '부산 초량 오피스텔 개발사업(KT에스테이트 발주·도급액 519억원)', 현대건설이 2025년 3월 준공을 목표로 시공 중인 'KT 광화문빌딩 웨스트(WEST) 사옥(도급액 1800억원)', 롯데건설이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 준공 예정인 '롯데캐슬 이스트폴(도급액 6141억원)' 등이 대표적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물가 변동 배제 특약’ 사항이 계약에 포함돼 있기는 하지만 코로나, 전쟁 같은 불가항력적 요소를 KT가 외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양측이 어느 정도 상생할 수 있는 협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의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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