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스타트업 기술탈취 의혹... "하이오더, 티오더 베꼈다" 피소
상태바
KT, 스타트업 기술탈취 의혹... "하이오더, 티오더 베꼈다" 피소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3.11.07 12: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티오더, 오프라인 점포 '테블릿 주문 플랫폼' 1위
올초 KT와 업무협약... 서빙로봇과 시스템 연동
이후 양측 갈등... KT 자체서비스 '하이오더' 출시
티오더, 기술탈취 주장... 검찰에 고소장 접수
KT "사실 무근... 구체적 언급은 않겠다"
前대표 당시 '사법리스크'에 김영섭 신임대표 대응 주목
작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 시행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작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 시행 모습. 사진=연합뉴스

<편집자 註> 올해 10월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서는 중소기업·스타트업에 대한 대기업의 ‘기술탈취’ 이슈가 도마 위에 올랐다. 우리 산업계 전반에 걸쳐 매년 되풀이되는 ‘고질병’이지만 해법은 요원하다. 기술탈취 가해 기업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전형적인 솜방망이 처벌, 막대한 소송비 등은 억울한 중소기업·스타트업을 양산하는 원인으로 지적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태블릿 주문 플랫폼' 스타트업 티오더가 KT를 상대로, 수사기관에 ’기술탈취‘(영업기밀 침해 등) 혐의 고소장을 접수해 주목된다. 양사는 불과 8개월여 전인 올해 2월만 해도 ’인공지능(AI) 서비스 로봇 연동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며 대대적 홍보에 나선 사실이 있다. 티오더의 태블릿 주문 시스템과 KT 서빙로봇을 연계한다는 구상이었다.

’장밋빛‘ 전망이 나오던 양사간 협력은 ’없던 일‘이 됐다. 티오더 측은 태블릿 주문 플랫폼 사업 경험이 없는 KT가 자사의 기술과 운영 노하우를 위법하게 빼내, 자체 서비스 ’하이오더‘를 론칭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ESG와 상생 경영을 강조한 KT는 스타트업의 기술과 노하우를 먹튀한 공룡 기업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시장경제>가 티오더-KT간 기술탈취 의혹의 전모를 살펴봤다. 

테이블오더 업체 티오더의 태블릿PC 단말기. 사진=티오더 홈페이지 캡쳐
티오더의 태블릿PC 단말기 화면. 사진=티오더 홈페이지 캡처. 

 

티오더, '기술탈취' 혐의로 KT 고소한 까닭은?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티오더는 KT 법인과 구현모 전 대표이사, 임원 이 모씨 등 세 명을 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업무방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의혹의 중심에는 KT가 올해 5월 선보인 ’하이오더‘가 있다. 이 서비스는 음식점 고객이 각각의 테이블에 설치된 태블릿으로 직접 주문·결제를 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코로나 이후 비대면 주문이 확산됨에 따라, KT는 신사업으로 테이블 오더 플랫폼에 주목했다. 이는 당시 구현모 대표가 내세운 디지털전환(DX) 전략에도 부합했다.  

문제는 ’하이오더‘ 출시 전, KT가 업계 중소기업인 티오더와 업무 협력에 나선 사실이 있다는 점이다. 티오더는 국내 태블릿 주문 플랫폼 시장에서 점유율 65%로 1위를 달리고 있는 강소기업이다. 티오더는 KT와의 업무협력 과정에서 자사의 테이블 오더 시스템 관련 기술과 노하우가 유출됐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티오더의 기술과 영업기밀을 빼낸 KT가 그 내용을 바탕으로 자체 서비스 '하이오더'를 개발했다는 것.

티오더 측은 양사 협력을 먼저 제안한 곳은 KT라고 주장했다. 구체적 제안 시점은 올해 6월. 테블릿 서비스 관련 공동사업을 제안하며 업무 미팅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티오더 관계자들은 같은 달 중순쯤 서울 종로에 위치한 KT 본사를 방문해 미팅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KT 상무급 인사를 포함 임직원 8명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KT는 ’보안상 이유‘를 들어 티오더 회의 참석자들의 노트북 등 전자기기 반입을 불허했다고 한다. 반면 KT 임직원은 모두 노트북을 지참했다.  

사진=KT '하이오더' 브로슈어 캡쳐
사진=KT '하이오더' 브로슈어 캡처.

 

양사 사업협력, 끝내 틀어져... 경쟁사 된 KT

미팅에서 KT는 티오더 측 직원들에게 ▲테이블 오더 사업의 수익성 ▲월간 태블릿PC 출고량 ▲태플릿 제품 사양 ▲CS 유형 및 설치 매뉴얼 ▲POS 연동 기술 노하우 등 구체적 정보를 캐물었다고 한다. 

티오더 측은 고소장에서 "자체 브랜드를 론칭할 계획이 없다는 KT 임원의 말을 믿고 민감한 기술 현안과 영업비밀을 털어놨다"고 밝혔다. 

티오더는 고소장에서 "미팅 이후 한달도 채 되지 않아 KT가 태도를 바꿨다"고 주장했다. 티오더 측은 "당사가 플랫폼을 개발하면, 종합적인 기획·통합 운영은 KT가 하겠다는 통보였다"며, "티오더의 이름을 지우라는 요구나 다름없었다"고 부연했다.

KT가 정황상 '보복성 조치'로 의심할만한 행위를 했다는 주장도 곁들였다. 티오더 서비스 가입 매장의 KT 인터넷 회선 수를 최대 15개로 제한했다는 것이다. 좌석 수가 많은 음식점의 경우, 일부 서비스를 시행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회사 측은 주장했다. 티오더 측은 "KT의 부당행위로 65~85억원 가량의 매출 감소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사진=KT
사진=KT.

 

KT "일방적 주장, 전혀 사실 아냐"... 구체적 답변은 거부

KT는 이같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시장경제>와의 통화에서 KT관계자는 "사실이 아닌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다"며 "기술탈취 의혹 등은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KT 측은 "티오더와 사업 협력을 논의한 것은 사실이나 서로 원하는 부분이 맞지 않아 종료됐을 뿐"이라고 답했다.  KT 관계자는 "티오더 측이 우리 회사에 넘겼다는 자료들은 해당 기업의 홈페이지 등 인터넷에 다 공개된 내용"이라며 "기본적으로 기술탈취 주장은 성립될 수 없다"고 말했다. 

미팅 과정에서 KT가 티오더 직원들의 노트북 반입을 금지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이 이어졌다. KT 관계자는 "당사는 외부 전자기기를 반입하기 전, 일정 절차를 거치도록 돼 있다"며 "이는 사옥을 방문하는 모든 이들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팅에서 KT직원들만 노트북 등 전자기기를 사용하고, 티오더 측은 사용하지 못했다는 주장은 과장됐다"며 "만약에 티오더가 노트북을 지참하겠다고 미리 연락을 줬다면 조치했을 것"이라고 했다. 

KT측은 회사 임원이 "자체 브랜드로 테이블 오더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 없다"고 발언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곡해된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회사 관계자는 "구체적 사안에 대해서는 상세한 답변을 드리기 어렵다"고 입장을 전했다.

사건을 접수한 검찰이 본격 수사에 나설 경우, KT의 ’사법리스크‘ 그림자는 한층 짙어질 수도 있다. KT는 올해 8월 말 공석 중이던 CEO 자리에 김영섭 전 LG CNS 대표를 선임하고 조직 정비에 나섰지만 ’일감몰아주기 의혹‘ 등에 연루된 전임 구현모 대표의 흔적이 여전히 남아있다.


관련기사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