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계열사' 많은 대방·제일건설... 본사 채용공고엔 "계열사 갈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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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계열사' 많은 대방·제일건설... 본사 채용공고엔 "계열사 갈수도"
  • 정규호 기자
  • 승인 2022.12.08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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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떼입찰 이어 채용절차 논란
'본사 명의' 채용 공고... '계열사 입사' 안내
업계 "본사 명의 계열사 채용 있을 수 없어"
"처우나 복리, 본사와 계열사 전혀 달라"
페이퍼컴퍼니 이용한 벌떼입찰로 시장 교란
'대방건설, 본사 직원 1명이 계열사 9곳 등재' 적발
대방건설이 지난 달 마감한 경력 및 신입 경력지 채용 공고문.  '모집구분에 따라 대방건설(주) 관련 계열사로 채용돌 수 있음'이라고 기재돼 있다.
대방건설이 지난 달 마감한 경력 및 신입 채용 공고문. '모집구분에 따라 대방건설(주) 관련 계열사로 채용돌 수 있음'이라고 기재돼 있다.
제일건설이 올해 진행한 경력직 채용 공고문. '계열법인으로 입사될 수 있다'고 기재돼 있다. 해외건설 부문은 이러한 조항을 찾아볼 수 없었다.
제일건설이 올해 진행한 경력직 채용 공고문. '계열법인으로 입사될 수 있다'는 문구가 포함돼 있다. 해외건설 부문 채용에선 이런 문구를 찾아볼 수 없다.

사실상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페이퍼컴퍼니를 계열사로 편입, 이들을 통해 공공택지소유권을 손에 쥐는 이른바 '벌떼입찰'이 건설업계 주요 현안으로 떠오른 가운데, 대방건설과 제일건설이 신입·경력직 사원을 채용하면서 안내문에 '계열사로 채용될 수 있다'는 문구를 넣은 것으로 확인돼 적절성 논란을 빚고 있다. 사전 안내를 한만큼 정상적인 사업을 영위하는 계열사로의 발령 자체는 문제될 것이 없어 보인다. 다만 두 기업과 동일계열로 묶인 계열사 상당수가 페이퍼컴퍼니나 다름이 없다는 점은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사안이다. 두 기업 계열사 중 직원이 한명도 없거나 '매출 0원'인 기업이 상당수에 달했다.

두 건설사는 페이퍼컴퍼니 수준의 계열사를 수십 곳 만든 뒤, 이들을 통해 LH 공공택지 입찰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시장질서를 교란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벌떼입찰 관련 위법 시비 차단과 비판 여론 희석을 목적으로, 신규 입사자를 실체도 없는 계열사로 발령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절차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LH가 시행하는 공공택지 입찰은 '로또 당첨'에 비견되곤 한다. 한 필지만 낙찰을 받아도 적게는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 대의 이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방건설과 제일건설 등 일부 중견건설사들이 사회적 비판을 감수하고 페이퍼컴퍼니를 동원해 벌떼입찰에 나서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대방건설과 제일건설의 채용 공고문을 살펴본 결과 양사 모두 ‘계열사 발령’ 가능성을 열어뒀다. 먼저 대방건설 공고문을 보면, '모집구분에 따라 대방건설(주) 관련 계열사로 채용 될 수 있음', '모집구분에 따라 대방산업개발(주) 및 관련 계열사로 채용될 수 있음'이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제일건설은 '본 채용은 제일건설 및 계열법인에서 함께 진행하고 있으며 최종합격 후 계열법인으로 입사될 수 있습니다'라고 안내했다. 해외 부문 채용에선 '계열사 채용' 문구를 찾아볼 수 없었다. 두 기업은 신입 혹은 경력을 가리지 않고 동일한 방식의 채용을 여러 해 걸쳐 진행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방건설, 제일건설이 본사명으로 공고를 올리고 계열사로 채용될 수 있다는 문구를 삽입한 것은 벌떼입찰의 정당성을 갖추려는 시도"라고 꼬집었다.
 

대방건설 본사 직원 1명이 계열사 9곳 등재 

대방건설 계열사는 올해 5월 기준 총 45개사이며 이 중 임직원 5명 이하의 계열사는 35개로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했다. 직원이 한명도 없는 계열사는 12곳, 직원 수가 1명인 기업은 9곳으로 집계됐다. 자기자본이 부채를 초과한 자본잠식 상태 계열사는 14곳, 매출이 0원인 계열사는 18곳, 당기순손실 계열사는 25곳이었다. 

제일건설도 다르지 않다. 제일건설 종속기업 16곳 중 4곳은 '부채'가 '자산'(자본+부채)을 초과하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있었다. 당기 매출이 0원인 계열사는 5곳, 당기순손실을 기록 중인 기업도 9곳이었다. 비율로 따지면 16개 종속기업 중 완전자본잠식 기업이 25%, 매출이 0원인 기업이 약 30%, 당기순손실 기업이 약 60%에 달했다.

대방건설과 제일건설의 채용 방식은 업계의 관행과 비교해도 이례적이다. 복수의 건설사 관계자들은 “모기업과 처우가 다르기 때문에 계열사로 채용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벌떼입찰의 시장 질서 교란 위험은 이미 현실로 드러났다. 경기도는 지난해 1월부터 3월까지 ‘아파트용지 벌떼입찰 단속 시범조사’를 벌였다. '2020년도 LH 아파트용지 낙찰 건설사' 3곳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대방건설 직원 1명이 페이퍼컴퍼니 계열사 9곳에 직원으로 등재된 사실이 적발됐다. 경기도에 따르면 대방건설 본사 사무실에는 하자보수팀만 근무하고 있었고, 같은 층 텅 빈 사무실에 위장 계열사 9곳이 이름만 걸어두고 있었다. 

사회적 지탄에도 불구하고 ‘벌떼입찰’은 올해도 재현됐다. 국민의힘 유경준 의원실이 올해 9월 공개한 '2022년 공공택지 낙찰 내역'을 보면, LH가 분양한 44필지 가운데 대방건설은 7필지를 낙찰받았으며, 이 중 4필지(인천영종 A21·A22, 양주고읍 C13, 홍성 도청이전신도시 RL-6)는 벌떼입찰로 판명됐다. 벌떼입찰에 동원된 대방건설 계열사는 디비종합건설, 디비주택, 대방산업개발, 엘리움건설, 엔비건설 등이었다.

대방건설 관계자는 “채용은 통상적인 그룹 채용과 유사하며 벌떼입찰과는 무관하다. 그 외 자세한 내용은 국가기관의 요청이 있을 시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제일건설은 회사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답변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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