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준비 해야 하나"... '평가맨' 김영섭 내정에 KT 술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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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준비 해야 하나"... '평가맨' 김영섭 내정에 KT 술렁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3.08.16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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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통'에 자타공인 'ICT 전문가'
능력·성과우선주의... AI에 진심
전 회사서 시험 성적과 연봉 인상 연동
'기술 역량 평가', KT 도입 여부 주목
'디지코 경영' 기존 틀 유지... 순항할 듯
자기 색 강해... 기존 구성원과 갈등 가능성도
지난해 10월 당시 김영섭 LG CNS 대표이사가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에 대한 국정감사장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0월 당시 김영섭 LG CNS 대표이사가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에 대한 국정감사장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사진=연합뉴스

“시험 준비를 잘 하셔야 할 겁니다.”

김영섭 전 LG CNS 사장과 함께 보조를 맞춘 적이 있는 업계 핵심 관계자의 말이다. 그는 김영섭 체제 KT가 출범하게 되면, 임직원들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이 같이 귀띔했다. 

KT가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김 전 사장을 내정한 가운데, 향후 KT에 대대적인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전망된다. 정통 ‘LG맨’ 출신인 김 후보자는 ‘재무통’이자, ICT 기술에도 해박한 인사로 알려져 있다. 자기만의 색깔이 강해 변화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기존 KT 구성원들과 적지 않은 갈등을 빚을 것이란 우려 섞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시험’이란 김 후보자가 LG CNS 사장에 재직하며 2019년부터 도입한 '기술 역량 레벨 평가제도'를 뜻한다. 회사 경영에 있어 ‘기술’을 중시하는 김 후보자의 성향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 제도는 직원의 업무 전문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나이 및 직급에 상관없이 인사에 반영하는 파격적 방식이었다. 김 후보자가 KT 대표이사 자리에 안착할 경우, 성과·능력 우선주의에 따른 인사가 이뤄질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김 후보자는 이달말 예정된 임시주총에서 의결 참여 주식 60% 이상 찬성표를 받아야 한다. 찬성한 비율이 전체 주식의 25%를 넘으면 정식 선임된다. 
 

'경영공백' 마침표 찍을까... 인사 물갈이 '기준' 주목 

KT는 구현모 전 대표의 연임 불발과 윤경림 전 사장의 낙마로 약 6개월간 초유의 ‘경영공백’에 놓였던 만큼, 산적한 경영 현안을 풀어내는 것이 선결과제다. ‘첫 단추‘로는 인사적체 해소 방안이 거론된다. 

2021년 11월 이후 임원인사가 제때 이뤄지지 못하면서 현재 승진 대기 중인 상무보급 인원만 4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자가 2015년 LG CNS 사장으로 부임한 뒤, 맨 처음 착수한 것도 '조직 쇄신'이었다. 그는 급변하는 환경에 발바르게 대처해야 한다며 대대적인 부서 통폐합을 지시했다. 직원 인사에 있어서도 전례를 찾을 수 없는 방식을 도입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일례로 김 후보자는 LC CNS 대표를 맡은 후 “이 회사 직원이라면 AI 시스템 구축 프로그램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며 전 직원 연봉과 시험 성적 연동 방침을 밝히고 이를 실행에 옮겼다. 

앞서 설명한 ’기술 역량 레벨 평가‘는 임직원들의 연봉·승진에 있어 매우 중요한 척도였다. 학부 출신과 경력 여부, 내부 서열 등에 관계없이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얻은 직원은 높은 연봉을 보장받았다. 연봉 인상률 산정 과정에 기술 역량 레벨 평가를 100% 반영했기 때문이다.  

일부 직원들의 반발에 부딪히기도 했지만, 김 후보자는 평가 결과를 연봉 산정에 반영한다는 방침을 밀어붙였다. 

사진=KT
사진=KT

 

DX 기반 신사업 '적임자'... 국민연금 '문턱' 넘어야    

KT의 대표 성장전략 중 하나인 DX(디지털 전환)는 ‘김영섭 체제’ 아래서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KT는 구현모 전 대표 재임 시절 신사업 핵심 키워드로 '디지코(DIGICO, 디지털 플랫폼 기업)'를 앞세웠다. 구현모를 상징한 디지코는 DX를 기반으로 한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KT 임직원들 사이에는, 어렵게 자리잡은 '디지코 경영'의 기본틀이 유지·발전되기를 희망하는 분위기가 널리 퍼져 있다. 그만큼 '디지코 경영'에 대한 내부 구성원들의 지지는 높다.

이런 사정을 고려할 때, 김 대표는 적임자라고 할 수 있다. 그는 LG CNS 대표로 재임하면서 DX를 기반으로한 신사업 추진에 강한 의욕을 나타냈다. 김 대표 취임 후 회사는 'DX 전문기업'을 표방하면서 AI 관련 연구개발에 투자를 집중했다. 

다만, 아직까지 김 후보자의 KT 대표직 선임을 낙관하기는 이르다. 김 후보자도 이를 의식한 듯 몸을 한껏 낮췄다. 그는 이사회에서 차기 대표 최종 지명을 받고도, 별도의 소감문을 발표하지 않았다. 임시 주총이 끝날 때까지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KT는 포스코, KT&G 등과 함께 '주인 없는 소유 분산 기업'으로 분류된다. 이들 기업은 법제상 민간기업이나 사실상 공기업과 같은 이미지를 안고 있다. 오너가 따로 없는 소유 분산 기업은 그 성격상 구성원들이 모럴헤저드에 빠질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 있다.

윤 대통령은 올해 초 금융위원회 업무보고 마무리 발언에서 "(국민연금공단의) 스튜어드십은 소유가 분산돼 지배구조 구성 과정에 모럴해저드가 일어날 수 있는 경우엔, 적어도 그 절차와 방식에 있어 공정하고 투명하게 해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해당 발언을 두고, 업계에선 사실상 KT를 지목한 것이란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에서도 '건강한 지배구조 개선위원회'(이하 개선위) 출범을 준비하는 등 이른바 '소유 분산 기업'에 대한 영향력 강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KT는 연임을 준비하던 구 전 대표가 물러나고 뒤이은 윤 전 사장도 스스로 최종 후보 자격을 내려놓으면서 호된 시련을 겪고 있다. 

김 후보자가 소감문조차 발표하지 않은채 자세를 낮춘 배경을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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