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 속 성장' 중책... 양종희 키맨,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줌人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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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 속 성장' 중책... 양종희 키맨,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줌人CEO]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3.12.15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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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한 ‘변화’보다는 ‘안정’에 무게추
이재근 행장, 1년 연임... 과제 산적
경영전문성에 수평적 리더십 갖춘 '덕장'
ESG 경영 및 사회공헌 활동에도 주력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사진=KB국민은행 제공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사진=KB국민은행 제공

“지금은 이재근 행장이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있다.” 올해 9월 윤종규 당시 KB금융 회장이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행장 경험이 없는 양종희 차기 회장에 대한 우려를 일축하면서도, 이재근 행장에 대한 굳건한 신임을 드러낸 대목이다. 

KB국민은행을 2년간 이끌어 온 이재근 행장이 1년 더 ‘노란 넥타이’를 멘다. 양종희 회장 체제 출범 이후, 첫 인사로 이 행장을 낙점하면서다. 지난달 30일 KB금융지주는 ‘계열사 대표이사 후보 추천 위원회(대추위)’를 열고 차기 국민은행장 후보로 이 행장을 추천했다. 절차상 내년 3월 주주총회 의결이 남아있긴 하지만, 그간의 경영 성과를 감안하면 연임은 무난할 전망이다. 

그러나 이 행장의 앞에 놓인 1년의 여정은 결코 녹록지 않다. 금융권 전반에 걸쳐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점차 가중되고 있는데다, 고금리 장기화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정부의 ‘상생금융’ 정책 기조에도 발맞춰야 한다.

당장 내년 초부터 손실이 현실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홍콩H지수 연계 ELS 사태 수습과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 정상화 등 해결과제도 산적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행장의 연임은 급격한 ‘변화’보다는 ‘안정’에 무게추를 둔 양종희 회장의 복안이 반영된 것으로 여겨진다. 

대추위가 이 행장을 추천한 이유에 대해 "내년에도 쉽지 않은 경기 전망과 상생금융 구현 등 은행의 중요 현안을 대응하는데 있어 안정적인 조직 관리가 필요하다“며 ”장기적이고 일관성 있는 경영전략 추진에 중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힌 사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사진=KB국민은행
사진=KB국민은행

 

'리딩뱅크' 입지 다진 영업·재무통... '디지털 전환'에 박차

이 행장은 2022년 1월 취임 이후,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며 ‘리딩뱅크’ 입지를 다진 1등 공신으로 평가받는다. 영업, 재무, 전략 등 주요 핵심 직무에 대한 풍부한 경험 및 고객과 시장, 영업 현장에 대한 폭넓은 식견을 바탕으로 주요 사업별 성장 전략을 추진할 수 있는 강점을 갖췄다는 게 내부의 중평이다. 

1966년생인 이 행장은 2022년 초 취임 당시 시중은행장 중 가장 젊은 56세였다. 금융권 CEO 중에선 보기드문 이공계 출신 인사이기도 하다. 그는 서강대 수학과를 졸업한 후 KAIST 대학원 금융공학 MBA 학위를 취득했다. KB금융 내에선 은행 영업그룹 이사부행장, 은행 경영기획그룹 전무, 지주 재무총괄(CFO) 상무 등 여러 요직을 두루 거쳤다. 

‘숫자’에 밝고, 영업과 재무 분야의 전문성까지 갖춘 이 행장은 무엇보다 국민은행의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했다. 특히,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금융플랫폼 기업으로서의 도약을 천명하고, 미래성장을 위한 사업모델 강화에 각별한 공을 들였다. 

올해 초 이 행장은 신년사에서 “위기적 경영환경 극복을 위해서는 '기본과 원칙'의 바탕 위에서 미래 성장을 견인할 '실력'을 키워 더 큰 도약을 도모하는 '용수철 같은 자세'가 필요한 때”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 같은 이 행장의 내실 경영 기조에 힘입어 국민은행의 실적은 ‘껑충’ 뛰었다. 국민은행의 2021년 기준 순이익 규모는 2조5908억원 수준이었으나, 이 행장 취임 이후인 지난해에는 2조9960억원으로 15.6% 급증했다.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한 2조855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시중은행 중 가장 많은 순이익 규모다. 연말까지 모멘텀이 꾸준히 지속될 경우, 올해 국민은행이 거둬들일 순이익만 3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행장은 연임 이후에도 KB스타뱅킹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전환’ 고도화에 한층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빅테크’ 기업 및 인터넷 은행 등과의 주도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다는 구상이다. 

KB스타뱅킹 앱은 이 행장의 지휘 하에 ▲KB스타뱅킹 ▲KB스타뱅킹 미니 ▲KB스타알림 ▲리브 ▲리브똑똑 ▲리브메이트 ▲KB마이머니 등 6개 계열사 70여개 핵심 서비스를 모두 아우르며 ‘슈퍼앱’으로 진화하고 있다. 월간활성사용자(MAU) 수는 9월말 기준으로 은행권에서 가장 많은 1162만명을 기록했다.   

인도네시아 KB부코핀은행 전경. 사진=시장경제DB
인도네시아 KB부코핀은행 전경. 사진=시장경제DB

 

위기에서 기회를 본 '승부사'... 부코핀銀 정상화 기대감

현장·실행 중심의 소통 경영 및 세대를 아우르는 수평적 리더십, 안정적인 조직관리 역량 등도 이 행장의 강점으로 꼽힌다. 올해 신년사에서 이 행장은 '이청득심(以聽得心)'을 강조하기도 했다. '겸손한 자세로 경청할 때 상대방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이 행장의 리더십이 빛난 대표적 사례로는 ‘9to6 뱅크’ 사업이 있다. 이 사업은 지난해 3월부터 국민은행이 추진하고 있는 역점사업이다. 기존 오후 4시까지였던 영업점 운영시간을 저녁 6시까지 연장했다. 현재 전국 82개 국민은행 지점이 9to6 뱅크로 지정, 운영되고 있다.

이 행장이 부행장이던 시절부터 준비한 이 사업은 직원 출근 시간을 오전·오후조로 나누는 방식으로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실현했다. 이 과정에서 이 행장과 직원 간 꾸준한 소통이 주효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은행들이 코로나 이후 ‘비대면’에 집중할 때, 대면 영업 패러다임의 혁신을 밀어붙였던 이 행장의 혜안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결과적으로 국민은행은 대면·비대면 영업채널에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성과를 올렸다. 

자칫 ‘애물단지’로 전락할 뻔했던 인도네시아 KB부코핀 은행도 정상화 궤도에 접어드는 모습이다.

국민은행은 2020년경 총 8135억 원을 들여 지분 67%를 확보하며 부코핀은행의 최대주주가 됐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대규모 부실채권 등이 발생하는 등 지난해 8000억 원이 넘는 지분법 손실을 봐야 했다. 

그럼에도 글로벌 사업의 중요성을 인식한 이 행장은 부코핀은행 정상화의 고삐를 바짝 쥐었다. 이 같은 의지에 힘입어 부코핀은행은 올해 상반기 KB국민은행 연결 재무제표 기준 3090억 원의 영업수익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54.5% 증가한 수치다. 반기 순이익은 84억 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나아가 신규 대출 영업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성장한 151.3%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도 부코핀 은행에 대한 긍정적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한편, 내년 1월부터 새로운 임기를 시작하는 이 행장은 은행의 ‘사회적 책임’ 실천에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간 국민은행의 ESG 경영 내재화를 추진해 온 이 행장은 지난해 신년사에서 “ESG 경영과 사회공헌에서도 진정성 있는 모범 기업 시민이 될 것”이라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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