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KB국민은행, 영업점 71곳 '소규모 점포'로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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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KB국민은행, 영업점 71곳 '소규모 점포'로 바꾼다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4.01.19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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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영업 비중 늘면서 영업점 슬림화 추진
취급 금융업무 제한적... 中企·소상공인은 불편
지난 1년만에 국민은행 영업점 77곳 문 닫아
KB국민은행이 직원의 생활편의를 위해 복지연금을 중도 인출할 수 있는 제도를 은행권 처음으로 시행한다.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KB국민은행이 영업점 71곳을 소규모 점포로 만드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시중은행이 대대적으로 영업점을 줄이고 나선 것은 업계에서도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일부 지점을 전환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이번처럼 전체의 10%에 달하는 영업점을 한 번에 출장소로 전환하는 사례는 전무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비대면 은행 업무 비중이 점차 늘고 있는 가운데, 영업점을 출장소 또는 소규모 점포로 대체할 경우 운영비용 절감 효과를 얻는 만큼 ‘묘수’라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소규모 점포는 어디까지나 상주인력이 영업점의 절반 가량에 그치는 데다, 취급하는 금융업무도 제한적이다. 금감원이 시중은행의 영업점 폐쇄 방침에 제동을 걸자, 이에 대한 대안으로 소규모 점포 전환 방안을 꺼내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미 KB국민은행 내부에선 영업점의 소규모 점포 전환 지침이 하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영업점 '체급감량' 나선 KB국민은행... 중소기업·소상공인은 불편

17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지난 10일 71개 영업점에 대해 소규모 점포 전환 방침을 하달했다. 최근에는 영업점 370여곳에 대한 지점장 인사를 냈다.

KB국민은행에서는 각 점포를 영업점, 소규모 점포 또는 출장소, PB센터, 대기업금융센터, 복합점포 등으로 구분하고 있다. 이 중에서 일반적으로 지점은 영업점을 말한다. 소규모 점포와 출장소는 지점에서 관리하는 형태다. 

영업점에 필요한 직원수는 영업점이 10명 내외라면, 출장소는 3~4명 이하의 직원을 두도록 돼 있다. 다만, 소규모 점포의 경우에는 출장소보다는 소폭 많은 인력이 운영된다는 부분에서 구분된다. 

최근 KB국민은행을 비롯한 시중은행들은 영업점 수를 줄이기 위한 ‘체급감량’에 들어간 모습이다. 3년여 간의 코로나 팬데믹 기간을 거치면서 비대면 영업 비중이 높아진데다, 이후 경기침체 등으로 인한 이른바 ‘돈맥경화’ 현상이 불거지면서 운영비용 감축이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30일 기준 KB국민은행의 국내 점포 수는 총 796곳이다. 이 중 지점은 702곳, 출장소는 94곳으로 명시돼 있다. 그러나 전년 같은 기간에는 지점 779곳, 출장소 77곳 등 총 856곳이었다. 단 1년만에 영업점은 77곳이 문을 닫은 반면, 출장소는 17곳이 늘어난 것이다. 

은행 입장에선 영업점을 소규모 점포 또는 출장소로 전환하면, 인건비와 임대료 등 고정비용을 아낄 수 있다. 이는 은행 실적 개선에는 유의미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거의 모든 금융업무를 소화하는 영업점과 달리 소규모 점포 및 출장소는 지점장이 없어 중소기업 대출과 소호대출 등의 업무는 취급하지 않는다. 예·적금이나 신용대출 같은 개인 여신 등으로 업무가 한정된다. 출장소 비중이 늘어날수록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의 금융 접근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영업점 폐쇄 대신 소규모 점포·출장소 전환

이번 KB국민은행의 대대적인 점포 축소 방침은 이재근 행장의 경영방침과 맞닿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룹 내 재무 전문가로 통하는 이 행장은 경영 및 비용 효율화를 위해 꾸준한 영업점 슬림화 전략을 추진해 왔다. 이 같은 이 행장의 경영방침에 대해 최근의 디지털 전환 흐름과도 맞아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이 행장이 추진하는 영업점 축소 방침이 지나치게 일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영업점 축소는 경영사항인 만큼, 지시가 내려지면 임직원들은 따를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이 때문에 2021년 12월 차기 은행장 내정자로 당시 이재근 부행장이 내정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노조에선 내정자 사퇴 촉구 투쟁을 벌이며 대립각을 세운 바 있다. 이 부행장 재임 시기인 2020년 한해 동안 83개 점포가 문을 닫았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노조는 "점포 폐쇄 과정이 강압적이고 독단적으로 이뤄졌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급격한 영업점 축소를 추진하는 데 대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잖다. 인력감축을 수반해야 하고, 공공적 성격을 띄고 있는 은행이 이윤 추구에만 지나치게 집중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시각이다.

부정적 여론이 점차 확산되면서 올해 4월 금융감독원과 은행연합회는 ‘은행 점포 폐쇄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무분별한 점포 폐쇄에 제동을 걸기도 했다. 고령층 등 금융 소외계층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지난해 11월 "2020년 이후 600여개 가량 점포가 사라졌다“며 ”소외계층 접근성 제고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렸는데도 KB국민은행은 올해 상반기에 60개가 넘는 점포를 폐쇄했다"고 작심발언을 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KB국민은행을 비롯한 은행권은 영업점 폐쇄 대신 출장소나 소규모 점포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우회하는 모습이다. 일종의 차선책이라는 지적도 나오지만, 은행들은 비대한 규모의 기존 영업점 수를 재편해야 한다는 점에서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편으로, KB국민은행이 영업점 축소에 따른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안을 내놓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이 행장은 지난해 3월부터 기존 오후 4시까지였던 영업점 운영시간을 저녁 6시까지 연장하는 ‘9to6 뱅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전국 82개 국민은행 지점이 9to6 뱅크로 지정, 운영되고 있다. 고령층 고객을 위한 특화 영업점 ‘KB 시니어 라운지’도 운영 중이다. 

정오부터 오후 1시까지 개인 창구 전 직원이 근무하는 ‘점심시간 집중근무제’도 지난해 말부터 서울 영업점 5곳에서 첫 선을 보였다. KB국민은행은 이 제도를 6개월 가량 시범 운영하고, 향후 전국 영업점 확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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