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의 재발견"... 코리아나미술관, 개관 20주년 기념 기획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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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의 재발견"... 코리아나미술관, 개관 20주년 기념 기획전
  • 최지흥 기자
  • 승인 2023.09.1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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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4일부터 11월 30일까지 기획전 개최
걷기라는 일상적 행위 안무적 몸짓 해석
5개국 현대미술가 7인 작품 15점 전시
전시와 함께 다양한 연계 프로그램 마련
코리아나미술관이 개관 20주년을 기념해 ‘걷기’라는 일상적 행위를 안무적 몸짓으로 해석한 5개국 현대미술가 7인/팀의 작품 15점으로 구성된 국제기획전 ‘Step X Step’을 9월 14일부터 11월 30일까지 개최한다고 13일 밝혔다. 사진=코리아나화장품
코리아나미술관이 개관 20주년을 기념해 ‘걷기’라는 일상적 행위를 안무적 몸짓으로 해석한 5개국 현대미술가 7인/팀의 작품 15점으로 구성된 국제기획전 ‘Step X Step’을 9월 14일부터 11월 30일까지 개최한다고 13일 밝혔다. 사진=코리아나화장품

코리아나미술관이 개관 20주년을 기념해 ‘걷기’라는 일상적 행위를 안무적 몸짓으로 해석한 5개국 현대미술가 7인/팀의 작품 15점으로 구성된 국제기획전 ‘Step X Step’을 9월 14일부터 11월 30일까지 개최한다고 13일 밝혔다.

전시 제목에 반복해서 쓰인 ‘스텝(step)’은 ‘걸음, 걸음걸이’를 뜻하는 단어이자 춤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로서 발의 움직임을 의미한다. 이번 전시는 여기에는 걷기와 춤추기의 행위를 교차해서 보여주고자 한 기획의도가 반영됐다.

이번 기획전 ‘Step X Step’에 참여한 작가들은 ‘걷기의 인문학’의 저자 리베카 솔닛의 언급처럼 ‘걷기라는 행위가 얼마나 창조적이며 동시에 혁명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코리아나미술관은 지난 20년간 지속적으로 ‘신체(body)’라는 주제를 다각도로 조망하는 심도있는 기획으로 다양한 전시와 프로그램을 선보여 왔다. 2013년 개관 10주년을 기념하는 기획전 ‘퍼포밍 필름’을 통해서는 신체 움직임을 무빙 이미지로 제시하는 영상 작품을 선보이며 당시 아트인컬처에서 진행하는 ‘올해의 전시 TOP 10’ 1위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이이후에도 ‘댄싱 마마’(2015), ‘더 보이스’(2017), ‘아무튼, 젊음’(2019), ‘프로필을 설정하세요’(2021) 등 ‘신체’를 둘러싼 시의 적절한 담론을 이끌어 내는 전시를 기획해왔다.

이러한 고유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코리아나미술관은 전시 ‘Step X Step’에서도 인간이 지닌 두 다리를 경유해 나타나는 몸의 움직임과 그것이 지닌 ‘수행성(Performativity)’에 주목하고 퍼포먼스에 담긴 다양한 문화적 의미작용을 전하고 있다.

특히 이번 전시는 타임지의 ‘세계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선정되는 등 동시대 중요한 예술가로 꼽히는 브루스 나우만(Bruce Nauman)의 초기 스튜디오 실험 영상 ‘콘트라포스토 자세로 걷기’(1968)와 ‘과장된 태도로 정사각형 둘레를 걷기’(1967-68)를 국내에서 함께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제공한다.

나우만은 모더니즘의 완결된 오브제로서의 작품 개념에 반하여 자신의 신체를 매체로 삼아 ‘행위(activity)로서의 예술’을 탐구하고 기록했다. 서양 조각상에 주로 쓰이던 콘트라포스토 자세처럼 자신의 두 손을 깍지 껴 뒷목에 대고 엉덩이를 씰룩이며 좁은 복도를 힘겹게 오가던 나우만의 행위는 당대 안무가와 시각예술가들에게도 큰 영향을 끼쳤다.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1994), 베를린영화제 은곰상(2005)을 수상하는 등 영화계에서 일찍이 이름을 알리고, 영화와 미술의 경계를 허물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거장 차이밍량(Tsai Ming-liang)의 2012년작 ‘행자(行者, Walker)’ 또한 주목해 볼만한 작품이다.

감독의 페르소나라 할 수 있는 배우 이강생이 붉은 법의를 입고 홍콩의 도심 곳곳을 맨발로 아주 느리게 걷는 행위는 그 자체로 행위 예술적이다. 쇼츠 등 빠르고 짧은 호흡의 영상 컨텐츠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이 극도의 느림의 미학이 어떤 의미로 다가갈지가 관람 포인트이다.

또한 2007년부터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해 온 아티스트 듀오 폴린 부드리/레나테 로렌츠(Pauline Boudry/Renate Lorenz)의 영상설치작 ‘거꾸로 움직이기(Moving Backwards)’는 2019년 제58회 베니스 비엔날레 스위스관 대표 작품으로 첫 공개되었으며, 국내에서 최초로 전시된다.

일주일 전 개막한 제35회 상파울로 비엔날레 출품작이기도 한 해당 작품을 한국에서 동시간대에 함께 볼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다. 영상과 함께 댄스플로어와 조명이 설치된 공간 전체가 하나의 작품으로, 영상 내부와 외부의 경계를 허물며 관객들을 작품으로 초청한다.

현재 리움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국내 작가 강서경의 새로운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작년 홍콩 CHAT(Centre for Heritage, Arts and Textile)에서 열린 기획전에서 선보인 후, 한국에서는 처음 소개되는 ‘자리 검은 자리 — 동 — cccktps’ 연작으로, 작가가 홍콩 초등학생들과 함께 진행한 워크숍 결과물을 기반으로 제작한 자수 작품 7점이 지하 2층 전시공간 중앙에 설치됐다.

한편 미술관은 관람객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미술관을 찾은 관람객들을 위한 상설 체험 프로그램 ‘나의 스텝, 우리의 춤’이 전시의 마지막 공간에 마련됐다. 이 곳에서는 강서경의 ‘자리 검은 자리 — 동 — cccktps’연작의 주요 요소인 ‘정간보’를 활용한 종이 위에 자신이 상상한 스텝과 움직임을 그려볼 수 있으며, 아카이브존에서 주제 관련 도서 및 자료를 살펴볼 수 있다.

연계 프로그램으로 10월 12일에는 이한범 미술평론가의 토크가 진행되고 11월 2일에는 서지은 코리아나미술관 책임 큐레이터의 토크가 예정돼 있다. 또한 11월 중에는 안무가 송주원과 함께 전시장 안에서 걷기를 수행하는 관객 참여 퍼포먼스인 ‘걷는 몸’이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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