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에 쌓인 한진그룹 일우재단 '장학사업' [공익법인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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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에 쌓인 한진그룹 일우재단 '장학사업' [공익법인等]
  • 시장경제 최유진 기자, NGO저널 박주연 기자
  • 승인 2023.10.17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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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 일우재단 공익사업 현황 분석①]
이명희 이사장 취임후 주목적사업 '문화예술'로
공익사업 중 '해외 장학사업' 비중 절반 넘어
"몽골-캄보디아서 장학생 선발, 국내 대학 유학"
"장학생 선발은 각국 정부와 대사관이 맡아"
캄보디아 대사관 "일우재단 업무 관여 않는다"
몽골 대사관 "메일로 질문해 달라"... 답변 없어
공시자료와 재단홈피에 '사업개요'만... 실체 모호
'연도별 지원 현황', '1인당 지원 금액' 등 정보 제공 거절
제주도 서귀포시에 위치한 제동목장 앞 출입금지 표지판. 사진=시장경제
제주도 서귀포시에 위치한 제동목장 진입로 표지판. 사진=시장경제

<편집자 註> 공익법인 운영 투명성은 공정 사회로 나가는 지름길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시민단체들의 다양한 주장이 분출되는 현 시점에서, 우리 사회 곳곳에 자리 잡은 공익법인의 역할과 의미는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하다. 공익법인은 '공익법인설립에관한법률'에 근거하지만 ‘공익법인등(等)’은 상속증여세법상 시행령에 규정된 학교법인, 복지법인, 의료법인, 지정기부금단체 인정을 받은 사단법인·재단법인, 기타 비영리민간단체 등을 모두 아우르는 개념이다. <시장경제>는 <NGO저널>과 함께 공익법인의 발전적 방향 모색을 위해 ‘공익법인等’ 시리즈를 연재한다. 
 

한진그룹 산하 공익법인 일우재단 취재는 순탄치 않았다. 재단이 밝힌 공익목적사업 중 가장 중요해 보이는 해외 장학사업의 운영 성과조차 접근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재단이 국세청에 제출한 공시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정보는 공익목적사업의 개요, 동 사업 연간 지출금액, 수익 및 기타사업의 연간 재무실적, 그룹 계열사 내부거래 대상과 전체 규모 등이다. 

공익목적사업 지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장학사업의 연도별 지원 인원, 1인당 평균 지원금액, 국내 대학별 유학 인원 등 기본적인 사항은 물론이고 수익·기타 사업의 실체, 특수이해관계인(법인 포함)과의 구체적 거래 관계, 재단 출연재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제주도 제동목장 운영 실태 등은 공시자료상 확인할 수 없었다.

공시자료와 재단 소개 홈페이지 내용을 취합해 보니 공익목적사업의 얼개가 나타났다. ▲재단이 몽골과 캄보디아 현지 중고생(추정)의 한국 유학을 주선 내지 지원하고 있다는 점 ▲서울 중구 소공동 소재 대한항공 건물에 전시공간(일우스페이스)을 운영 중이란 점 ▲1년에 한 번 '일우사진전'이란 전시행사를 개최하고 3명의 수상 작가에게 수천만원의 상금을 수여한다는 점 등이다.

재단은 기자의 취재 요청에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혔다. 

"법령에 따라 매년 국세청에 결산보고서를 제출하고, 공시를 하고 있다. (보고서를 제외한 그밖의 사항을 공개해야 할 의무가 없으므로) 추가 자료는 제공하지 않겠다." 
 

사업 재원은 제동목장... 제주 신공항 개발 호재로 가치 급등  

일우재단은 1991년 고(故)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가 '21세기 한국연구재단'이라는 이름으로 설립했다. 이듬해 한진그룹 계열사 한국공항(전 제동흥산)은 제주도 서귀포 제동목장을 재단에 기증했다. 제동목장은 재단의 공익사업을 지탱케하는 기본 재산이다. 재단은 제동목장 일부를 대한항공과 한진칼 등 계열사에 임대, 그 수익을 공익사업 운영에 쓰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제주도 한가운데 위치한 제동목장은 기업 소유 비업무용 부동산 매각 등에 초점을 맞춘 노태우 정부의 5·8경제조치 직후, 기증 형태로 재단에 귀속됐다. 260만평 규모의 목장은 제주 전체 면적의 약 1%를 차지한다. 이곳은 제주 제2공항 예정 후보지와 가까운 위치에 있어, 신공항 추진이 실현될 경우 막대한 개발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현지 부동산 업계의 전언이다. 

재단 설립 당시 200억원으로 예상됐던 제동목장 공시지가는 지난해 일우재단 감사보고서 기준 1330억원으로 상승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제동목장의 실제 가치를 최소 5000억원 이상으로 보고 있다. 현재 제동목장에서는 1200여 마리 이상의 한우와 육우를 사육하고 있으며, 경주마도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동목장에 대해서는 한진 오너 일가와 얽힌 몇 가지 이야기가 있다. 내부에 오너 일가 전용 별장이 있다는 설이 대표적이다. 같은 맥락에서 외부 VIP를 맞이하기 위한 그룹 영빈관이 존재한다는 설도 있다. 일각에서는 표현이 다를뿐 같은 용도의 건물을 지칭하는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사실이라면 해당 건물의 소유와 사용 현황이 문제될 여지도 있다. 제동목장은 전체 부지 중 일부를 일반에 공개하고 있으나 대부분의 내부 시설은 외부인 출입이 엄격하게 통제되고 있다.  
 

재단 핵심사업은 '해외 유학생 지원'... 실체 확인 안 돼 

설립 당시 재단의 공익목적사업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장학사업'으로, 서울시교육청 비영리법인으로 등록됐다. 현재 이름으로 재단 명칭이 변경된 시점은 이명희 전 이사장이 취임한 2009년이다. 주된 공익목적사업이 '문화예술사업'으로 바뀐 시점도 이때이다. 재단은 등록 주무부처도 문화체육관광부로 이전했다.

사진=일우재단 공시 자료 캡처
사진=일우재단 공시자료 캡처

주된 목적사업을 문화예술로 변경했지만 일우재단은 사업비용 중 절반 이상을 '해외장학사업(공익목적사업 코드 2500)'에 쓰고 있다.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총 11억1346만원의 사업수행비용 중 절반 이상인 6억8100만원이 몽골, 캄보디아 장학사업을 위해 집행됐다. 문화예술사업 집행 비용은 2억7000만원이었으며, 공개되지 않은 '그외사업'으로 1억5000만원을 지출했다. 문제는 해외 장학사업의 실체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일우재단 홈페이지를 보면 몽골, 캄보디아 등에서 장학생을 선발해 인하대, 항공대, 한림대, 이화여대에 진학시키는 사업을 추진 중인 것으로 보인다. 학비뿐만 아니라 생활비까지 지원하고 있으며, 이들 국가에서의 장학생 선발은 각국 정부와 몽골·캄보디아 한국대사관이 공동 진행하는 것으로 재단은 소개하고 있다. 

재단 홈페이지에는 2020년 7월 몽골 장학사업과 관련된 내용이 마지막으로 게시됐다. 게시글에는 몽골 현지에서 일우재단 장학생 한국어 연수를 담당하는 메리워드수녀원 원장 수녀의 메일 내용이 포함돼 있다. 확인 결과 동 내용은 2010년부터 2011년까지 진행된 '몽골 울란바타르 메리워드 종합교육복지센터 부설 한국어교실' 사업 관련 사안이었다.

사진=일우재단 홈페이지 캡처
사진=일우재단 홈페이지 캡처

지금으로부터 12년전 내용을 마지막으로, '장학사업 개요'를 제외하고 그 구체적 활동 내역을 알 수 있는 정보는 공시된 결산보고서에도, 재단 홈페이지에도 없다. 

재단 관계자는 "홈페이지는 2020년 7월 일괄 개편으로 이전에 등재된 내용이 그대로 업로드된 것"이라며 "구체적 사업은 결산보고서에 기재돼 있다"고 답변했다.

장학생 선발을 해당 국가 대사관이 공동 진행한다는 재단홈페이지 내용도 추가 확인이 필요해 보인다. 주한 캄보디아 대사관 관계자는 "일우재단의 캄보디아 장학생 선발과 관련된 업무는 하지 않고 있다"고 회신했다. 주한 몽골대사관 측은 일우재단 장학생 선발 기준과 절차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답변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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