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TV로 돈 벌 궁리... '멍때린' 교육부 [공익법인等-을지학원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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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TV로 돈 벌 궁리... '멍때린' 교육부 [공익법인等-을지학원①]
  • 시장경제 정규호 기자, NGO저널 박주연 기자
  • 승인 2023.12.15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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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학원의 무리한 연합뉴스TV 인수 시도 결국 ‘무산’
방통위 결정 전 사전 검토만 했었어도… 교육부의 무책임 행정도 문제
재발 막기 위해 사립학교법 등 현행법 ‘사각지대’ 개선해야

<편집자 註> 공익법인 운영 투명성은 공정 사회로 나가는 지름길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시민단체들의 다양한 주장이 분출되는 현 시점에서, 우리 사회 곳곳에 자리 잡은 공익법인의 역할과 의미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공익법인은 '공익법인설립에관한법률'에 근거하지만 ‘공익법인등(等)’은 상속증여세법상 시행령에 규정된 학교법인, 복지법인, 의료법인, 지정기부금단체 인정을 받은 사단법인·재단법인, 기타 비영리민간단체 등을 모두 아우르는 개념이다. <시장경제>는 <NGO저널>과 함께 공익법인의 발전적 방향 모색을 위해 ‘공익법인等’의 현주소를 살펴본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보도전문채널 연합뉴스TV 최대주주로서 방송사업을 학교 경영을 위한 수익사업으로 삼으려던 을지재단의 시도는 무산됐으나 여파는 이어지고 있다. 이른바 ‘을지사태’로 불리는 이 사건으로 특히 사립학교법의 허점과 주무관청인 교육부의 관리 감독 방치 등 사립학교 관리 난맥상을 그대로 보여줬다는 평가다.

앞서 보도전문채널 연합뉴스TV 2대 주주로 소액주주 지분을 사들여 최대주주로 방송통신위원회에 최다액출자자 변경 신청을 넣었던 을지재단의 계획은 지난달 29일 방송통신위원회의 승인보류로 무산됐다. 을지재단은 이 같은 결정에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 신청을 철회했다.

방통위가 대주주 변경승인 심사와 관련해 구성한 심사위원회는 "(을지학원은)연합뉴스와 연합뉴스TV의 대표자 겸임으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나 방송의 공적책임 등을 안정적으로 수행하면서 연합뉴스로부터 독립할 수 있는 구체적 계획을 제시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유상증자, 자금대여, 연합뉴스와의 협약개선 등을 재원확보 방안으로 제시했으나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 채널명 변경으로 인한 시청자 권익과 브랜드 가치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가 미흡하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을지대학교 홈페이지 캡처
을지대학교 홈페이지 캡처

 

“방통위 검토 이전 교육부 차원에서 문제 제기 했어야”

그러나 을지재단의 연합뉴스TV 대주주 등극 시도는 방통위 결정 이전 교육부 차원에서 제동을 걸었어야 했던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막대한 추가자본이 투여될 수 있는 방송사업을 학교법인이 학교 경영을 위한 수익사업으로 삼으려는 자체가 큰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사립학교법 제6조 1항은 ‘학교법인은 그가 설치한 사립학교의 교육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그 수익을 사립학교의 경영에 충당하기 위하여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이하 "수익사업"이라 한다)을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을지학원이 을지병원으로부터 연합뉴스TV 지분 60만 주를 무상으로 넘겨받고 소액주주 주식까지 매수해 지분 30.08%를 확보, 연합뉴스TV 최다액출자자가 되려 한 것도 이 법을 근거로 한 것이다. 즉, 을지학원이 연합뉴스TV 경영권 확보를 통해 수익사업을 하려고 했던 것이다.

실제로, 일부 언론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지난달 10일 개최한 을지학원 이사회 회의록에는 을지학원이 연합뉴스TV에서 얻은 수익금을 학교 경영에 사용할 계획이라며 "학생 수의 급격한 감소에 따라 교육 경영의 재정난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학교법인 수익사업의 다각화로 수익사업을 확충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연합뉴스TV 수익금이 을지대 유지·운영을 위한 법정충당금 충당, 교육환경 개선 등의 재정 안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이사회 회의록에 명시됐다.

연합뉴스TV 최다액출자 신청을 한 을지재단과 기존 최다주주였던 연합뉴스는 이로 인해 큰 갈등을 빚었다.
연합뉴스TV 최다액출자 신청을 한 을지재단과 기존 최다주주였던 연합뉴스는 이로 인해 큰 갈등을 빚었다.

하지만 사립학교법 제46조(수익사업의 정지명령)에는 관할청(교육부)가 ▲ 해당 학교법인이 그 사업으로부터 생긴 수익을 그가 설치한 사립학교의 경영 외의 목적에 사용하였을 때 ▲ 해당 사업을 계속하는 것이 그 학교법인이 설치ㆍ경영하는 사립학교의 교육에 지장을 줄 때 해당 학교법인에 수익사업 정지를 명할 수 있다.

즉, 을지학원의 방송사 운영 수익사업으로 인해 학교 교육에 지장을 주면 교육부가 수익사업 정지를 명하고 취소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럴경우 학교운영은 물론 방송사 경영 양쪽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게 된다.

특히 방송사업은 방송의 공적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 경영 안정성을 위한 지속적인 투자가 필수인 영역이다. 방통위가 방송사업자 승인·재허가 심사를 할 때 재원확보 계획 등 재무안정성을 검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처음부터 무리한 시도… 주무관청인 교육부 무사안일의 결과”

문제는 을지학원이 방송사업에 뛰어들면 재원 문제 등으로 학원경영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물론 법인과 회계가 달라 임의로 학교법인의 자금을 방송사업에 마음대로 가져다 쓸 수는 없다.

하지만 을지학원이 대주주로서 참여한 방송사업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이로 인해 학교 이미지 타격 등 얼마든지 학교에 유무형의 손실을 입힐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학교법인을 관리 감독할 책임이 있는 교육부는 학교법인의 언론사 경영 참여 이슈가 여론이 집중되는 사회적 주요 이슈로 떠오른 만큼 사전에 검토, 제동을 걸었어야 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 대학경영지원과 A 담당자는 “사립학교 수익사업은 교육부의 사전 승인이나 허가를 필요로 하지 않고 학원 자체 이사회 의결로 진행하는 사항으로 주무관청(교육부)에는 (수익사업 관련) 정관변경 신청만 하면 된다”며 학원이 어떤 수익사업을 하든 교육부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했다.

언론계의 한 인사는 “사립학교 운영은 공공성을 담보로 하지만 그만큼 혹은 그 이상의 공공성을 전제로 하며 막대한 자금까지 추가로 투입될 수 있는 방송사 운영을 학교가 돈을 벌겠다는 목적으로 부대 수익사업으로 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처음부터 무리였다”며 “방통위가 나서기 전 이런저런 문제점들을 미리 챙겼어야 할 교육부가 지나치게 무사안일한 것 아니냐. 언론에 오르내릴 때라도 최소한 학교에 확인이라도 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공익법인의 설립ㆍ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공익법인은 목적 달성을 위해 수익사업을 할 경우 정관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사업마다 주무관청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변경하려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주무관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학교법인 을지학원은 사립학교법을 근거로 1996년 12월 13일 설립된 비영리 특수법인으로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12조(공익법인등의 범위)에 따라 공익법인에 해당한다. 을지학원은 공익법인이면서도 사립학교법을 적용받아 수익사업으로 방송사 인수라는 무리한 시도를 했음에도 주무관청의 까다로운 승인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됐던 것이다. 을지학원이 공익법인과 관련한 현행법 체계의 사각지대를 이용한 셈이다.

권오인 경실련 경제정책 국장은 “언론 사업은 상당한 리스크를 안고 하는 사업으로, 학교법인이 경영을 위해 그런 부대사업을 한다면 학교 경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사전 검토 작업이 필요하다”며 “문제가 있는 수익사업임에도 현행법상 제동을 걸 수 없다면 법 개정도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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