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기부금에 의존… 갈 길 먼 '한국의 브루킹스' [공익법인等-태재미래전략연구원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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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기부금에 의존… 갈 길 먼 '한국의 브루킹스' [공익법인等-태재미래전략연구원②]
  • 시장경제 김호정 기자, NGO저널 박주연 기자
  • 승인 2024.02.20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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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사업비용 대폭증가, 이광재 재직 기간과 대체로 겹쳐
급여·임차료·도급비 등 일반관리비가 사업비 큰 비중 차지
정치권 ‘제3지대’론 부상 때마다 ‘지원설’ ‘막후론’ 돌아

<편집자 註> 공익법인 운영 투명성은 공정 사회로 나가는 지름길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시민단체들의 다양한 주장이 분출되는 현 시점에서, 우리 사회 곳곳에 자리 잡은 공익법인의 역할과 의미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공익법인은 '공익법인설립에관한법률'에 근거하지만 ‘공익법인등(等)’은 상속증여세법상 시행령에 규정된 학교법인, 복지법인, 의료법인, 지정기부금단체 인정을 받은 사단법인·재단법인, 기타 비영리민간단체 등을 모두 아우르는 개념이다. <시장경제>는 <NGO저널>과 함께 공익법인의 발전적 방향 모색을 위해 ‘공익법인等’의 현주소를 살펴본다. 

태재미래전략연구원의 사업비용은 꾸준히 증가했다. 연구원이 설립된 해인 2015년 12월 15일 이후 2016년 회계연도부터 살피면, 이해 사업비용은 45억1600만 원이었고 이듬해에는 50억 원대로 크게 늘었다. 2017년도에는 50억7800만 원, 2018년은 59억9500만 원, 2019년 51억2100만 원이었다가 2020년도에는 39억5100만 원으로 크게 줄었다. 2021년에는 36억5400만 원, 2022년 59억6800만 원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대목은 연구원의 사업비용이 대폭 증가한 기간이 이광재 전 사무총장이 부원장, 원장으로 재직한 기간과 대체로 겹친다는 점이다. 이 전 사무총장은 2016년부터 연구원(여시재) 부원장으로 합류해 2017년 8월 초대 원장으로 취임했고 2020년도 4·15 총선 출마를 위해 그해 3월 3일자로 사임했다. 연구원의 사업비용은 첫해 45억 원대에서 이듬해부터 50억 원대로 계속 늘다가 이 전 사무총장이 연구원을 떠난 이후 대폭 줄었다. 다만 2022년도에는 50억 원대로 다시 증가했다.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열린 국회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광재 당시 국회 사무총장이 제안설명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연구원 출범 후 매년 사업비용으로 쓴 내용 중 눈에 띄는 몇 가지 비용 내용을 들자면 다음과 같다. 예컨대 2016년 연구원은 목적사업경비로 지출한 45억 1600만 원 중 직원급여로만 약 15억 원을 썼다. 참고로 국세청 공익법인 결산서류 등의 공시자료에 따르면 연구원 고용직원은 25명(2016년), 32명(2017년), 34명(2018년), 27명(2019년), 23명(2020년), 15명(2021년), 27명(2022년)으로 매해 변화해왔다.

이해 회의비와 여비교통비로 약 7억 원을 사용했고, 회계법률자문 등 지급수수료로 2억1000만 원, 도급비로 3억3800만 원을 지급했다. 이들 비용의 합계는 전체 목적사업비용 중 약 6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임차료 4억1400만 원까지 합하면 70%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도급비와 관련해 연구원 측은 “연구원 위치가 부암동 산꼭대기다 보니 직원들을 위한 출퇴근과 점심 등 식사 세공을 위해 조리사와 기사 파견을 받는다”며 “도급비는 조리사, 운전사 인력 파견비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연구원 사업비용 가운데 직원급여 및 임차료 등 목적사업비가 아닌 일반관리비 등으로 지출한 금액이 차지하는 비율은 각각 57%(2016년), 61%(2017년), 25%(2018년), 29%(2019년), 20%(2020년), 35%(2021년), 18%(2022년)를 차지했다. 2018년부터 일반관리비 등 비용이 대폭 줄어든 것은 회계 과목처리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2017년도까지 일반관리비로 처리하던 직원급여, 임차료, 도급비, 회의비, 지급수수료 등을 고유목적사업비로 바꿔 처리했다.

태재미래전략연구원 홈페이지 캡처
태재미래전략연구원 홈페이지 캡처

 

수십억 연구소 운영비에 비해 순수 연구비용은 상대적으로 적어

국세청에 따르면 일반관리비를 고유목적사업비로 처리해도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국세청 공익중소법인지원팀의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순수한 사업 수행 비용과 일반적인 관리비용, 모금 비용 등 이런 방식으로 분리하도록 안내, 설명하고 있다”며 “그러나 공익목적 사업의 경우도 여러 케이스가 있어 세부적인 내용은 해당 공익법인 측이 알고 있으므로 본인들이 판단, 회계처리를 구분해 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해당 공익법인(태재미래전략연구원) 경우 연구원 소재지 사무실 임차료 등을 일반관리비로 처리하다 목적사업비로 바꿨는데 일반관리비로 처리하는 게 맞지 않느냐는 질문에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사무실 비용이라고 한다면 일반관리비용으로 들어가는 게 맞긴 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다만 이 관계자는 “경우에 따라 공익재단의 목적사업이 장학사업과 같이 하나일 경우 연중 사업비용으로 그 사업에만 사용되기 때문에 일반관리비로 구분하지 않고 공익사업 수행 비용으로 다 처리하기도 한다”며, 일반관리비를 목적사업비로 바꿔 처리한다고 해서 세제 등 특별한 혜택은 없다고 했다.

그는 “공익법인 자체가 기부금 출연 자산을 받았을 때 이미 상속세나 증여세가 비과세로 시작하는 것, 즉 과세 가액에서 빠지고 시작하는 것이라 목적사업비와 일반관리비 구분에 따른 별도의 세제 혜택은 없다”고 덧붙였다.

매년 수십억 원대의 공익사업을 벌이는 연구원이지만 고유목적에 쓴 순수 연구비용만을 놓고 보면 실질적인 운영비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지는 않아 보인다. 사업실적 또한 다소 추상적으로 다가온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2016년은 ▲연구개발 사업으로 ‘유라시아 협력과 한국의 전략 : 일대일로 구상, 북극항로, 에너지 및 경제협력 방안 연구 등’, ‘디지털사회 및 혁신생태계를 위한 제도개선 연구 등’의 사업실적을 올렸고, ▲동북아포럼 사업으로 ‘동북아 지역의 구체적 협력 아젠다 제시 및 이를 실현하기 위한 각국 주요인사들의 소통의 장 마련’, ‘자국의 유라시아 전략현황에 대한 평가 및 북극항로를 통한 국가 간 협력방안, 도시 간 연대 및 인적·문화적 협력방안 모색 등’의 사업실적을 냈다. ▲플랫폼 개발 사업으로는 ‘연구주제 확산 및 지식공유를 위한 플랫폼 연구 및 개발 등’ 등의 실적을 올렸다. 이 3개 사업의 연구용역비로 9억6722만 원을 썼다.

2017년에는 전년도와 같은 사업실적으로 12억8707만 원을 연구용역비로 사용했다. 2018년도에는 ▲연구개발 사업으로 ‘여시재 주요 아젠다 및 과제 관련 연구’, ‘중국의 변화, 선진사회8대요소, 디지털사회, 지속가능성, 한반도미래산업’ ▲여시재포럼 사업으로 ‘신문명도시 필요 공감대 형성 및 직면 문제점 분석’, ‘신문명도시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구체적 협력 아젠다 제시’, ‘글로벌 협력네트워크 구축(미중일러)’ ▲ 아카데미 운영 등 사업으로 ‘인재양성 및 국회 아카데미 운영’, ‘시산학이론 정립’, ‘국내외 강연자 초청강연’, ‘연구주제 확산 및 지식공유를 위한 플랫폼 운영’, ‘홈페이지, 뉴스레터, SNS 등 홍보 본격화’ 등 사업에 총 44억4749만 원을 사용했다.

2018년도부터 연구용역비 등이 대폭 증가한 것은 앞서 설명한 일반관리비를 고유목적사업비에 포함한 회계 과목처리 변경과 관련이 있다. 2018년부터는 국세청 공시자료만으로는 순수 연구용역비 등을 어느 곳에 얼마를 사용했는지 정확한 사용처와 금액을 모두 확인할 수 없고, 다만 감사보고서를 통해 일부를 확인할 수 있다. 연구원은 2018년엔 포럼진행비로 9억5677만 원을 썼다.

2019년에는 시산학아카데미 운영, 여시재포럼, 연구개발 사업으로 ‘시산학 관련 각종 세미나, 포럼, 강연 등 진행’, ‘연구주제 확산 및 지식공유 플랫폼 운영’, ‘보아오포럼, 신문명도시 연구, 글로벌협력네트워크 구축’, ‘미래도시세미나 등 진행’, ‘주요 아젠다 및 과제관련 연구’, ‘중국의 변화’, ‘선진사회8대요소’, ‘디지털사회’, ‘지속가능성’, ‘한반도미래산업’, ‘AI등 연구진행’ 등 사업을 하는데 총 36억45만 원을 사용했다. 이 가운데 연구용역비로는 S대학교 산학협력단에 3억 원, P공대 산학협력단에 1억8112만 원을 쓴 것이 확인된다.

2020~2022년도의 공익사업도 이전의 사업내용과 대동소이했다. 2020년에는 ‘한반도 미래학술연구’, ‘미중솔루션 학술연구’, ‘신문명도시 학술연구’ 등의 사업에 총 31억3693만 원을 사용했고, 2021년은 ‘중국의 변화 연구’, ‘핵심7대분야의 혁신과제 도출 기반 연구’, ‘한반도 청사진 수립’ 등의 사업에 23억4848만 원을 썼다. 2022년에는 ‘미중 간의 갈등을 넘어 협력을 증진하고 동북아 국가 간 평화와 공동 번영을 모색’, ‘한반도의 정체성에 기반한 한국 특색 산업 육성으로 국가미래 개척’, ‘디지털 ESG를 디지털 경제의 ESG 표준으로 정의하고 기존 ESG의 약점을 보완한 디지털 경제 관련 8개의 ESG 지표 설정’ 등 사업에 총 48억6430만 원의 비용이 들었다.

연구원이 용역을 받아 수익을 낸 연구용역수익은 2017년까지 없다가 2018년도 이후부터 발생했다. 각각 7181만 원(2018년), 1672만 원(2019년), 1818만 원(2020년)이었고 2021년과 2022년은 수익이 발생하지 않았다.

2016년 8월 18일 서울 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여시재 출범 기자간담회'에서 설명하는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의 모습/YTN 관련 보도 캡처
2016년 8월 18일 서울 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여시재 출범 기자간담회'에서 설명하는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의 모습/YTN 관련 보도 캡처

 

때마다 불거지는 ‘여시재 막후론’… 연구원 측은 “전혀 무관”

한국의 미래전략을 짜고 실행할 연구재단을 목표로 출범한 태재미래전략연구원에 대해 10년이 채 되지 않은 8년여의 성과를 평가하기는 아직 일러 보인다. 특히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이 표방한 ‘한국의 브루킹스(미국의 대표적인 싱크탱크)’와 같은 위상에 이르려면 유능한 연구진 보강과 재정적 뒷받침 없이 목표에 도달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미국에서 영향력이 큰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는 보수 성향의 헤리티지재단과 쌍벽을 이루는 진보 성향의 연구소로 막강한 연구진을 보유한 것으로 유명하다. 수백 명에 달하는 연구진 상당수가 정부에서 행정 경험을 쌓은 고위관료 출신이며 대학교수, 언론인, 비정부기구 인사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학자적 관점으로 다양한 연구결과물을 내놓고 있다. 이들의 성과물을 인용하는 논문·학회저널, 언론보도가 타 연구소를 압도하며 연간 예산만 해도 1억(1300억 원)달러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브루킹스연구소 전체 운영비의 약 80%가 각종 재단과 기업, 개인들에게서 나온 기부금인 것에 비해 태재미래전략연구원은 사실상 조 명예회장 1인 기부금에 의존하고 있는 것도 한계점으로 꼽을 수 있다.

다만 미 정치권·정부 인사들이 브루킹스연구소를 오가며 활약하는 것처럼 태재미래전략연구원의 모습도 이와 닮은꼴로 비친다. 버락 오바마 정부 출범 때 피터 오재그 전 백악관 예산국장, 수전 라이스 전 유엔대사 등 30여 명의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이 정부로 자리를 옮긴 것은 당시 큰 화제가 된 바 있다. 2006년부터 8년간 미국 중앙은행(Fed)을 이끈 벤 버냉키 전 Fed 의장도 연구소에서 재정통화 정책을 연구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2016년 태재미래전략연구원에 합류한 뒤 2020년 출마를 위해 사임한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은 21대 국회를 거쳐 오는 22대 총선에서도 출마를 준비하고 있고, 연구원 상근부원장을 지낸 조정훈 국민의힘(시대전환 흡수 합당) 의원도 공천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초기 연구원 이사장을 지냈으며 초기 연구원 기획이사로 참여한 이원재 전 희망제작소 소장은 2012년 안철수 후보의 '진심캠프'에 참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흥미로운 대목은 정치권에서 ‘제3지대’ 주장이 부상할 때 태재미래전략연구원이 자주 거론된다는 점이다. 연구원(당시 여시재)이 출범한 뒤 열린 한 행사에서는 당시 ‘제3지대’ 잠재적 대권주자로 꼽히던 김부겸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 안희정 충남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등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당시 정치권과 언론은 2017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연구원 출범과 운영에 핵심 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진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을 중심으로 제3지대 세력화를 통한 대선구도 변화를 점치며 여시재의 역할론에 주목한 바 있다.

이는 신당 창당과 관련한 제3지대론이 불거진  최근에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금태섭 전 의원을 중심으로 한 제3지대 신당 창당론이 고개를 들자 여시재를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치권 안팎에서 제기됐다. 다만 이 같은 ‘여시재 막후론’에 대해 태재미래전략연구원 측은 “연구원이 처음 여시재로 출발하면서 정계에 몸담고 있던 분들이 거쳐 가며 그런 보도가 이어져 나오는 것 같다”며 “태재미래전략연구원으로 발족한 뒤로는 저희와 전혀 무관한 이야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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