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법인等] 잼버리조직위, 신규 시설장비에 쓴 돈 '0원'... 소모품엔 6.3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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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법인等] 잼버리조직위, 신규 시설장비에 쓴 돈 '0원'... 소모품엔 6.3억
  • 시장경제 노경민 기자, NGO저널 박주연 기자
  • 승인 2023.08.10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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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결산 국세청 공시자료 사업비용 중 인력비용은 49.5%, 시설비용 8.4%
공익목적 사업수행비용 ‘잼버리 야영장 기반시설 조성’ 기재됐으나 기대 못 미쳐
유명무실한 조직위 23명의 이사진 “조직 운영과 무관”

<편집자 註> 공익법인 운영 투명성은 공정 사회로 나가는 지름길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시민단체들의 다양한 주장이 분출되는 현 시점에서, 우리 사회 곳곳에 자리 잡은 공익법인의 역할과 의미는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하다. 공익법인은 '공익법인설립에관한법률'에 근거하지만 ‘공익법인등(等)’은 상속증여세법상 시행령에 규정된 학교법인, 복지법인, 의료법인, 지정기부금단체 인정을 받은 사단법인·재단법인, 기타 비영리민간단체 등을 모두 아우르는 개념이다. <NGO저널>은 <시장경제>와 함께 공익법인의 발전적 방향 모색을 위해 ‘공익법인等’의 현주소를 살펴본다. 

 

2023 새만금 세계잼버리 주최 측이 1천억 원대의 예산 대부분을 야영장 조성보다 조직위원회 운영에 쓴 것으로 드러나면서 부적절한 예산 사용이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 대회가 열리기 직전 해인 지난해 재단법인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 운영사업비를 확인한 결과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용이 절반에 가까운 것으로 확인됐다.

국세청 공익법인 결산서류 등의 공시자료에 따르면, 2022년 조직위 운영성과표 사업비용 중 인력비용은 49.5%에 달했다. 총사업비용 34억527만 원 중 급여와 복리후생비, 특근매식비, 퇴직급여 등 인력비용은 16억8603만 원으로 사업비의 절반을 차지했다.

조직위 공식 홈페이지 화면 캡처
조직위 공식 홈페이지 화면 캡처

 

이에 반해 시설비용은 2억8714만 원으로 8.4%에 그쳤다. 시설비용에서도 임차료가 2억4764만 원이었고 시설장비유지비는 3950만 원에 불과했다. 이 같은 수치는 이번 대회 성공에 있어 가장 중요한 야영장 시설 조성 및 관리에 쥐꼬리만큼의 예산만 투입했다는 일각의 지적을 뒷받침할 수 있는 대목이다.
 

책임소재 두고 '갑론을박', 가장 큰 책임은 조직위와 여가부

조직위의 2021년, 2022년 당기운영이익이 각각 40억 원과 200억 원으로, 240억 원의 운영이익을 남겼음에도 시설장비유지비로 고작 834만 원(2021년), 3950만 원(2022년) 지출한 것은 충격적인 대목이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지원 특별법’에 따르면, 조직위의 업무는 ▲ 세계잼버리 종합계획 수립 및 세부 운영계획의 수립ㆍ시행 ▲ 세계잼버리 관련시설의 설치ㆍ이용에 관한 계획의 수립ㆍ시행 ▲ 세계잼버리 관련시설의 설치ㆍ관리 ▲ 세계잼버리 참가국 및 국내외 스카우트 기구와의 협력 ▲ 그 밖에 세계잼버리의 원활한 준비 및 운영을 위하여 필요한 사업이다.

조직위 업무의 핵심이 잼버리 관련 시설 계획과 설치, 이용 및 관리에 있는 데도, 상하수도, 하수처리시설 등 기반시설 조성 및 대집회장 조성 등 목적으로 여가부의 국고지원금을 받은 전북도와 부안군 등에 사실상 모든 시설관리책임을 떠넘기고 심각한 수준의 직무유기를 한 셈이다.

물론 국고보조금을 받은 전북도와 부안군에도 책임이 있지만, 기본적인 업무 담당이 조직위에 있는만큼 부실한 시설관리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잼버리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통합기구표'/캡처 이미지

 

실제, 조직위의 조직도를 확인할 수 있는 공식 홈페이지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통합기구표’에는 기반시설부, 시설안전부, 시설환경부, 시설행정부 등 기반시설 전반에 관한 업무를 보는 기반시설 조직을 두고 있다. 조직위 스스로도 시설에 대한 책임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결국 조직위는 이 같은 조직과 업무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냄새나는 화장실', '진흙탕 샤워장' 등 지탄을 받은 기초 시설관리를 하지 않고 방치한 꼴이 됐다. 

더구나 조직위가 신규 시설비용으로 쓴 금액은 ‘0원’이다. 감사보고서 운영성과표 상 시설비용으로는 지급임차료와 시설장비유지비 두 항목뿐이다. 조직위 첫해인 2020년 운영성과표에서도 마찬가지다. 지급임차료 1억 8000만원과 시설장비유지비 2300만 원만 확인된다. 이는 곧 조직위가 자체적으로 신규 시설 확충에 쓴 비용은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본지는 사실 확인차 조직위 공식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서울과 전라북도 주소지 연락처로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거나, 연락처를 남겼지만 현재까지 답신은 오지 않았다.

조직위와 더불어 여성가족부의 책임도 크다. 새만금 잼버리 행사 주무부처는 여성가족부로 잼버리 공동조직위원장인 여가부 장관이 행사 계획과 재원조달 등 대회 준비를 총괄했고, 예산 집행·승인 등의 권한도 여가부가 갖고 있다. 주무부처로서 조직위 엉터리 운영을 관리하고 시정할 책임이 여가부에 있음에도 이를 소홀히 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김현숙 여가부 장관. 이번 잼버리 파행 사태의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여러 구설에 올랐다.
김현숙 여가부 장관. 이번 잼버리 파행 사태의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여러 구설에 올랐다.

 

한편, 사업비용 중 기타비용도 14억3208만 원으로 42%나 차지했다. 기타비용 항목으로 큰 금액을 차지한 것은 여비교통비가 1억5684만 원, 경상연구개발비로 4억3080만 원, 소모품비 4억2707만 원 등이었다.

특히 사업비용 중 8.4%인 2억8714만 원에 불과했던 시설비용은 그나마도 전년(2021년도 3억6780만 원)도 비용보다도 줄어든 것이다. 국세청 공시자료에 따르면 2021년 조직위의 총사업비용은 27억8234만 원으로 그중 시설에 쓰인 비용은 13% 정도로, 3억6780만 원이었다.

2022년 조직위 운영성과표 상 사업수익은 233억9000만원으로, 보조금수익이 83억원, 잼버리참가금 149억원이었다. 그 외 후원금 수입 2000만원, 대표단장회의참가비 2600만원, 사용료수익 800만원, 기부금수입 8000만원으로 확인됐다.

2021년도 운영성과표 사업비용 지출 흐름도 2022년도와 비슷한 추이를 보였다. 인력비용과 시설비용 기타비용은 각각 10억3392만 원, 3억6780만 원, 13억8061만 원이었다. 

다수 언론에 따르면, 2021년부터 3년간 편성된 잼버리 총사업비가 1171억 원으로 절반가량인 617억 원이 2023년도 올해 집행됐다. 국비 303억원, 도비 409억원을 비롯한 지방비 419억원, 참가비 등 자체 수입 399억원, 옥외광고 50억원 등으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무려 74%를 차지하는 870억원이 조직위 운영비 및 사업비로 잡혀 논란이 됐다.

올해 집행된 금액과 더불어 또 국세청 공시자료 상 한계로 인해 감사보고서 등 2021년, 2022년 국세청 공익법인 결산서류 등을 통해 종합적인 전체 비용과 수익을 정확히 파악하긴 어렵지만, 공시자료만으로도 조직위의 사업운영의 큰 문제는 파악할 수 있었다.
 

거금 들여 새만금 잼버리 대회에 참가한 세계 청소년들, 열악한 시설 환경에 충격

재단법인 2023년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조직위원회는 2020년 7월 13일자로 설립됐다. 잼버리 행사 운영과 재원조달 및 집행을 비롯해 행사 종합계획 수립·시행 등 세계잼버리 대회 준비를 하기 위해서다.

국세청 공익법인 결산서류 등 공시자료에 따르면 설립 당해 고용직원수가 4명이었던 조직위는 대회가 열리기 전해인 2022년 고용직원은 29명으로 늘었다. 이에 따라 인력비용이 급격히 늘었다. 2020년 3억1000만 원에서 2022년에는 16억8603만 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잼버리 대회가 열리기 직전 해인 만큼 자연스럽게 증가한 인력충원으로 보이지만, 잼버리 대회의 핵심 요건인 시설 충원 및 관리에 쓰인 사업비 금액이 턱없이 적고 부족한 것에 비해서는 조직위 운영 자체에만 과도한 비용을 썼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조직위의 부채를 제외한 순자산은 2020년 8억4826만 원에서 2022년 249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자산 증가에는 정부, 지자체로부터 보조금 수익과 세계 각국의 잼버리참가금 수익이 크게 차지한다.

2022년 사업수익은 233억9999만 원으로, 이 가운데 잼버리참가금은 149억1999만 원을 차지한다. 이는 사업수익 중 약 6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공익목적 사업수행비용은 34억 원으로 조직위는 ▲ 잼버리조직위원회 사무국 운영 ▲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홍보 ▲ 제25회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장 기반시설 조성 등으로 기재돼 있다.

앞서 영국 BBC를 인용한 다수 언론 보도에 의하면 영국 스카우트연맹 대표는 대원들이 이번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참가에 약 3,500파운드(한화 582만원)씩 지출했고, 비용은 모금 활동으로 마련한 경우가 많다고 보도했다.

제25회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 YTN 유튜브 방송 캡처
제25회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 YTN 유튜브 방송 캡처

맷 하이드 대표는 “스카우트 대원들은 잼버리 참가를 앞두고 학교와 지역에서 쿠키 등을 만들어 파는 모금 행사를 벌이곤 했다”며 “호텔 이동으로 인한 비용이 100만 파운드(약 16억 6천만 원) 이상이며, 이는 앞으로 3년에서 5년간 영국 스카우트가 계획한 일을 할 수 없게 된다는 의미”라고 BBC를 통해 밝혔다.

그는 현장 여건은 그늘 부족, 식이요법이 필요한 대원들을 위한 음식 미비, 위생 열악, 의료 서비스 불충분 등 네 가지 측면에서 레드라인을 넘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주최 측에 실망감을 느낀다”며 “가기 전부터, 그리고 행사 중에 이런 우려 일부를 되풀이해서 제기했고, 시정될 것이라는 약속을 받았는데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영국은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최대 참가국으로, 청소년과 인솔자가 4천400여 명에 이른다. 이들은 지난 4일 야영장 철수를 결정하고 5일부터 서울 호텔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 공익법인과 다른 조직위 이사진, '있으나 마나'

비록 상징적인 의미로 보이지만 조직위에 스무 명이 넘는 이사들이 등재한 것도 눈에 띈다. 잼버리 조직위 이사로는 최창행 사무총장이 상임 이사로 등재된 가운데 김현숙, 김윤덕, 정준, 송하진, 김경선, 양충모, 이정심, 류정섭, 권익현, 김종희, 이광호, 김현철, 황윤옥, 김동수, 박창순, 이항복, 김은기, 안병일, 박찬영, 천세정, 조봉업, 윤효식 등 22명이 비상임 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총 23명의 이사로 구성돼 있다.

공익법인과 관련한 공공기관 소속의 한 법률전문가는 “조직위 구성을 보면 이사가 역할을 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 일반적인 공익법인의 이사회 구성은 아니고 특수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조직으로, 도구적 개념으로만 사용하고 있는 듯 보인다”면서도 “팩트를 모르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활동 경험이 풍부한 한 변호사는 “보통 이런 조직의 경우 정부와 지자체 등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인사들이 이름을 올리는 경우가 많고, 따라서 조직이 실질적으로 잘 운영되는 것과는 무관하다”며 “잼버리 조직위도 비슷한 경우로 보인다”고 했다.

이와 관련, 본지는 감사보고서 등 국세청 공익법인 결산서류 등 공시자료에 관한 의문점에 답을 듣고자 조직위 공식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서울과 전라북도 소재지 연락처로 수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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