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KB금융 후임 인선 속도... 신제윤 前금융위원장 '급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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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규 KB금융 후임 인선 속도... 신제윤 前금융위원장 '급부상'
  • 문혜원 기자
  • 승인 2023.08.24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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숏리스트 2번 진행 이례적.... 2차 압축후보 관심
내부 '허인 VS 양종희' 예상... 외부 기류 '무게추'
'낙하산' 잡음 갈등 우려... 9월8일 최종후보 '촉각'
KB금융그룹 본사 전경. 사진=시장경제DB
KB금융그룹 본사 전경. 사진=시장경제DB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최근 용퇴를 선언하면서 후임을 둘러싸고 각종 설(說)이 난무하고 있다. 이번 차기회장 선출은 후보 검증작업이 유독길고 외부 후보가 지나치게 베일에 가려져 있다는 점에서 특히 관심을 모은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이 차기회장 2차 숏리스트에 대한 3인 압축 후보군을 오는 29일 공개한다. 특히 1차 후보군 공개에서 비공개됐던 2명의 외부인사가 베일을 벗을지 관심사다. 

앞서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는 지난 8일 내부 4명, 외부 2명 등 6명의 1차 숏리스트를 발표했다. 여기에는 후계 프로그램에 따라 양성된 허인, 이동철, 양종희 등 3명의 현 부회장과 박정림 KB증권 대표가 포함됐다. 

KB금융 회추위는 “외부후보 2명은 익명을 요구해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회추위는 이날 차기 수장의 선정 과정을 공개하면서 외부인사의 경우 요청이 있으면 이름을 공개치 않는다는 조항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업계에서는 KB금융의 차기회장 인선 관전 포인트를 '내부 vs 외부'로 압축하고 있다. 외부인사 비공개가 그동안 KB금융 회장후보 선출 과정에서 볼 수 없었던 이례적인 모습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동안 KB회장 선임은 '롱리스트→숏리스트→최종 1인'의 절차로 진행됐지만 이번 숏리스트는 1, 2차 두번으로 끝난다.  

이에대해 KB금융측은 공정하고 투명한 선임 절차를 위해 신중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KB금융 관계자는 "숏리스트를 2단계로 진행한 것은 지원자를 위한 배려 차원"이라며 "미리 1차 숏리스트에서 외부 후보군이 공개될 경우 2차때 특정 후보군이 빠지면 더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선임 절차를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KB금융이 표면적으로 후보자 보호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외부후보 선공개시 정치권 공격 등 후폭풍을 우려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지난 7일 윤 회장이 용퇴의사를 표명했을때부터 업계에서는 숏리스트 후속작업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추측이 나왔다. 당초 금융권 안팎에서는 지난 3년간 윤 회장의 높은 실적을 고려할때 4연임 도전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이후 금융지주사들의 CEO 교체기조와 잇딴 관료출신 기용과 맞물리면서 또한번의 관치논란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다만 그동안 윤 회장 체제에서 안정적 지배구조와 CEO 승계프로그램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내부출신 등용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윤 회장은 "KB금융이 대한민국을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리딩금융그룹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 역량 있는 분이 후임 회장에 선임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노조, 낙하산인사 우려 성명 

KB금융지주 차기 회장이 누가 될 것이냐를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인 가운데 내부에선 벌써부터 '낙하산 인사' 선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노조는 지난 9일 성명을 내고 "정치권 보은인사 반대"를 외치며 강한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들은 KB금융 차기 회장이 누가 되든 반드시 KB금융 비전과 미래를 공유하고 임직원들과 상생할줄 아는 인물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정부의 낙하산 인사가 혹시 숏리스트에 포함돼 있다면 당장 제외해야 한다"며 "상식적이고 정당한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분위기속에서 2차 숏리스트 후보에 누가 오를지 관심이 쏠린다. 우선 내부출신 으로는 현직 부회장단중 허인, 양종희 후보가 가장 근접한 것으로 보여진다. 

두 후보는 윤종규 회장 체재 아래 공들여온 'CEO 후계양성구도'에 있던 인물로 그룹내부 사정에 밝고 안정적인 경영능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긍정적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허인 부회장의 경우 ‘첫 3연임 국민은행장’이란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력후보 1순위로 거론된다. 허 부회장은 한국장기신용은행 출신으로 2017년 국민은행장 선임이후 4년간 은행을 이끌었다. 신한은행에 빼앗긴 ‘리딩뱅크’ 자리를 탈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양종희 부회장도 스펙이 만만치 않다. KB금융 전략기획 담당상무 시절 LIG손해보험 인수를 주도했다. 양 부회장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KB손해보험 대표를 역임했으며 2019년 KB금융지주 보험 부문장을 맡았다. 현재 개인고객, 자산관리(WM), 중소상공인(SME) 부문장을 담당하고 있다 

가장 주목받고 있는 인물은 비공개 라인에 있는 외부출신들이다. 회사내에서는 제3의 인물로 2010년부터 2013년까지 KB국민은행장을 역임했던 민병덕 동국대 개방이사와 하영구 前 은행연합회장을 조심스럽게 꼽는다. 두인물 모두 친윤 성향의 금융·경제통이라는 점에서 유력하게 거론된다.

민병덕 前은행장은 금융·교육·노동 등 다양한 업계와 연이 닿아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2018년 10월부터 2020년까지 금융산업공익재단 대표이사를 맡기도 했다. 또 '천성 은행맨'이라고 알려진 하영구 前회장은 1981년 씨티은행 입사후 2004년 씨티은행장에 선임됐다. 그뒤 10년간 씨티은행을 이끈 경력으로 '직업이 은행장'이라는 별칭도 얻었다. 2014년에는 KB금융지주 회장에 도전한 바 있으며 2014년 12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은행연합회장을 역임했다. 작년에는 블랙스톤의 한국법인 회장으로 합류면서 한국 PE(프라이빗에퀴티)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모두 KB금융 정관에 규정된 회장 선임 나이 제한(만70세)에 걸리거나 턱끝에 찬다는 점이 어떻게 작용할지 관심이다. 

최근에는 신제윤 前금융위원장이 새롭게 거론돼 주목된다. 신제윤 前위원장은 1958년생, 올해 65세로 회장직을 맡기에 가장 적합하다. 게다가 최고위 경제관료 출신으로 친윤계라는 점도 눈에 띈다. 신 前위원장은 행시 24회로 재경부 국제금융심의관, 국제금융국장,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의장·부의장, 국제금융협력대사, 기재부 S차관, 금융위 위원장·부위원장을 역임하는 등 화려한 면면을 자랑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새 정부출범 이후 금융지주 수장들이 올들어 연이어 바뀜에 따라 KB금융의 차기회장 역시 정부의 보은인사로 교체될까 우려하는 분위기"라며 "오는 29일 3명의 압축후보가 공개되야 확실한 윤곽을 예상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KB금융 회추위는 내외부 후보간 공정성 확보를 위해 2차 숏리스트에 포함된 3명 중 외부 후보의 경우 내부 후보보다 더 많은 인터뷰 시간을 허용키로 했다고 밝혔다. 세부 평가기준과 내부자료도 충분히 제공해 정보 비대칭을 최대한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KB금융지주 차기회장 후보자는 오는 9월8일 최종 확정되며 최종후보자는 이사회 추천과 주주총회 등을 거쳐 11월20일부터 3년간 KB금융을 이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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