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윤종규 "경영, 계주 경기와 같아... 지배구조 정답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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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문일답] 윤종규 "경영, 계주 경기와 같아... 지배구조 정답 없어"
  • 전지윤 기자
  • 승인 2023.09.25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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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1월 퇴임 예정... "KB, 후계자 육성 바람직한 구조 마련"
"3연임 시부터 퇴임 결정... 역할 다했기 때문"
"양종희 내정자, 보다 앞서 나갈 수 있길 바란다"
25일 서울시 여의도 국민은행 신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발표하는 모습. 사진=시장경제DB
25일 서울시 여의도 국민은행 신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발표하는 모습. 사진=시장경제DB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퇴임을 앞두고 25일 서울시 여의도 국민은행 신관에서 기자 간담회를 가졌다. 

윤 회장은 2014년 11월에 취임했다. 그는 2020년 KB금융의 '부회장직'을 부활시켜 철저한 경영승계 시스템을 구축함과 동시에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모두 사외이사로 구성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펼쳤다. 특히 지난 달 윤 회장은 4연임에 대해 도전하지 않겠다는 의사와 함께 용퇴 의사를 밝혔다. 현재 KB금융그룹의 차기 회장에는 양종희 부회장이 내정돼 있다.

양종희 내정자는 '비은행' 부문 강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간담회에서 윤 회장은 내정자를 향해 "경영이란 것은 끝이 없는 계주 경기"라며 "양종희 내정자께서는 이보다 더 앞서 나갈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다음은 윤 회장과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25일 서울시 여의도 국민은행 신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발표하는 모습. 사진=시장경제DB
25일 서울시 여의도 국민은행 신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발표하는 모습. 사진=시장경제DB

- 취임 이후 9년간 KB금융그룹을 리딩그룹으로 올려놨을 뿐만 아니라 많은 성과가 있었다. 기억에 남는 성과나 아쉬운 부분이 있는가. 

"직원들의 자긍심과 고객 신뢰를 되찾고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진 금융사로 키우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3년 내 리딩뱅크 이름을 되찾았고 그 다음 3년 간은 고객들과 직원들이 같이 잘 달려와 준 덕분에 '리딩금융그룹'이 될 수 있었다. 이것이 가장 보람찬 성과다. 그러나 '리딩금융그룹'이라면 세계 10~20위권에는 있어야 하는데 아직 세계 순위에서 60위권에 머물고 있다. 이 부분은 굉장히 아쉬움이 있고 상당히 자괴감을 느끼는 부분이다."

- 세계 순위 60위권보다 올라가기 위해서는 해외사업을 더 강화해야 할 것 같다. KB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은 무엇인가. 

"IT 시스템, 디지털 부분을 보강해 디지털에 강점이 있는 은행을 만들고 싶다. 다행스럽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작업들이 이뤄지고 있고 IT 시스템 같은 경우에는 내년 6월이면 완료가 될 것이다. 아울러 세계에 다른 계열사들이 진출해 있기 때문에 KB 토탈 솔루션을 제공하는 부분에서 현지 금융사 못지 않게 뛰어난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다. KB금융은 차근차근 준비 해나가고 있다."

- 최근 KB금융의 차기 회장 내정자가 결정됐다. 회추위의 프로세스에 대해 업계에서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지배구조란 것은 정답이 있을 수 없다. CEO의 두 가지 중요한 업무는 성과를 내는 것과 본인의 뒤를 이을 좋은 경영진을 육성하는 것이다. 초기부터 후계자 육성 프로그램에 대해 이사회하고 긴밀히 협의해 진행했다. 이사회에서 도전할 수 있고 육성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준 데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프로세스가 완벽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KB 나름대로 바람직한 체계구조를 만들어 가고 있는데 더 발전시켜 나가고 더 보완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 '금융지주 회장'이 연임되는 데에 있어 '참호'를 구축하고, 폐쇄적이라고 보는 경우가 있다.

"참호나 폐쇄적인 부분이라는 말은 가끔 당혹스러운 느낌도 있다. 지배구조의 목적은 결국 주주, 고객, 직원들의 이해관계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만족할 수 있는, 행복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 뭐가 중요할까 생각해 보면 첫째는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잘 투영하는 이사회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사회는 외부의 입김에서 독립적이어야 하고 전문성이 있어야 하고, 다양성이 있어야 한다. 최소 KB는 이런 이사회와 그에 따른 CEO 선임 운영 체계를 갖춰서 지속성장하기 위한 체제를 갖추려 하고 있다."

- 이번 차기 회장이 선임되는 과정에서 관치에 흔들리지 않았다는 긍정적 평가가 많지만 부회장직에 이미 선임된 사람들을 위한 판을 다 짜놓고 움직인 것이 아니냐는 부정적인 관점도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참 어려운 부분이다. 시각은 여러 시각이나 생각이 있을 수 있는데, 제 생각에는 두 가지 케이스가 있다. 하나는 CEO 후보감으로 괜찮고 운영에 큰 문제가 없어 선출하는 경우가 있고, 두 번째 케이스는 그 회사 입장에서 키워내야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제가 부회장직을 운용해서 그분들을 육성한 것이다. 이런 부분에서 KB 같은 경우 제대로 운영해 왔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운영하다 보면 점점 후보감이 축소되는 부분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후보자 선임 과정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 KB금융을 이끄는 동안 큰 성장이 보였다. 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연임 생각을 했고 용퇴 의사를 밝혔을 때 상당히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용퇴를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3연임 시부터 퇴임을 결정하고 있었다. 퇴임이라는 것은 본인이 미리 결정하고 그 상황이 오면 실행하는 것이 맞다. 후보를 키우는 것, 새 회장이 선임되더라도 단단히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 역할이다. 역할을 전부 했기 때문에 퇴임을 결정한 것일 뿐이다."

- 은행장 경력이 따로 없는 양종희 내정자가 회장직에 오르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저 역시 취임할 당시 은행장을 한 적이 없었다. 리딩뱅크로의 성장을 위해, CEO로서 뒷받침해야 했기 때문에 은행장을 겸임한 것이었지만 지금은 든든한 행장이 계시기 때문에 훨씬 잘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양종희 내정자는 손해보험에서도 일한 바 있고, M&A 진행에도 지식이 많아 비은행-은행이라는 양 날개를 잘 운영할 수 있는 충분한 실력을 가지고 있다."

- 양종희 내정자는 부회장직 유지와 관련해 협의해서 하겠다고 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부회장 직책 자체는 필요하면 유지할 것이고, 필요치 않으면 비워줄 수 있는 자리다. 부회장보다는 부문장이라는 직무에 대해 중점을 둬야 한다. 부회장 제도는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은 하지만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내정자와 이사회가 같이 검토를 하고 결정해야 할 문제인 것 같다."

- 내정자에게 당부하거나 부탁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저보다 잘하실 거라고 생각한다. KB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고 만들어 주시길 바란다. 저도 노력했습니다만 그보다 더 한 단계 뛰어넘는, 도약하는 KB를 만들어 달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경영이라는 것은 계주 경기와 같은데 제가 인수를 받았을 때는 한참 뒤처져 있다가 이젠 트랙을 앞서는 정도에서 바통 터치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양종희 내정자께서는 그보다 한 바퀴, 반 바퀴 더 앞서 나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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