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pick] 삼성SDI '곳간 속 실탄' 두둑... 최윤호號, 1년새 잉여현금 5천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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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pick] 삼성SDI '곳간 속 실탄' 두둑... 최윤호號, 1년새 잉여현금 5천억↑
  • 최유진 기자
  • 승인 2023.02.19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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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 재무제표 입체분석]
투자여력 핵심 지표, 잉여현금 큰 폭 증가
FCF, 21년 -787억에서 지난해 4326억
최근 3년 영엽현금흐름 1조9500억→2조6700억
기말(期末)현금 21년 2조3200억→지난해 3조2000억
전기차 수요 둔화 우려 대비 '현금 실탄' 확보
불황에도 美 배터리 공장 투자 문제없어
최윤호 삼성SDI 사장. 사진=삼성SDI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 사진=삼성SDI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면서 업계에 이른 봄바람이 불고 있다. 대부분의 시장조사기관과 전문가들은 올해에도 글로벌 배터리 업황이 쾌청할 것이란 긍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호황의 이면에는 불안도 자리하고 있다. 세계 경기 흐름에 따라 머지않아 조정기 내지 침체기를 거칠 것이란 시각이 그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제조 3사는 단독 혹은 글로벌 완성차 기업과의 협업을 바탕으로 생산라인 확대를 서둘러 추진하고 있다. 특히 전기차를 비롯한 모빌리티향 이차전지 공급 확대에 방점이 찍혔다.

전기차 주요 시장인 미국과 유럽의 경기 위축이 예상보다 장기화되면 배터리 업계 성장세는 빠르게 식을 수 있다. CATL을 비롯한 중국 배터리 기업들의 미국시장 진출 움직임도 국내 배터리 3사에겐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미국이 중국 견제 목적으로 도입한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역시 변수 중 하나다. 중국에서 배터리 원자재 대부분을 들여왔던 국내 기업들은 호주 등 서구권 국가로 공급망을 변경하면서 대응에 나섰으나 원가 상승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불황에 견딜만한 실탄(현금)이 적거나 포트폴리오가 편중된 기업일수록 충격파는 더 클 수밖에 없다. 배터리 업계가 5~10년 내에 재편될 것이란 중기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런 사정을 고려할 때 삼성SDI의 행보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회사는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시장 상황에 맞춰 설비투자를 늘리는 보수적 스탠스를 유지했으나 최근에는 가장 공세적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다른 경쟁기업이 상대적으로 미온적 반응을 보이는 전고체배터리 파일럿 라인 가동에 나서고, 중대형 원통형 배터리 46π 관련 설비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는 점이 대표적이다. 시장 흐름을 따라가기보다 그 흐름을 주도하겠다는 속내가 읽히는 대목이다. 시장경제는 삼성SDI의 전략 변화와 경쟁력을 재무제표와 포트폴리오 다변화라는 두 가지 관점에서 분석했다.
 

'곳간 속 현금' 잉여현금, 1년 새 5천억 증가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은 취임 1년 만에 창사 이래 최고 실적을 올렸다. 지난 1년간 회사의 재무제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현금흐름'이다. 무엇보다 '잉여현금'(FCF)이 크게 증가한 점이 눈에 띈다.

회사의 재무건전성과 투자 여력을 들여다볼때 잉여현금은 가장 먼저 봐야 할 핵심 지표이다. 이 값은 영업활동현금흐름에서 자본적지출(CAPEX)를 빼는 방식으로 구한다. 기업이 신규사업이나 인수합병, 연구개발 등을 위해 쓸 수 있는 '실탄'을 뜻한다고 할 수 있다. 기초(期初)·기말(期末)현금이 당해 기업이 동원 가능한 현금의 총합이라면, 잉여현금은 차입이나 유상증자 등 외부 도움없이 즉시 투입할 수 있는 '곳간 속 현금'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회사는 지난해 설비투자비용(CAPEX)으로 2조5700억원을 썼으며, 잉여현금(FCF)은 4300억원을 확보했다. 잉여현금은 2021년 -787억원에서 지난해 4326억원으로 한 해 동안 5000억원 넘게 늘었으며, 기말(期末)현금자산은 ▲2021년 2조3256억원 ▲지난해 3조2011억원으로 1년 동안 8755억원 증가했다.

지난달 공개한 회사의 연결기준 연간 매출은 20조1241억원, 영업이익은 1조80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8.5%, 69.4% 뛰어올랐다. 전기차용 중대형 전지를 생산하는 에너지 부문 매출은 17조5663억원, 영업이익은 1조8080억원으로 확인됐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0.4%, 133.2% 우상향됐다. 삼성SDI 관계자는 P5(Gen.5) 등 전기차용 중대형 제품군과 에너지저장장치(ESS) 중심으로 실적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부채비율은 2021년 12월 기준 69.99%에서 지난해 9월 기준 79.61%로 안정권을 유지하고 있다.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FCF 중 일부는 주주배당에 사용할 예정이며, 대부분은 미국 공장 증설에 투자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는 글로벌 완성차 기업 스텔란티스와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하고 미국 인디애나주에 전기차 배터리 생산공장을 건설 중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미국 공장 증설에 투자할 계획"이라며 "올해 상반기에는 46π 중대형 원통형 전지 생산 라인과 전고체배터리 파일럿 라인 가동을 예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편집자주] 

☞'삼성SDI 영업현금흐름' 

영업현금흐름은 연구개발, 제조, 생산, 판매와 관련된 기업의 모든 활동 및 그 활동으로 기업이 벌어들이거나 혹은 지출하는 모든 비용을 반영한다. 구체적으로 현금유입(+), 현금유출(-)로 구분된다. 제품 판매대금이나 용역대금(매출채권) 회수·재고자산 감소는 유입(+), 매입채무·협력사 용역대금 지급·종업원 급여(퇴직금) 지급은 유출(-) 항목에 편입된다. 회계상 정상적인 기업이라면 당해 기업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현금유입이 유출보다 높아야 한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거나 이자보상비율이 3년 연속 1미만이면, 한계기업(좀비기업)으로 분류된다.   

삼성SDI의 최근 3개년간 영업현금흐름은 ▲2020년 1조9488억원 ▲2021년 2조1760억원 ▲2022년 2조 6893억원으로 상당히 우량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전기차 수요 둔화 해법... 비(非) 모빌리티 제품군 강화    

호황에도 불구하고 배터리 업계에 '잉여현금'이 중시되는 이유 중 하나는 '포트폴리오 다변화' 필요성 때문이다. 제품군을 다양화하려면 무엇보다 실탄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전환되는 과도기가 지나면 모빌리티향 배터리 수요는 크게 줄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테슬라는 올해 전기차를 생산하는 중국 상하이 공장 생산량을 20% 감축한다. 이어 신차 구매 고객에도 100만원 상당 보조금 지급을 결정했다며 전기차 수요 둔화의 근거라고 분석했다.

국내 배터리 기업은 실적의 상당부분을 전기차에 의지하고 있다. 전기차 수요가 내림세로 돌아선다면 배터리 업계는 불황을 맞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각국 정부의 보조금 축소 가능성, 리튬이온전지의 화재 위험성, 충전소 인프라 부족 등 전기차 수요 둔화를 촉진할 부정적 요인은 곳곳에 산재해 있다. 

삼성SDI는 국내 배터리 시장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각형배터리를 공급하면서 파우치팩 중심의 경쟁사들과 다른 길을 택했다. 최근에는 중대형 원통형 배터리 개발과 양산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배터리 시장은 파우치와 각형에서 원통형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삼성SDI가 양산을 앞두고 있는 중대형 원통형 배터리는 전기차는 물론이고 ESS용으로도 쓰임새가 넓다. 이미 삼성SDI는 중소형 가전제품과 전동공구에 쓰이는 소형 원통형 배터리 분야에서 확실한 비교우위를 갖고 있다. 

손미카엘 삼성SDI 중대형전지 전략마케팅 부사장은 "주요 광물가격 상승으로 인한 전기차 수요 둔화 우려에 대응해 원가 절감을 이뤄낼 것"이라며 "셀투팩 도입, 기술 혁신 노력으로 가격은 점진적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 부사장은 "올해 하반기에는 셀을 만들어 본격적인 공법 테스트를 진행한다"며 향후 계획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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