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환 COO, 배민 수장 등극... '기술→컨설팅' 새 도약 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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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환 COO, 배민 수장 등극... '기술→컨설팅' 새 도약 발판
  • 최유진 기자
  • 승인 2023.01.04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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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준 대표 연임 고사
신임 대표로 이국환 부사장 내정
수수료·배달비 문제가 부담으로 작용
디자인→기술→컨설팅... 배민 3.0 도래
우아한형제들 김봉진 의장(왼쪽)과 김범준 대표. 사진=우아한형제들.
우아한형제들 김봉진 의장(왼쪽)과 김범준 대표. 사진=우아한형제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3년 만에 수장을 교체하면서 변화의 바람이 감지된다. 전산학 전문가였던 김범준 대표가 연임을 고사한 가운데, 컨설팅 전문가인 이국환 COO(최고운영책임자) 부사장이 왕관의 무게를 짊어지게 됐다.

플랫폼 기업 중에서도 10년이라는 짧은 기간 내 유니콘으로 급성장한 배달의민족은 올해 수수료, 배달비 등 각종 문제들이 도마 위에 오르며 성장통을 겪었다. 업계에서는 '컨설팅 전문가'인 이 대표가 배민의 경영 전면에 나선 것을 두고, 본격적인 성장 드라이브를 걸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우아한형제들의 신임 대표로 이국환 부사장이 내정됐다. 내년 3월 주주총회와 이사회 의결을 거쳐 정식 선임될 예정이다. 기존 김범준 대표는 연임을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범준 대표는 향후 사내에서 프로덕트 역량과 리더십 향상을 위한 자문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우아한형제들은 수장이 교체되는 시기마다 변화와 성장을 겪어왔다. 디자인 전공자였던 김봉진 의장을 필두로 2020년 전산학을 전공한 김범준 현 대표가 회사를 이끌어왔다.

디자인 전공자인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은 네오위즈, NHN(네이버)에서 웹 디자이너로 근무했던 이력을 살려 2018년 '배달의민족'을 출범 10여년 만에 유니콘으로 성장시켰다. '배달앱'이라는 당시로서는 익숙하지 않았던 플랫폼에 'B급 감성'을 추가해 국내마케팅에 성공했다. 배달의민족을 대표하는 하늘색을 바탕으로 한 눈에 들어오는 캐릭터와 색채 대비가 뚜렷한 포스터를 공개하는 등 젊은층 사이에서부터 눈도장을 찍었다. 나아가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라는 독특한 카피로 배달앱 인지도를 확립했다.

2020년부터 대표직을 맡은 김범준 대표는 카이스트 전산학과 석사 출신으로 게임 회사 엔씨소프트에서 데이터인포메이션센터 헤드를 역임했다. 이후 SK플래닛 BI추진단장 상무직을 거쳐 2015년부터 우아한형제들 CTO 부사장으로 합류했다.

김 대표는 취임 후 코로나 사태 속에서 급변화와 급성장을 동시에 이뤄냈다. 먼저 글로벌 기업 딜리버리히어로와 합병을 성사시키며, 해외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력을 살려 앱 개편에도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실시간으로 라이더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지도 기능을 활용해 '단건 배달'을 시행했다. '포장' 기능을 추가해 소비자와 소상공인의 배달비 부담을 줄이는데에도 기여했다. 김 대표가 연임한 뒤 우아한형제들 매출은 2020년 1조335억원, 2021년 2조87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94.44%, 94.34% 증가했다.

성장속도가 빠른만큼 겪어야 하는 '성장통'도 컸다. 높아지는 수수료 부담과 배달료 인플레 등 매년 다양한 이슈들이 업계에서 뜨거운 감자가 됐다. 김범준 대표는 3년 동안 매년 국정감사에 참석하며 '국감 개근생'이라는 타이틀까지 얻었다. 지난해 10월 진행된 국감에서는 '상생방안', '배달 라이더 안전' 등을 두고 질타를 받았다. 업계 일각에선 김범준 대표가 여러 대내외 악재에 시달리며 상당한 심적 부담감을 느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김봉진 의장도 김범준 대표를 신임했던 걸로 알고 있다"며 "수수료 이슈 등을 겪으면서 다른 역할을 맡고자 했던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이국환 우아한형제들 CEO 내정자. 사진=우아한형제들
이국환 우아한형제들 CEO 내정자. 사진=우아한형제들

디자이너, 엔지니어를 거쳐 우아한형제들 3.0을 이끌 예정인 이국환 부사장은 컨설팅 전문가다. 연세대, 미국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을 졸업했으며, 글로벌 컨설팅 전문 기업인 맥킨지(McKinsey & Company)에서 컨설턴트로 근무한 이력이 있다. 2017년 우아한형제들에 합류해 기업의 성장 과정을 함께 해왔다.

김범준 대표와 오랫동안 보조를 맞춰왔던 만큼, 기존에 김 대표가 쌓아올린 체계를 계승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컨설팅 전문가로서의 식견을 더한 책임경영에 무게가 실릴 것이란 예상이다. 경영계의 화두로 떠오른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더불어 지속가능성을 위한 상생경영 방안 등이 거론된다. 

반면 일각에서는 기업 컨설팅과 실제 경영은 출발부터 개념이 다르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기업의 성장을 위해 조언하는 자리와 결정권자의 입장은 상당한 차이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 부사장이 차기 대표로서 안정적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는 분석이다.  

우아한형제들 측은 "김범준 대표는 엔지니어로서 회사의 기반을 다졌고, 이국환 부사장은 경영 전문가"라며 "내부에서도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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