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통하는 70년대생 부서장"... 이복현 체제에 금융권 '반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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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통하는 70년대생 부서장"... 이복현 체제에 금융권 '반색'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2.12.21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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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젊은 피 대폭 수혈... 리스크 관리 '역점'
이복현 원장, 8월 이어 12월 세대교체 단행
60년대 후반생 2선으로... 젊은 피 전면에
금융권, "말 통하는 70년대생 부서장 환영"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시장경제DB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시장경제DB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8월에 이어 최근 정기인사를 단행, 70년대생 부서장을 검사부서 전면에 배치했다. 이 원장은 정기인사와 관련해 출신기관 안배를 따지지 않고 백지상태에서 능력과 성과를 보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금융권에서는 일단 기존 관료형 보다는 실무형 부서장들과의 소통이 용이하다는 점에서 금감원 검사 부문 세대교체를 반기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국의 리스크 관리 역량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점에서 긴장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감원이 대규모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부서장급 간부들이 교체되고 위기관리 업무를 전담할 '금융시장안정국'이 신설됐다. 은행검사국과 외환검사팀이 각각 종전 2곳에서 3곳으로 늘어나고 부서장 보직자 79명 중 7%에 해당하는 56명이 재배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조직개편과 관련해 "금리 상승, 환율 급등락 등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로 금융시장 불안이 커진 상황에서 금융안정 대응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감독총괄국의 총괄기능도 강화하기로 했다. 중요 금융 현안에 대해 전사적인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금감원장의 특별지시에 대한 권한도 부여했다.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은행권 검사 조직도 확대했다. 은행검사국을 2국 체계에서 3국 체계로 확대하고, 외환검사팀도 2개에서 3개로 확대했다. 

민생침해 금융범죄 대응과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민생금융국과 주식리딩방 조사전담팀을 신설하고 불법금융대응단을 금융사기전담대응단으로 개편했다. 분쟁조정국 산하에 팀을 신설해 분쟁민원 처리 속도를 높이고 사모운용사특별검사단 역시 보강하기로 했다.

여의도 금융감독원 전경. 사진=시장경제 DB
여의도 금융감독원 전경. 사진=시장경제 DB

금감원 공채 출신 1970년대생 부서장을 검사부서 등 주요 부서에 배치한 것은 이번 인사의 '백미'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복현 원장의 세대교체 방침에 따라 본부 부서장 중 젊은 공채 세대 부서장 비중이 25%선으로 올라갔다. 이 외에도 여성 국장 5명을 본부 부서장으로 임명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부서장 보직자 79명 중 70%에 해당하는 56명이 재배치됐다"면서 "감독 시스템의 안정과 연속성을 위해 감독총괄국장, 금융시장안정국장, 은행감독국장, 신용감독국장, 저축은행감독국장, 자본시장감독국장 등은 유임했다"고 덧붙였다.

금감원은 향후 1월 중 후속 인사로 팀장과 팀원 인사도 서둘러 실시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 8월 수시인사와 마찬가지로 업무능력과 효율성 중심 기조하에 적재적소에 인력을 배치하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금감원의 전면 세대교체는 지난 8월 수시인사에서 어느 정도 윤곽이 나온 바 있다.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8월 출신기관 안배를 따지지 않고 '제로 베이스'에서 업무능력과 성과에 따라 인사를 단행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지난 8월 금감원은 부원장보 5명을 신규 임명하는 임원 인사를 단행하고, 박상원 비서실장에게 기획·경영 담당 부원장보, 김병칠 감독총괄국장에게 전략감독 담당 부원장보, 차수환 인적자원개발실국장에게 보험 담당 부원장보를 각각 맡겼다. 이어 공시조사 담당 부원장보에 김정태 기획조정국장, 소비자권익보호 담당 부원장보에 김범준 생명보험검사국장이 올랐다. 기존 기획·경영 담당 김미영 부원장보와 소비자권익보호 담당 김영주 부영장보는 각각 소비자피해예방과 은행 담당으로 업무가 변경됐다. 

이들 가운데 김병칠, 김범준 국장이 1969년생이며, 박상원 비서실장이 1970년생임이 알려지면서 금융권에서는 향후 '젊은 피' 수혈이 탄력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이복현 원장이 1972년생이라는 점에서 손발이 맞는 '친정체제'가 구축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복현 금감원장. 사진=시장경제DB
이복현 금감원장. 사진=시장경제DB

금감원과 직접 소통하는 업무를 담당한 복수 금융권 관계자들은 이번 세대교체를 일단 환영한다는 뜻을 전해왔다. 한 시중은행 리스크관리 담당자는 "전 정부 하의 금감원에서는 리스크 관리 파트가 한직으로 여겨지면서 관료주의가 만연했는데 8월부터는 실무형으로 체질이 바뀌면서 현장 목소리를 경청하고 이를 감독에 반영하는 분위기"라면서 "현장 실무자 입장에서 말이 안통하는 고령의 관료들보다는 연배가 비슷한 부서장들이 훨씬 소통이 용이하다"고 말했다.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금감원의 젊은 부서장들은 기본적으로 리스크관리, ESG경영, 금융소비자 보호 등에서 업계 수준의 글로벌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면서 "과거 관료형 부서장들은 자금세탁방지 등에서 국제 기준을 이해하고 이를 국내환경에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역할을 거의 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검사기능이 강화된 것과 관련해서는 긴장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솔직히 검사 기능이 대폭 강화된 것이 금융사 입장에서 달갑기만 한 것은 아니다. 젊은 부서장들과 소통이 잘 돼도 기본적으로 금감원과 금융사는 갑과 을의 관계"라면서 "감독기능이 좀 더 예측가능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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