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도 "은행 관둡니다"... 5대銀 최대 3천명 희망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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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도 "은행 관둡니다"... 5대銀 최대 3천명 희망퇴직
  • 문혜원 기자
  • 승인 2023.01.03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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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국민·우리에 이어 신한·하나銀 접수 시작
사상최대 이익 속 학자금·보상안 등 조건 확대
퇴직 규모 2000명 이상 전망... '구조 효율화 차원'
은행권에 희망퇴직 바람이 불고 있다. 은행권은 비대면 전환으로 점포 폐쇄가 확대되며 구조조정으로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은행권에 희망퇴직 바람이 불고 있다. 은행권은 비대면 전환으로 점포 폐쇄가 확대되며 구조조정으로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말에 이어 올해 연초에도 은행권에서 희망퇴직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이익을 기록한 것이 무색한 모습이다. 인력 구조 효율화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하는 상황이다. NH농협은행을 시작으로 우리은행, KB국민은행에 이어 신한은행, 하나은행도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3일 하나은행은 인력 구조 효율화를 위해 준정년 특별퇴직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특별퇴직 대상은 오는 31일 기준 만 15년 이상 근무하고, 만 40세 이상인 일반직원이다. 직원들의 조기 전직 기회 제공과 급변하는 금융 환경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준정년 특별퇴직금은 1968~1970년생 관리자급에게 최대 36개월치 평균 임금(차등 적용)을 제공한다. 책임자, 행원급에게도 36개월치 평균임금을 지급한다. 1971년 출생 이후 직원은 연령에 따라 최대 24개출치 평균임금을 제공한다.

아울러 회사는 1968년~1970년생 준정년 특별퇴직 직원에 한해 자녀학자금, 의료비, 재취업과 전직지원금 등을 지급한다. 신청 기간은 이날부터 9일까지다. 퇴직 예정일자는 이달 31일로 인사위원회 심의를 통해 최종 선정된다.

매년 상·하반기 진행되는 임금피크특별퇴직 역시 1967년 상반기생 직원을 대상으로 실시된다. 최대 31개월치 평균임금이 지급될 예정이다.

앞서 2일 신한은행도 희망퇴직 신청에 들어갔다. 희망퇴직 대상자는 부지점장 이상 일반직 중 1964년 이후 출생자(근속 15년 이상)와 4급 이하 일반직·무기 계약직·RS직(리테일서비스)·관리지원계약직 중 1978년 이전 출생자(근속 15년 이상)다.

지난해에는 부지점장 이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으나 올해는 직급과 연령이 부지점장 아래와 만 44세까지로 기준이 낮아졌다.

특별퇴직금으로는 출생연도에 따라 최대 36개월치 급여가 지급된다. 신한은행은 2∼5일 부지점장 이하 직원들에게, 6∼10일 지점장·부서장급으로부터 신청받아 이달 말 퇴직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28일부터 희망퇴직 신청 접수를 시작했다. 대상은 1967~1972년생으로 만 50~55세다. 퇴직자에겐 특별퇴직금(23∼35개월치 월 평균 급여)과 학기당 350만원의 학자금, 최대 3400만원의 재취업 지원금 등을 제공한다.

NH농협은행은 시중은행 중 가장 먼저 희망퇴직 접수를 시작했다. 지난해 11월부터 10년 이상 근무한 만 40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특별 퇴직금은 월평균 임금 20~39개월치로 지난해(20~28개월) 대비 규모가 확대됐다. 이에 따라 2021년(427명)보다 60명 이상 많은 493명이 지난해 말 퇴직했다.

이어 우리은행이 지난달 19일부터 27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관리자급에선 1974년 이전 출생자를 대상으로, 책임자와 행원급에선 각각 1977년, 1980년 이전 출생자 대상으로 희망퇴직 접수가 진행됐다.

1967년생의 경우 월평균 임금 24개월 치를, 나머지는 36개월 치를 특별 퇴직금으로 줬다. 이 밖에 자녀 1인당 최대 2800만원의 학자금, 최대 3300만원의 재취업 지원금, 건강검진권, 300만원 상당 여행상품권 등도 지원했다.

지난해 1월에는 4대 은행에서 직원 1817명(KB국민은행 674명·신한은행 250명·하나은행 478명·우리은행 415명)이 희망퇴직했다. 2021년에도 5대 은행에서 2000여명 가까이 짐을 쌌다.

업계에서는 올해 경기 불황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달 말까지 퇴직 규모가 2,000명 이상 최대 3,000명 가까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퇴직 대상자 연령과 직급이 낮아진 데다 퇴직금과 학자금 등 조건도 확대됐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최근 몇 년 사이 특별퇴직을 정례화하고 있다. 이처럼 은행이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는 배경으로는 비대면 금융거래 증가로 점포 축소가 빨라지면서 인력 수요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한 실적 호조를 바탕으로 보상안이 확대되면서 임직원들의 퇴직 신청이 늘어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은행 지점 수는 빠르게 축소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집계에 따르면 국내 은행 점포 감소(지점 폐쇄·출장소 전환) 규모는 2018년 74개에서 2019년 94개, 2020년 216개, 2021년 209개, 2022년(8월까지) 179개로 집계됐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올해 최대 실적을 거둔 데다 디지털 전환 분위기가 맞물려 희망퇴직 규모가 예년보다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전에는 72년생까지였다면 78년생도 포함되는 등 희망퇴직 연령대상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젊은 직원들에까지 희망퇴직 조건이 늘어난 것은 빨리 제2인생을 찾게 하려는 기회를 주고 인재 선순환과 금융환경 변화 대응 등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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