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채·가계부채 관리에 中企지원까지... 금감원의 광폭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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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채·가계부채 관리에 中企지원까지... 금감원의 광폭행보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2.12.23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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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원장, "공모 은행채 발행 재개 결정"
"헤리티지 판매사에 당국 입장 설명할 것"
22일 중기부와 중기지원 협약... 전방위 행보
업계, "보폭 키울때는 업계와 소통 강화해주길"
여의도 금융감독원 전경. 사진=시장경제 DB
여의도 금융감독원 전경. 사진=시장경제 DB

최근 세대교체를 단행한 금융감독원이 공모 은행채 발행재개, 가계부채 관리, 중소기업 지원 등 전방위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 관치 논란이 나오지만 금융권 관계자들은 당국의 적기·적정 수준 개입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공모 은행채 발행을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얼어붙은 은행권 자금운용의 숨통을 틔운다는 취지다.

이날 이복현 원장은 금감원 연수원에서 진행된 행사를 마친 후 기자들에게  "최근 우량채를 중심으로 시장안정에 온기가 도는 모습인데, 이런 상황이라면 제약 요건이나 해석에 어려움이 있는 것(사모 은행채)을 하기 보다는 더 보편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게 낫겠다는 데 공감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당국은 사모형태의 은행채를 발행해 은행끼리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을 검토했다가 한국은행이 적격담보증권 인정 문제를 제기해 공모를 풀어주는 방식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이복현 원장은 최근 금융권의 다양한 사안들에 대해 비교적 소신있고 명확한 관리방안 밝혀 눈길을 끌었다. 먼저 금융지주 등 금융사들의 주주환원 정책에 대해서는 "주주환원 정책과 관련된 구체적 결과에 대해 금융당국이 개입하는 것은, 특히 수치에 대해 의견을 강하게 주는 것에 대해 저는 견해를 달리하고 있다"면서 "배당이든 자사주 매입이든 주주환원정책 의사결정은 이사회의 통제를 받는 경영진의 몫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업계 자율성을 존중하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부실과 관련한 중소형 증권사의 구조조정과 관련해서도 역시 "지금 얘기가 되는 구조조정은 증권업계의 자율적인 의사결정이나 주주들의 의사결정에 따라 자구책을 마련하고 그 자구책에 기초해 정책금융 기관과 호흡을 같이 하며 유동성을 마련하는 민간 중심의 사적인 구조조정 노력"이라고 말해 민간중심 기조를 명확히 했다. 

최근 금감원 분조위가 결정한 헤리티지 펀드 100% 보상안에 대해 판매사들이 수용여부 판단을 유예한 것과 관련해서는 "지금 상황에서는 개별 증권사들의 의사결정을 좀 보고, 거꾸로 저희가 법령에서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에 대한 자료나 근거들을 제공하는 것이 지금 할 수 있는 합리적인 수단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당국이 판매사들과 좀 더 소통하면서 이 문제를 조율해 나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맞춤형 가계부채 관리 대책이 필요하다는 언급도 있었다. 이 원장은 "가계부채의 경우 총량으로는 감소세지만 주담대의 경우 여전히 소폭 증가세이고, 관련된 금리 부담에 대한 우려가 남아 있는 상황"이라며 "전체적인 추세를 보면서 가계부채 관리 대책을 마련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시장경제DB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시장경제DB

 

중기벤처부와 손잡고 중소기업 지원까지

금감원은 지난 정부 하에서 이른바 '탑다운' 방식의 감독과 징계 위주에서 최근 사전 금융사고 예방, 리스크 관리 부문으로 보폭을 확대하고 있다. 22일 금감원은 중소기업벤처부를 필두로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은행연합회와 '중소기업의 재도약과 성장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에 참여했다. 

업무협약식에 앞서 이영 장관과 이복현 금감원장은 최근 중소기업 관련 현안 등에 대해 논의하고, 향후 양 기관이 소통하고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이번 업무협약은 3고 등 복합위기 장기화로 중소기업의 경영여건이 악화되자 선제적 지원에 힘을 모으기 위해 마련됐다"면서 "중기부의 재기지원 사업과 금융권의 지원제도간 연계 강화를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영 중기벤처부 장관(왼쪽)과 이복현 금감원장. 사진=중기부 제공
이영 중기벤처부 장관(왼쪽)과 이복현 금감원장이 22일 협약식 직전 환담하고 있다. 사진=중기부 제공

이날 이영 중기부 장관은 "중기부는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중소기업에 500억원 규모 융자와 선제적 자율구조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시행하고 있다"면서 "이번 협약으로 금감원과 은행권에서는 중기부 지원정책에 대한 안내와 추천을 하게 되는 등 민·관의 협력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복현 금감원장 역시 "산업 환경 변화에 잘 적응하고 금리인상 등 대·내외 환경 변동 시 기업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하는 실질적 지원방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금감원은 다양한 금융지원정책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수시로 점검하는 등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번 협약으로 금감원은 신용위험평가 결과 경영상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되는 중소기업에게 중기부의 재기지원 사업을 안내하고, 중기부에는 지원사업에 적합한 중소기업을 추천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의 광폭행보와 관련해 금융권에서는 적기에 적정 수준 개입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 리스크관리 담당자는 "가계부채나 금리, 중소기업 지원 등은 조금 느린 호흡으로 결과를 지켜보고 판단해야 할 중장기 과제이지만 감독과 징계 권한을 가진 기관이 책임있는 자세로 끌고 가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 원장이 최근 친정체제를 구축한 후 기존 감독기능에서 관리기능 쪽이 강화되는 것 같다"면서 "흥국생명 사태 등 리스크 관리가 적기에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국가경제가 휘청일 수 있는 시기이므로 권위와 전문성을 가진 기관이 어느때보다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금감원의 관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관치 논란과 관련해 당국이 개입해선 안된다는 것이 아니라 과도한 개입을 하지 말아달라는 것이 업계의 솔직한 심정일 것"이라면서 "금감원이 보폭을 확대하는 만큼 금융권과 소통채널을 정례화하고 현장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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