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증권사 징계 향방은?... 법조계 "수위 경감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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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 증권사 징계 향방은?... 법조계 "수위 경감 가능성"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2.11.24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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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승 회장 중징계에 증권가도 긴장
당국, "조속히 사모펀드 이슈 마무리"
법조계 "은행과 징계사유 달라 경감될 수도"
"증권사 징계사유는 내부통제, 은행과 온도차"
여의도 금융감독원 전경. 사진=시장경제DB
여의도 금융감독원 전경. 사진=시장경제DB

금융당국의 사모펀드 관련 수습이 급물살을 타면서 '라임 사태'에 엮인 증권사와 CEO들의 향방에 금융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시중은행에 비해 증권사들이 라임펀드를 취급한 규모가 크지 않고, 당국의 징계사유도 은행과 달라 징계 수위가 경감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환매중단된 사모펀드에 대한 후속조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1일 독일 헤리티지 펀드 관련 분쟁조정 신청 6건을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로 결론내고, 100%배상할 것을 권고했다. 

이날 분쟁조정위원회에 안건으로 올라온 6개사는 신한투자증권, NH투자증권, 현대차증권, SK증권,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6개 금융사다. 이로서 2020년을 기해 시작된 주요 사모펀드 환매중단과 관련한 분쟁조정이 일단락됐다. 

지난 5월 여의도 국회 앞에서 사모펀드 공대위 관계자들이 정부와 여당을 상대로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사모펀드 공대위 제공
지난해 5월 여의도 국회 앞에서 사모펀드 피해자 모임 관계자들이 정부와 여당을 상대로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사모펀드 공대위 제공

앞서 9일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징계문제를 연내 마무리할 것임을 예고하면서 "시장이 어렵지만 금융위가 해야 될 것은 해야 한다고 판단했고, 연말 전 정리해야 될 것은 빨리 하나씩 정리하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4일 뒤인 13일 금융위는 손태승 회장에 대한 '문책경고' 징계안을 확정했다.

손 회장의 중징계 소식에 라임을 취급했던 증권사들도 긴장하는 모양새다. 윤경은 전 KB증권 사장과 김형진 전 신한금융투자(현 신한투자증권) 사장, 나재철 전 대신증권 사장(현 금융투자협회장) 등 3명이 '직무정지'를 받았고 박정림 KB증권 사장은 한 단계 아래인 문책경고를 받았다. 

금감원의 CEO 대상 징계 가운데 통상 문책경고, 직무정지, 해임경고는 중징계로 구분되며 임기종료 후 3~5년간 금융권 재취업이 금지돼 징계안이 확정될 경우 연임은 불가하다.

최근 레고랜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부도 사태로 부동산 PF 대출 부실 우려가 커지면서 금융당국이 PF대출 사업장별 등 전수조사 점검에 나섰다.(왼쪽)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금융당국은 사모펀드 관련 후속조치를 가능한 조속히 마무리짓겠다는 방침이다. 왼쪽부터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다만 증권가에서는 은행권에 비해 라임발(發) '여진(餘震)'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우선 우리은행의 경우 부당권유 등 불완전판매가 이유였던데 반해 증권사 CEO들은 '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 미비'가 그 사유라는 점에서 온도차가 있다는 분석이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금융권과 법조계에서는 지난해부터 내부통제 미비를 들어 금융사 CEO까지 제재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기류가 이미 형성돼있다"면서 "최종 결과를 봐야겠지만 여전히 징계수위가 경감될 가능성은 있다"고 내다봤다.

일례로 지난해 8월 말 재판부는 손태승 회장이 제기한 DLF관련 징계취소 청구소송에서 우리금융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금융사가 내부통제안을 '마련해야 할 의무'를 금융당국이 '준수 의무'로 확대적용해 처분사유를 구성했고 이는 잘못이라고 판시했다. 또한 금감원이 적용할 법리를 제대로 구성하지 못한 것 외에도 지배구조법과 시행령, 관련고시의 내용이 애매해 예측가능성이 떨어진다면서 보다 구체적으로 관련규정을 정비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앞서 감사원 역시 2017년 말 금감원 측에 비슷한 지적을 한 바 있다. 당시 감사원은 금감원이 내부통제기준으로 금융사들을 제재하는 것은 징계권 남용으로 보고 '주의 조치'했다. 감사원은 "법은 금융회사가 내부통제기준을 정해야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내부통제기준 위반을 제재사유로 규정하지 않는다"면서 "금융사의 범죄를 행정적으로 처벌하려면 금융관련법에 구체적이고 적절한 근거를 마련하고, 이에 따라 제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왼쪽)과 윤석헌 금감원장. 금융권에선 '내부통제기준' 자체도 내용이 애매할 뿐 아니라 이것의 '미비'를 들어 사모펀드 판매와 직접적 연관이 없는 금융사 CEO까지 중징계하는 것이 타당한가를 놓고 지속적으로 논란이 있어왔다. 사진=시장경제DB
은성수 전 금융위원장(왼쪽)과 윤석헌 전 금감원장. 지난해부터 금융권과 법조계에서는 '내부통제기준' 자체도 내용이 애매할 뿐 아니라 이것의 '미비'를 들어 사모펀드 판매와 직접 연관이 없는 CEO까지 중징계하는 것이 타당한가를 놓고 지속적으로 논란이 있어왔다. 사진=시장경제DB

법조계 관계자는 "기존 내부통제 법규를 자의적으로 해석, 확대해 적용하지 말라는 감사원의 지적을 4년뒤 재판부가 DLF 재판에 그대로 인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형벌의 요건이 애매하거나 확대 해석과 유추가 남용되면 감독기관의 '원님재판'식 전횡이 있을 수 있어 법치와 자유민주주의 관점에서 감사원과 법원이 이를 제지한 것"이라고 논평했다.

이 외에도 현재 증권가의 기록적인 불황으로 혁신보다 안정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있는 점을 당국이 어느 정도 감안해주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통상 증권사 CEO 연임여부는 실적이나 경영 성과를 가지고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는데 올해는 초유의 불황으로 실적보다는 안정에 무게가 실릴 것"이라면서 "어차피 실적은 다 안좋은데 리스크 관리 역량이 있거나, 신사업 분야를 개척할 수 있는 CEO를 굳이 내칠 이유가 있겠는가"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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