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약없는 獨 DLS펀드 분쟁조정... "방치한 금감원, 결론도 미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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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약없는 獨 DLS펀드 분쟁조정... "방치한 금감원, 결론도 미적"
  • 문혜원 기자
  • 승인 2022.09.22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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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예정됐던 분쟁조정위 차일피일 또 연기
신한금투, '담보이행 확인 무시' 판매강행 정황
"당시 이미 소명, 분조위 조사 충실히 임할 것"
감사원 "49명 초과 공모 규제 회피 행위" 지적
금감원 "지적 사항 조사 내용은 밝히기 어렵다"
금융감독원이 '독일 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DLS)' 관련해 검사를 미뤄왔던 2년의 시간 동안 ‘사기혐의’정황을 알면서도 이를 ‘묵과’했다는 근거가 포착되면서 업계의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사진=시장경제DB
금융감독원이 독일 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DLS) 사태와 관련해 검사를 미뤄온 2년 동안 사기 혐의 정황을 알면서도 이를 묵과했다는 근거가 포착되면서 파장이 예상된다. 사진=시장경제 DB

금감원은 독일 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DLS) 환매 중단 사태 조사를 최근까지 이어왔지만 분쟁조정에 대한 결론을 좀처럼 내지 못하고 있다.

22일 본지 취재 결과 금감원이 지난 5일 개최할 예정이었던 분쟁조정위원회가 갑작스럽게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분조위는 배상 문제와 관련해 사기에 의한 계약취소냐, 불완전판매냐를 저울질 중이었다. 문제는 분조위가 기약 없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금감원은 현재 투자자에게 지급할 배상비율을 놓고 고심 중이라는 후문이다. 

금감원 분조위 관계자는 “연기한 것이 아니라 확실한 일정을 정하지 않은 것 뿐”이라며 “헤리티지펀드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말씀드리기 곤란하다”고 말을 아꼈다.
 

"또 분조위 연기... 80% 배상 결정 시 소송 나설 것"

금감원이 독일 헤리티지 DLS 분쟁조정 절차를 미룬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9월 경 관련 절차를 밟겠다고 공표했지만 코로나 상황 등을 이유로 분조위 개최를 취소했다.

2년 동안 속앓이하며 기다려온 피해자들은 분조위 일정이 또 다시 연기되자 강하게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현재 분조위 내부에서는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불완전판매 판정 사유와 유사하게 보는 것으로 안다”면서 “금감원이 80% 수준의 배상안을 내놓을 경우 분쟁조정을 거부하고 민사소송에 나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금감원이 2019년 7월 사모펀드 사태 전수조사를 벌였을 당시 독일 헤리티지 DSL에 대한 사기 정황을 의심하고 있었음에도 제대로 조사를 벌이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판매사들의 불법·부당행위를 감시하기는커녕 이를 방치해 사건을 키웠다는 것이다. 

이복현 금감원장. 사진=시장경제DB
이복현 금감원장. 사진=연합뉴스

업계 관계자들은 먼저 지난해 12월 열린 금융당국 제재심에서 헤리티지펀드 최대 판매사였던 신한금융투자 사례를 꼽는다. 판매 과정에서 부당 권유 금지 규정을 위반한 점이 인정돼 제재를 받은 부분이다. 

당시 금감원 보고 내용을 확인해 보면 상품 판매 초기 신한금융투자는 협력관계에 있는 법무법인을 통해 담보 확인 후 판매를 진행하라는 자문을 받았다. 하지만 신한금융투자는 이를 무시하고 판매를 강행했다. 헤리티지를 다뤘던 유안타증권 등 다른 일부 증권사가 시행사 정보공개가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판매를 중단, 손실을 피한 것과는 정반대의 행보다. 

한 금투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 담보 확인 요청은 시행사 불투명을 반영하는 부분인데 신한금융투자 보고 사례는 금감원이 사기 정황을 미리 간파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내 금융사들이 헤리티지 상품을 판매하기 전 독일 현지는 물론 영국과 싱가포르 금융당국은 해당 부동산을 개발하는 시행사가 사기·횡령·자금세탁 등 각종 비행을 일삼았다는 의혹에 대해 강한 경고를 한 바 있다. 독일의 한 매체는 2016년 6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해당 시행사가 현지에서 벌인 사기 행각과 자금세탁 의혹을 집중적으로 파헤쳐 보도하기도 했다.

국내에서 독일 헤리티지 DLS가 처음 출시된 시점은 2017년 5월이다. 이후 손실 가능성이 제기된 것은 2019년 7월 초다. 이 때문에 국내 금융사들이 문제를 인지하지 못한 채 판매에 나섰고 결과적으로 리스크 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이다. 

신한금투 관계자는 이에 대해 “법무법인 자문에 의한 사항은 금감원에 소명을 했고 상응하는 조치도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어 “헤리티지 상품 판매건에 대한 금감원 조사는 2019년 진행됐고 저희는 2020년 4월 투자금의 50% 가지급을 시행해 현재 금감원의 자료 제출 요구와 질의에 성실히 협조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감사원 "독일 헤리티지 사태, 금감원이 키웠다"

감사원이 지난해 금감원을 대상으로 부실감독행위를 조사한 결과가 나오면서 방치 의혹이 더욱 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감사원은 환매 연기 사태와 관련해 그간 금감원이 정황을 알았지만 무사안일(無事安逸)로 일관했다고 꼬집었다.

실제 본지가 확보한 보고서에서 감사원은 독일 헤리티지 사태에 대해 "근본적으로는 금감원의 무사안일한 감독에 의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금감원의 구체적인 문제점을 열거했다.

감사원은 금감원의 귀책 중 하나로 '공모규제 회피 조사 미실시와 제재 조치의 부적성'을 지적했다. 사모펀드 규제 사항으로 투자자 수 49명 초과를 했다는 것을 알면서도 금감원이 적절한 책임을 묻지도 않고, 감독 강화에 나서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금감원이 자본시장법 제426조 등에 따라 금융투자업자의 증권신고서 제출의무 위반을 어겼음에도, 해당 건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규제를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감사원은 2019년 7월 초 언론보도를 통해 독일 헤리티지 DLS에 대한 부실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금감원이 즉각 조사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언급했다. 감사원은 문건에 “금감원 DLS 공시 위반 조사업무 담당 팀은 특정금전신탁 투자자가 50명 이상인 부분을 부원장보에게 보고했지만, 금감원은 검토보고서를 전달받고도 구체적 사실관계가 검사를 통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2020년 7월 말(감사일)까지 DLS 공모 해당 여부와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 위반 등 조사를 실시하지 않았다”고 적시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 위반 등은 감사원 지적 후 조사를 진행해 해당 금융사에게 징계 조치를 내린 부분”이라며 “공개적으로 제재 등 안건과 관련해 올리는 내용 외에는 비공개 사항이라 자세히 말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한편, 최근 검찰이 사모펀드 판매 금융회사를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어 금융권에선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가 독일 헤리티지 분조위에도 반영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 독일에서는 GPG 파산과 관련해 사기·배임 혐의에 대한 검찰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다만, 국내 금융당국의 조사 권한이 미치지 않아 현황 파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금감원은 독일 헤리티지 DLS가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체결 시점의 사실 관계 확인이 어렵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통상 분조위는 대표 사례를 기준으로 배상 범위가 결정된다. 불완전판매로 결론이 내려질 경우 대표 사례에서 결정된 배상 범위를 토대로 나머지 피해자들이 판매사와 합의 단계를 밟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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