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신한證, 해지된 보증보험 내세워 '어린이집 펀드' 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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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신한證, 해지된 보증보험 내세워 '어린이집 펀드' 팔았다
  • 문혜원 기자
  • 승인 2022.11.08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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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움시퀀스 앱솔루트 1호’ 부실판매 의혹
'우량 어린이집 52곳 시설물' 보증지급 형태 
SGI보증안전 내세워 판매... 불이행 정황
신한투자증권, 부실 위험에도 판매강행 의혹
신한투자證 "운용 상세문제는 운용사 책임"
운용사 측 "GEN 제안서대로 했을 뿐" 반박
투자자 피해 호소 여전... 민사소송 번질 조짐
금감원 "나머지 피해자 관련 대응 방안 고심"
신한투자증권이 2018년 10월 어린이집 펀드라고 불리는 ‘라움시퀀스 앱솔루트 1호’의 부실 위험을 인지하고도 판매를 강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신한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이 2018년 10월 어린이집 펀드라고 불리는 ‘라움시퀀스 앱솔루트 1호’의 부실 위험을 인지하고도 판매를 강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신한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이 2018년 10월 어린이집 펀드라고 불리는 ‘라움시퀀스 앱솔루트 1호’의 부실 위험을 인지하고도 판매를 강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판매를 시작하기 전부터 건설보증으로 예치된 어린이집 일부가 이미 계약 해지된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4일 본지 취재 결과 신한투자증권은 현재 환매 중단된 라움시퀀스 펀드에 대한 사적화해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다. 지난 3월 사적화해 절차 안내문을 처음 투자자들에게 배포한 후 6월부터 본격적으로 합의를 진행해왔다. 보상 범위 비율은 60%로 알려져 있다. 라움시퀀스 펀드의 판매고가 크지 않은 만큼 사적화해로 분쟁 리스크를 덜어내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현재 거의 96% 정도 사적화해를 조율하고 있고 최근에는 남은 4명 투자자 중 2명과 다시 접촉해 조만간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2018년 10월과 11월 라움시퀀스 앱솔루트 사모펀드 1호, 2호를 판매했다. 최소 가입금액은 1억원이다. 1호와 2호 펀드의 각 설정액은 각각 91억원, 186억원이다. 두 펀드의 만기는 대략 2년이 조금 넘는다. 2021년 초 만기가 순차적으로 도래했다. 시퀀스 1호 펀드는 특수목적법인(SPC) 사모사채에 투자하는 전략을 썼다. 

'라움시퀀스 1호 펀드'투자제안서. 사진=제보자 제공
'라움시퀀스 1호 펀드' 투자제안서. 사진=시장경제 DB

본지가 관련 투자설명서를 확보해 분석한 결과 해당 펀드는 차일드스토리교육회사의 지분 중 일부를 전환상환우선주로 갖고 있었다. 구체적으로 우선주로 한 사모사채 약 61억1,000만원, 전환상환우선주 5억원을 편입하고 있다. 사모사채는 SPC 글로벌에듀케이션네트워크(GEN)가 발행한다. 글로벌에듀케이션네트워크는 어린이집과 시설물 유지관리, 물품 공급계약을 맺고 보증금과 교육프로그램 등을 제공하는 회사다.

GEN는 투자받은 금액의 10%를 웃도는 수익을 내고, 투자자에게 8~9% 수준의 수익을 돌려준다. 트라움자산운용은 이중 100bp를 운용보수로 수취하고 판매보수 등을 차감한 뒤 연 6% 수준의 수익을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돼 있다. 펀드는 2년 만기 폐쇄형이고, 이자는 6개월에 한 번씩 지급되는 구조다. 

신한투자증권은 펀드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투자자들에게 어린이집 시설물에 대한 SGI서울보증보험 반환보증서를 내세워 안전성을 크게 강조했다. 어린이집에 제공한 보증금을 만기에 돌려받기 위한 안전장치로 SGI서울보증보험 임차보증금 반환지급보증에 가입하고 있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가 가능하다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SGI서울보증센터 측은 라움시퀀스 펀드와 관련한 보증 여부를 알지 못한다고 선을 그었다. 취재진의 질문에 SGI보증센터 관계자는 “이 펀드는 처음 듣는다”고 말했다. 이어 “담보에 의한 보증가입 여부는 증권번호를 통해 알 수 있는데 저희 회사와 직접적인 계약이행 과정은 현재로선 확인이 안 된다”고 했다. 

‘라움시퀀스 1호’ 펀드 투자제안서에는 세종시 A어린이집 지급보증보험에 대한 증권번호가 기재돼 있었다. 가입 여부는 2018년 4월 13일부터 2021년 4월 21일까지였다. 문제는 계약 유효 여부다. 보증지급 증명서에 적시된 센터를 취재한 결과 라움시퀀스 펀드가 설정된 2018년 10월경보다 훨씬 이전인 2018년 9월에 이미 계약 불이행 이력이 확인됐다. 건설보증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라움시퀀스 1호 펀드' 관련 2018년 세종시 A어린이집 보증 이행 계약 여부 불이행 조회 서류. 사진=시장경제 DB

해당 보증센터는 “당시 피보험계약자인 ㄷ 건축시공업 회사에서 계약 불이행 사유 서류를 들고 왔다”면서 “사유에 대해서는 설명을 하지 않았고 펀드와 관련해 뭔가 이야기를 하긴 했지만 그냥 낌새가 이상하다고 여겨 바로 불이행을 체결했다”고 전했다. 

신한투자증권 측에 해지 이행 사실을 알았는지 여부를 묻자 “펀드 운용 설정은 운용사에게 있기 때문에 그 쪽에(트라움자산운용사) 문의를 해야 한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현재 투자자들 대부분과 사적화해를 하고 있고 피해 보상 해결에도 조속히 나섰다”고 해명했다.

트라움자산운용사 측은 “사모사채 발행회사인 GEN에서 상품을 설정하고 해지에 의한 부분도 제안했다”며 “만약 상품이 만들기 전부터 해당 어린이집 건물보증이 안된 것이라면 GEN에 사기 의혹이 있는 것이 아니겠냐”며 반문했다. 

트라움자산운용은 지난 2020년 라움시퀀스앱솔루트1호와 2호 펀드의 환매연기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지난해 7월에는 라움에서 트라움으로 사명을 변경한 바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보증 안전장치 부실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무엇보다 트라움자산운용이 펀드를 설정하기 전 시설물에 대한 검증을 제대로 진행하지 않았다는 점, 판매사인 신한투자증권이 투자 유치에 급급해 불완전판매를 자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현재 투자자들은 사적화해를 통해 합의를 했다고 해도 손해금액이 크다는 면에서 불만을 쏟아내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계속 사적화해를 거절해 온 일부 투자자들은 “상품 자체가 사기성이 농후하다”며 전액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변호사를 선임해 민사소송도 준비 중이다. 피해자 A씨는 “1억원을 투자해서 사고 난 후 원금 20%만 받은 상황”이라며 “현재 80%를 돌려 받아야 하는데, 배상비율이 60% 보상인 셈이니 말이 안된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는 "만약 사기의 요건이 충족되면 형사사건으로도 소송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라움시퀀스 펀드’ 피해자의 법률 대리인인 법무법인 대호의 이성우 변호사는 “이 펀드는 판매 과정에서 허술함이 명백히 드러나는 정황들이 있기 때문에 ‘사기 내지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당국도 라움시퀀스 펀드 관련 불완전판매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라움시퀀스 펀드는 신한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유안타증권 3곳이 주로 판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한화투자증권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의 경우는 사적화해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검사국 차원의 조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통상 사적화해를 진행 중인 금융사는 검사·분쟁조정을 거치지 않는다”면서 “신한투자증권의 경우 아직 사적화해를 하지 않고 있는 투자자들에 대한 해결 방안을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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