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회계잘못 인정, 선처를"... 하나銀, 옵티머스 입장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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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회계잘못 인정, 선처를"... 하나銀, 옵티머스 입장 바꿨다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2.11.02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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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지난달 25일 하나銀 두 직원 징역 5·2년 구형
변호인 "옵티머스 회계 잘못했지만 고의 없어"
피해자모임 "자사도 피해자라면서 왜 선처 구하나"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하나은행 변호인단이 옵티머스펀드 수탁 업무에 관여한 직원 2명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회계 처리를 잘못한 사실을 인정하고 선처를 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나은행 측은 대외적으로 자신들도 옵티머스 사태의 피해자라는 입장을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2일 법조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조병구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방조와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하나은행 직원 2명에 대한 결심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이날 재판부에 피의자 조씨와 장씨에게 각각 징역 5년과 징역 2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조씨와 장씨는 하나은행 수탁업무 실무자로 있으면서 지난 2018년 8월부터 같은 해 12월까지 3회에 걸쳐 하나은행이 수탁 중인 다른 펀드의 자금으로 옵티머스 펀드 환매대금 92억원 상당을 '돌려막기'해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날 검찰은 함께 기소된 하나은행(법인)과 옵티머스자산운용에는 벌금 2억원과 1억원을 각각 구형했다. 

취재진의 취재와 관계자 제보 등을 종합하면 이날 하나은행 측 변호인은 시종일관 피의자들에게 고의가 없었고, 부당한 경제적 이익을 얻은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 측은 "내부적으로 여러 검사들이 앞서 (논의 끝에) 유죄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기소가 된 것"이라고 일축하면서 "본 건으로 인해 피해를 본 투자자들은 지금까지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하나은행 측 변호인단은 최후변론에서 "신탁업자는 수동적, 소극적 지위에서 처분을 따를 뿐이며 (재판부가) 이러한 지위를 이해해주길 바란다"면서 "오해받을 짓, 회계처리 잘못한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이 사건으로 피의자들은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면서 재판부의 선처를 재차 호소했다.

금융권과 법조계에서는 하나은행 측 변호인단이 회계처리가 잘못됐다는 점을 인정한 것과 관련해 그간 자신들도 피해자라고 주장해온 것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지난 3월 금융당국 역시 하나은행이 집합투자재산간 거래금지 조항을 위반했다는 점을 확인하고 징계를 확정했다"면서 "사실상 유죄 선고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예상하고 가능한 형량을 줄여보겠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사모펀드 피해자 모임 관계자는 "고의든 아니든 회계처리를 잘못해서 화를 키웠으면 대국민 사과를 먼저 해야하는 것이 아니냐"면서 "그간 자신들도 옵티머스 피해자라고 강변해놓고 뒤로는 재판부에 잘못했다며 선처를 바라는 것은 무슨 처사냐"며 언성을 높였다.

 

1조원대 초대형 사기... 옵티머스 사태란?

검찰 추산 1조2,000억원의 사기총액으로 '단군 이래 최대 사기'라는 오명을 얻은 옵티머스 사모펀드는 2017년 12월 경 한국도로공사, 경기교육청 등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해 연 3~4%의 안정적인 수익률을 낼 수 있다면서 투자자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이후 옵티머스는 투자자들로부터 받은 돈을 대부분 공공기관 매출채권이 아닌 옵티머스 2대 주주 이동열이 대표로 있는 페이퍼 컴퍼니 △씨피엔에스 △아트리파라다이스 △대부디케이에이엠씨 등 비상장사의 사모사채를 매입했다가 2020년 6월 환매중단 사태를 맞았다. 

검찰은 지난해 5월 말 옵티머스의 수탁사였던 하나은행(법인)과 직원 2명을 배임과 자본시장법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운용사의 비정상적 운용 정황을 알면서도 사기를 방조했다는 혐의였다.

이후 올해 7월 옵티머스 자산운용의 김재현 대표는 40년의 중형이 확정됐고 8월 자산운용사 역시 파산선고를 받으면서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판매사, 수탁사, 사무관리사 등은 책임소재와 경중을 놓고 법정 공방이 진행중이다. 

취재진이 입수한 옵티머스 관련 12개 공소장에는 비정상적 운용의 정황이 곳곳에 드러났다. 투자자들에게 약속한 수익을 줄 수 없게 되자 피의자들이 수탁사와 논의해 운용보수를 내리는 방안까지 고심했던 정황이 보인다. 사진=시장경제DB
취재진이 입수한 옵티머스 관련 12개 공소장에는 비정상적 운용의 정황이 곳곳에 드러났다. 투자자들에게 약속한 수익을 줄 수 없게 되자 피의자들이 수탁사와 논의해 운용보수를 내리는 방안까지 고심했던 정황이 보인다. 사진=시장경제DB

취재진이 입수한 서울중앙지방검 경제범죄형사부의 공소장(2021. 5. 28)과 관계자 제보 등을 종합하면 검찰로부터 기소된 하나은행 직원은 조모씨(52)와 장모씨(51)로, 2018년 8월과 12월 사이 총 8회에 걸쳐 수탁 중인 다른 펀드 자금을 이용해 옵티머스 펀드 환매대금 92억원 상당을 '돌려막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투자자들에게 약속한 수익률을 낼 수 없게 되자 수탁사와 의논해 운용보수를 내리는 방안도 고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위 기간에 행해진 8회 '돌려막기' 가운데 2018년 8월 9일, 10월 23일, 12월 28일 등 3회는 지급준비계좌(지준계좌)에 있는 돈을 빼서 판매사에 환매 자금을 이체해준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지급준비금은 금융회사가 고객 예금을 지불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에 의무적으로 쌓아놓는 자금이다. 

당시 하나은행 수탁부는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가 "내일 무조건 돈을 보내겠다"는 말을 믿고 이 같은 조치를 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운용지시서도 없이 하나은행이 개입해 옵티머스를 환매중단 위기에서 구해준 셈이다. 당시 금감원 역시 하나은행이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옵티머스의 편의를 봐줬다고 보고, '사기 방조'라는 취지로 검찰에 통보한 바 있다.

지난 7월 14일 대법원 형사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 대표에게 징역 4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2022도3799). 벌금 5억원과 추징금 751억7,500만 원도 원심 그대로 확정됐다. 함께 기소된 옵티머스자산운용의 2대 주주인 이동열 역시 2심에서 선고된 징역 20년과 벌금 5억원, 추징금 51억7,500만 원이 그대로 확정됐다. 사진은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 사진=연합뉴스
지난 7월 14일 대법원 형사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 대표에게 징역 4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2022도3799). 벌금 5억원과 추징금 751억7,500만 원도 원심 그대로 확정됐다. 함께 기소된 옵티머스자산운용의 2대 주주인 이동열 역시 2심에서 선고된 징역 20년과 벌금 5억원, 추징금 51억7,500만 원이 그대로 확정됐다. 사진은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 사진=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도 하나은행의 과실을 지적하고, 올해 3월 검사 결과를 토대로 하나은행이 옵티머스 수탁업무 처리 과정에서 보관·관리하는 집합투자재산 간 거래를 금지한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어 금융위원회도 하나은행에 대해 일반 사모집합투자기구 재산의 신규 수탁업무를 3개월간 정지하는 조처를 의결했다.

이 외에도 검찰은 피의자 조씨에게 2020년 5월 옵티머스 펀드의 비정상적 운용을 알면서도 수탁 계약을 체결해 143억원 상당의 사기 범죄를 방조한 혐의(사기 방조)도 적용됐다. 같은 해 9월 24일에는 하나은행에 대한 압수수색도 진행됐고, 이듬해 5월 검찰은 법인의 대표자나 대리인 등이 죄를 범하면 법인도 함께 처벌하는 양벌규정에 따라 하나은행 법인도 함께 기소한 상태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펀드가 만기일에 고객에게 약속한 상환금을 줄 수 없게 됐다면 그러한 사정을 판매사와 투자자 등에 신속히 고지하고 추후 수습책을 의논하는 게 정상"이라면서 "(검찰은) 수탁중인 다른 펀드자금을 빼왔으니 거기에 투자한 이들에게 손해를 줬고, 일부 또는 전부 환매중단 됐어야 할 펀드부실을 막아줬으니 그 투자자들에게 부당한 이익을 안겨줬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기소 요지를 설명했다.

한편 지난 3월 15일에 진행된 첫 공판에서 하나은행 측은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한 반면 운용사 측 김재현 대표는 공소 사실을 모두 인정해 대조를 보였다. 이날 하나은행 측은 검찰의 공소사실은 법리적 문제가 있다며 혐의를 모두 부인했고, 특히 하나은행 역시 김재현 대표의 사기 행위에 따른 피해자임을 주장했다.

 

수탁사 하나은행, 비정상 운용 몰랐나?

하나은행이 옵티머스의 비정상적 운용을 묵인 또는 협조했을 수 있다는 정황은 검찰 공소장 곳곳에서 발견된다. 먼저 옵티머스가 약속했던 공공기관 매출채권이 아닌 사모사채를 지속적으로 매입한 것을 수탁은행이 왜 문제삼지 않았는가에 대한 의혹이다. 옵티머스와 하나은행이 체결한 신탁계약서 제16조 '투자목적' 항에는 "기업의 공공기관 매출채권 등을 주된 투자대상자산으로 한다"고 적혀있다. 이어 17조 '투자전략 및 투자대상자산 등' 역시 "기업의 공공기관 매출채권에의 투자'라고 명시돼있다.

옵티머스 펀드의 투자설명서(위)와 하나은행과의 수탁계약서(아래)에는 수 회에 걸쳐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이후 하나은행은 수탁사로서 공공기관과 관계 없는 사모사채를 편입하라는 운용지시를 문제삼지 않아 논란이 일었다. 사진=시장경제DB
옵티머스 펀드의 투자설명서(위)와 하나은행과의 수탁계약서(아래)에는 수 회에 걸쳐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이후 하나은행은 수탁사로서 공공기관과 관계 없는 사모사채를 편입하라는 운용지시를 문제삼지 않아 논란이 일었다. 사진=시장경제DB

취재진이 입수한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에 대한 공소장(2020. 7. 22)에 의하면 "판매사와 수탁은행이 자산명세서를 요청하면 허위 채권명이 기재된 자산명세를 출력해 송부하고... 사모사채 발행 회사로 펀드 자금을 송금하라는 취지의 운용지시서를 수탁사에 보냈다"고 적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공소장 대로라면, 옵티머스 운용사가 수탁사에 <공공기관 등의 확정 매출채권>에 투자한 것처럼 자산명세서를 위조해서 보낸 뒤, 수탁사에 이와 관계 없는 사모사채 회사로 입금하도록 운용지시했다는 것"이라면서 "선관주의 의무에 따라 수탁사는 명세서와 실제 입금처가 왜 다른지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애초부터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 등이 공공기관 등 확정 매출채권에 투자할 의사도 없었고, 투자자들에게 수익금을 분배할 능력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옵티머스 관련 검찰 공소장. 사진=시장경제DB
검찰은 애초부터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 등이 공공기관 등 확정 매출채권에 투자할 의사도 없었고, 투자자들에게 수익금을 분배할 능력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옵티머스 관련 검찰 공소장. 사진=시장경제DB

법무법인 한누리 관계자는 "옵티머스는 원래 이 사건 펀드의 수탁은행 역할을 맡았던 기업은행이 펀드 편입자산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자 2018년경 수탁은행을 하나은행으로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하나은행은 (기업은행과 달리) 이 사건 펀드가 당초 운용 목적과는 다르게 운용이 이뤄지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묵인했거나, 수탁은행으로서 현저한 주의 의무를 결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2020년 10월 당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유의동 의원 역시 하나은행 측이 약 6,000여 건의 운용지시서를 통해 사모사채가 편입되고 있음을 충분히 알 수 있는 위치였다고 지적했다. 

2020년 10월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유의동 의원은 옵티머스가 하나은행 측에 보낸 운용지시서만 봐도 사모사채에 투자하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사진=유의동 의원실 제공
2020년 10월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유의동 의원은 옵티머스가 하나은행 측에 보낸 운용지시서만 봐도 사모사채에 투자하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사진=유의동 의원실 제공

이 외에도 일각에서는 하나은행이 '대위변제' 건을 문제삼지 않은 부분도 공모의 정황으로 보고있다. 옵티머스는 하나은행에게 골든코어, 아트리파라다이스, 엔비캐피탈 등의 채권을 구입하도록 운용지시했는데, 이후 채권사가 아닌 '트러스트올'이라는 회사가 나타나 2018년 10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75회, 약 750억원을 하나은행에 대신 입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하나은행 측은 입금 출처까지 일일이 확인해야할 의무는 없다고 항변했지만 복수 금융권 관계자들은 "차주가 아닌 제3자가 지속적으로 거금을 대위변제하는 것은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라면서 "통상 수탁사는 이런 경우 자금세탁방지 의무에 따라 해당 자산의 출처에 대해서 금융정보분석원장에게 보고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사모펀드 피해자 모임 관계자는 "이 경우 수탁사는 비정상적인 트러스트올의 대위변제를 인지하고, 또 문제삼을 수 있는 위치였다"면서 "진작 이를 문제삼고 공론화했다면 트러스트올 이동열 대표와 옵티머스의 실체가 더 빨리 알려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아직 재판이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어떤 입장을 말씀드리기 어렵다"면서 "12월에 있을 선고공판을 포함해 모든 절차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짧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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