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잇는 금융지주 CEO 용퇴... 우리금융 손태승 거취 '설왕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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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 잇는 금융지주 CEO 용퇴... 우리금융 손태승 거취 '설왕설래'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2.12.13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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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감원장 '세대교체' 간접 시사
손병환 회장·조용병 회장 잇따라 용퇴
손태승 회장 장고...15일 DLF 판결에 '촉각'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사진=우리금융 제공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사진=우리금융 제공

금융지주 수장들이 잇따라 세대교체를 선언하면서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거취에 금융권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손 회장은 최근 금융위원회로부터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중징계가 확정돼 재판 등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연임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완전 민영화와 조직 안정 등 나름의 공이 있는 손태승 회장이 일단 소송으로 시간을 번 뒤 연임을 노려볼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15일로 예정된 DLF관련 재판에서 우리금융이 최종 승소를 확정지을 경우 연임 가능성에 한층 무게가 실릴 것으로 내다봤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이 연이어 용퇴하면서 금융권 세대교체에 힘이 실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먼저 농협금융은 이날 임원후보추천위원회와 이사회·주주총회를 잇따라 열고 이석준 후보를 제7대 회장으로 선임했다. 임기는 2년으로 이 내정자는 손병환 현 회장에 이어 새해부터 농협금융지주를 이끌게 된다.

새 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내정된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 사진=연합뉴스
새 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내정된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 사진=연합뉴스

당초 손 회장의 연임 가능성에 무게를 뒀던 금융권에서는 관 출신 CEO가 내정되자 향후 금융권 인사가 세대교체 쪽으로 기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역시 이변이 없는 한 3연임이 유력시됐지만 최종 면접일에 용퇴를 선언하면서 무성한 뒷말이 나왔다. BNK금융지주 역시 최근 김지완 회장이 물러나고, 외부인사를 CEO로 선임할 수 있도록 정관을 바꿨다.

신한금융그룹본사 전경. 사진=시장경제DB
신한금융그룹본사 전경. 사진=시장경제DB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 수장들이 최근 우회적으로 금융권의 세대교체를 시사하면서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지난달 이복현 금감원장은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 간담회 자리에서 "유능한 경영진을 선임하는 것은 이사회의 중요 책무"라고 발언했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사실상 감독당국이 세대교체를 주문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NH농협금융 회장의 연임이 어렵다는 보도가 나간 후에도 "예전 권위주의 시대처럼 CEO 선임에 개입한 일은 없다. 반시장적 방법을 사용한 적도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금융이 규제산업인데 CEO 선임을 앞두고 긍정적 요인과 부정적 리스크를 살피는 것은 금감원의 책무"라고 언급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이 최근 레고랜드 채권사태, 이상외환 송금, 가상자산 관련 이슈 등에서 상당한 전문성과 리더십을 보여주면서 그 위상을 확고히하고 있다"면서 "이런 시기에 CEO인선과 관련한 이복현 원장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금융권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손태승 회장 거취 두고 상반된 관측

이제 남은 것은 우리금융지주다. 지난달 9일 금융위는 2019년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손태승 회장(당시 우리은행장)에게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경고를 확정했다. 

문책경고를 받으면 3년간 금융회사 취업이 제한된다. 손 회장은 내년 3월 임기가 끝나기 때문에 연임을 위해서는 일단 소송으로 시간을 버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손태승 회장은 최근 금융위의 중징계 확정 이후 거취문제를 두고 장고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금융 관계자들 역시 소송 여부와 관련해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면서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손태승 회장의 연임여부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두 가지 상반된 관측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우선 연임불가론은 현실적으로 한국 금융권의 생리상 금융사가 금융당국과 척을 지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 금융권 CEO들이 억울하더라도 용퇴를 택한 배경에는 버틸 경우 부하 직원들이 당국으로부터 '괘씸죄'로 고생할 것을 알았기 때문"이라면서 "현실적으로 금융당국이 마음을 먹고 괴롭히면 금융사로서는 당해낼 재간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손태승 회장은 라임 외에도 외국금리연계파생결합펀드(DLF) 관련 중징계에도 반발해 소송을 진행중이다. 손 회장은 대규모 손실사태로 2020년 2월 금감원으로부터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경고를 받자 이에 불복해 소송을 강행했다. 현재 2심까지 승소한 상태로 15일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앞두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대체로 손태승 회장의 승소를 점치는 분위기다. 앞서 1심과 2심법원이 모두 금감원이 '내부통제 방안을 마련할 의무'를 무리하게 확대해석해 징계근거로 삼았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반면 비슷한 DLF관련 재판에서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패소한 바 있어 속단은 이르다는 관측도 함께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DLF 건으로 최종 승소한다해도 금감원과의 불편한 관계를 푸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고, 라임 건으로 금융위와 추가로 소송이 이어질 경우 당국과의 관계 경색이 앞으로 경영상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손 회장이 연임을 강행할 것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우선 완전민영화, 조직안정, 수익성 개선 등 손태승 회장의 공이 큰 데다, 최근 안팎의 우환에도 불구하고 ESG경영의 폭을 넓히고 있는 것도 연임을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우리금융은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 방문단과 함께 글로벌 ESG사업 관련 협력방안을 논의했는가 하면, 전 세계 플라스틱 오염방지를 위한 시민단체와 후원협약에 나서는 등 전방위 행보를 보이고 있다.

우리금융그룹 우리금융미래재단 손태승 이사장(왼쪽)과 임직원들이 지난 14일 서울 영등포구 쪽방촌을 방문해 연탄을 옮기고 있다. 사진=우리금융 제공
우리금융그룹 우리금융미래재단 손태승 이사장(왼쪽)과 임직원들이 지난달 서울 영등포구 쪽방촌을 방문해 연탄을 옮기고 있다. 사진=우리금융 제공

이와 관련해 정치권 관계자는 "향후 현 정부의 각종 금융관련 정책이나 ESG영역에서 적극 협력하는 것으로 얼마든지 당국과의 관계는 풀어갈 여지가 있다"면서 "금융당국도 세대교체 행보 가운데 예외사례를 하나쯤 두어서 관치금융 논란을 잠재울 필요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일각에서는 구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이 통합된 우리금융의 특성상 무리한 관 출신 인사가 내려올 경우 기존 조직 안정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편 우리금융 외에도 BNK금융지주, IBK기업은행이 CEO인선을 앞두고 있다. 금융권 취재를 종합하면 BNK금융지주 차기 수장으로는 △안감찬 부산은행장 △이두호 BNK캐피탈 대표 △이팔성 전 우리금융 회장 △김창록 전 산업은행 총재 등이 하마평에 올랐다. IBK기업은행의 새 수장으로는 이미 정은보 전 금감원장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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