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에너지부, 국내 배터리 3사 만났다... 'IRA 족쇄' 풀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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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에너지부, 국내 배터리 3사 만났다... 'IRA 족쇄' 풀리나
  • 최유진, 유경표 기자
  • 승인 2022.10.18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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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에너지부(DOE) 실무진 방한
LG엔솔, SK온, 삼성SDI 'IRA' 의견 교환
포스코케미칼, 롯데케미칼 등 소재기업과도 면담
美 인플레이션 감축 위해 IRA 시행
중국 등 '우려국가' 원자재 비중 낮춰야 보조금 지급
국내 배터리 3사, 원자재 중국 의존도 매우 높아
호주, 캐나다 등으로 공급 채널 전환 중
전문가 "당장 피해 없지만, 공급망 다변화 불가피"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통신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통신

전기차용 리튬이온전지를 제조하는 국내 주요 배터리 기업들이 최근 미국 정부 DOE(에너지부)와 접촉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의 대중(對中) 견제 정책이 이어지며 국내 배터리 업계에도 피해가 예견됨에 따라 해법 마련에 분주한 모양새다. 이번 만남은 우리 기업이 처한 현실을 미국 정부에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기회가 됐다는 점에서 긍정적 시그널로 해석되지만, 충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여전하다.

국내 배터리사들은 리튬, 니켈, 코발트와 흑연 등 배터리셀 양·음극에 쓰이는 활물질 원재료 상당량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설정한 시간표에 맞춰 공급망 전환을 완료하기 위해선 원가 상승 등 비용 부담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 설명을 종합하면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한국을 찾은 미국 DOE 실무진과 만나 IRA(인플레이션감축법)를 주제로 의견을 교환했다. 배터리 소재 기업인 포스코케미칼, 롯데케미칼도 면담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기업 관계자 A는 "미국 정부와 만난 것은 맞다"며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 정확하게는 공개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IRA는 미국이 급등한 인플레이션 완화를 위해 중국 등 '우려 국가'에서 생산된 소재, 부품 등 원재료의 사용 비중을 일정비율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반면 미국의 우방국에서 생산된 소재·부품은 이같은 제한을 받지 않는다. IRA 적용 대상은 전기차용 이차전지는 물론이고 메모리반도체와 낸드플래시 등 미국 산업 생태계에 위협이 될만한 고부가 IT·전자 제품이다.

'우려 국가' 생산 원자재 비중이 일정 수준을 넘는 제품은 미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전기차의 경우 해당 모델이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면 판매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미국 정부는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전기차에 최대 7500달러에 이르는 세액 공제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2025년부터 중국산 광물이 포함된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는 보조금 대상에서 배제한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배터리 소재 부문은 2024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원자재와 소재 공급에 있어 우리 배터리 업계의 대 중국 의존도는 절대적이다.

지난달 무역협회가 발표한 '배터리 핵심 원자재 공급망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중국이 수출하는 리튬 중 무려 54%가 한국으로 향했다. 니켈, 코발트, 망간이 배합된 전구체(NCM) 중국 의존도는 98%에 육박했다. 국내 배터리 기업은 니켈, 코발트 등 양극활물질을 소재별로 수입하지 않고 위에서 설명한 전구체 형태로 수입해 사용한다. 이차전지 핵심 소재인 리튬은 전체 수입량 가운데 64%를 중국산이 차지했다.
 

美 IRA 규제서 자유로운 배터리 '한국산'이 유일 

업계는 DOE 실무진의 한국 방문을 '우리 기업의 현실을 이해하고, 고충을 수렴하겠다는 희망적 시그널'로 해석하는 분위기이다. 미국 내 배터리 기업을 제외하면 북미와 유럽연합 등 서구권 기업들이 IRA 규제를 피해 선택할 수 있는 배터리는 한국산이 사실상 유일하다. 이런 사정은 미국 정부도 잘 알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미국도 글로벌 시장에 가해질 충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DOE 관계자 방한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글로벌 점유율 2위, SK온은 4위, 삼성SDI는 6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글로벌 시장 배터리 공급이 빠듯한 상황에서 국내 기업의 손발을 극단적으로 묶는다면 전기차 생산 차질과 판매가 상승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물가 상승 억제와 경기 부양에 온 힘을 쏟고 있는 미국 정부 입장에서는 이런 사정을 외면하기 어렵다.

국내 배터리 3사는 호주, 캐나다로부터의 원재료 수입량을 늘리고 미국 내 배터리 공장을 신·증설 하는 등 발빠른 대응에 나섰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캐나다 광물업체 일렉트라(Electra)·아발론(Avalon)·스노우레이크(Snowlake)와 황산코발트, 수산화리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SK온은 호주 기업 '레이크 리소스'(Lake Resources) 지분 10%를 확보하고 리튬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원자재 수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해외 여러 국가와 협업을 늘리고 있다"며 "IRA가 아니더라도 글로벌 이슈로 인한 위험이 존재하기 때문에 수입 다각화는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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