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형화장품'의 표준이라는데... 정부 시책 '막후 실력자' 아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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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형화장품'의 표준이라는데... 정부 시책 '막후 실력자' 아모레
  • 최지흥 기자
  • 승인 2021.05.16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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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맞춤형화장품제 정부에 첫 도입 건의
아이오페와 라네즈, 신개념 모델 잇달아 론칭
시간 단축·안전성 확보·차별성... 업계 표준 제시
서경배 회장 "고객마음 선점·전진" 의지 반영
"中企화장품 진입장벽 높아... 아모레 독점 우려"
식약처 빠른 세칙 제정이 中企 참여의 관건
최근 이마트 자양점에 론칭된 리필스테이션. 사진=아모레퍼시픽
최근 이마트 자양점에 론칭된 리필스테이션. 사진=아모레퍼시픽

지난해 3월 본격 도입된 맞춤형화장품 제도가 아모레퍼시픽 중심으로 조금씩 안착되는 모습이다. 2016년 맞춤형화장품 제도 도입을 정부에 처음으로 건의한 것으로 알려진 아모레퍼시픽은 매년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제도 표준을 제시해 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의 다양한 활동이 맞춤형화장품 시행 세칙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아모레퍼시픽은 그동안 맞춤형화장품 사업 전개에 어려움으로 거론됐던 시간 단축 문제와 안전성 확보, 기존 레이어링 제품과의 차별성 구축 등의 방안을 내놓았다. 

아모레퍼시픽의 활동은 서경배 회장의 의지가 적극 반영된 결과물로 보인다. 서 회장은 2016년 신년사에서 디지털을 활용한 뷰티 혁신의 시대를 선도한다는 목표를 강조한데 이어 2017년에는 다양한 니즈를 가진 소비자들에게 차별화된 구매 환경과 독창적인 서비스 제공을 주문한 바 있다. 

특히 서 회장은 2021년 신년사를 통해 “그 누구보다 먼저 보고, 먼저 시작해 먼저 성공하는 것이 고객의 마음을 선점하며 전진하는 방식임을 기억해야 한다”며 수익성 있는 성장을 위한 사업 체질 개선을 강조했다. 이러한 서 회장의 의지 표현은 매년 단계적으로 진화한 아모레퍼시픽의 맞춤형화장품 사업 전개와 일맥상통한다. 

매년 진화되어 온 아모레퍼시픽의 맞춤형화장품 사업 전개는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의 의지가 적극 반영된 결과물이다. 사진=아모레퍼시픽
매년 진화되어 온 아모레퍼시픽의 맞춤형화장품 사업 전개는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의 의지가 적극 반영된 결과물이다. 사진=아모레퍼시픽

 

첫 도입 제안부터 현재까지 맞춤형화장품 시장 선도

아모레퍼시픽은 맞춤형화장품 제도 도입이 처음으로 거론된 2016년부터 적극적으로 시범사업을 추진해왔다. 2016년 4월 아모레퍼시픽 브랜드 아이오페에서 고객들의 피부 측정을 통해 맞춤형화장품을 제공하는 시스템을 처음으로 도입했다.

전문적인 피부 측정과 피부 솔루션을 경험할 수 있는 연구 공간인 ‘바이오 랩(IOPE BIO LAB)’에서 피부 측정 전문가로부터 얼굴 전체 측정과 평가 결과에 대한 설명을 듣는 베이직 프로그램(60분)과 얼굴 전체와 국소 부위 측정은 물론 박사급 연구원의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인텐시브 프로그램(90분)을 론칭한 것이다.

이어 2019년 말에는 브랜드 라네즈에서 고객이 14가지 입술 안쪽 색상과 13가지 바깥쪽 색상을 조합한 총 182가지의 컬러 중 하나를 선택해 본인만의 ‘마이 투톤 립 바’ 제품을 만들 수 있는 맞춤형화장품을 내놓았다. 특히 이 서비스는 제품 용기에 고객이 원하는 메시지를 각인해주는 인그레이빙(engraving) 서비스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후에도 아모레퍼시픽은 다양한 서비스 업그레이드와 색조부터 스킨케어까지 다양한 맞춤형화장품을 시도했다.

하지만 2020년 맞춤형화장품 제도가 공식적으로 진행될 때까지 오프라인 중심의 사업 운영과 2시간 정도 소요되는 시간, 낮은 단가 등은 수익과 효율성 면에서 단점으로 지적됐다. 이에 사업에 뛰어들었던 일부 기업들은 시범사업을 끝으로 사업을 철수했고, 아모레퍼시픽만 현재까지 지속적인 투자를 진행하는 실정이다.

3. 최근 아모레퍼시픽은 온라인에서도 피부 솔루션을 받을 수 있는 아이오페의 맞춤형 3D마스크팩 서비스 ‘랩투미(LAB To Me)’를 론칭했다. 사진=아이오페
3. 최근 아모레퍼시픽은 온라인에서도 피부 솔루션을 받을 수 있는 아이오페의 맞춤형 3D마스크팩 서비스 ‘랩투미(LAB To Me)’를 론칭했다. 사진=아이오페

 

시간 단축, 온라인 확대로 수익성 확보

수익과 효율이 떨어진다는 지적에도 불구, 아모레퍼시픽의 맞춤형화장품 시장 공략 의지는 전사적 차원으로 점차 확대됐다. 특히 아모레퍼시픽은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문제점으로 지적돼 오던 수익과 효율을 조금씩 개선하는 모양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초 아이오페 랩을 통해 내 얼굴 골격에 맞춰 즉석 제조되는 ‘테일러드 3D 마스크’와 개인의 피부 고민에 딱 맞춘 ‘테일러드 세럼’으로 구성된 테일러드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테일러드 3D 마스크’는 최신 3D 기술로 매장에서 얼굴 골격과 사이즈를 측정한 후 3D 프린터를 이용해 즉석에서 하이드로 겔 마스크를 만들어 제공하는 서비스다. 업계에서는 고도화된 기술 적용으로 시간 단축에 큰 효과를 거뒀다고 평가한다. 

이에 앞서 2020년 10월에는 라네즈 명동 쇼룸을 리뉴얼 오픈하면서 2층에 ‘비스포크 크림 스킨(BESPOKE CREAM SKIN)’ 공간을 구축, 단 10분만에 맞춤형화장품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올해 3월에는 온라인에서도 피부 솔루션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 ‘랩투미(LAB To Me)’를 통해 집에서도 맞춤형화장품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고객들은 간편하게 집에서도 맞춤형화장품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시간 부담과 수익성 확보가 가능하도록 했다.

해당 서비스들은 시간과 인력 단축으로 수익성을 높이고, 편한 쇼핑으로 맞춤형화장품 대중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초석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4.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4월, 아모레성수에 나만을 위한 맞춤형 파운데이션, 쿠션 제조를 해주는 신개념 서비스 ‘베이스 피커(BASE PICKER)’를 론칭했다. 사진=아모레퍼시픽
4.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4월, 아모레성수에 나만을 위한 맞춤형 파운데이션, 쿠션 제조를 해주는 신개념 서비스 ‘베이스 피커(BASE PICKER)’를 론칭했다. 사진=아모레퍼시픽

 

4차산업혁명과 결합... 

진화된 형태의 맞춤형화장품 제안

아모레퍼시픽의 맞춤형화장품에 대한 투자는 4차산업혁명과 결합한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올해 4월, 아모레퍼시픽은 아모레성수에 로봇이 나만을 위한 맞춤형 파운데이션, 쿠션 제조를 해주는 신개념 서비스 ‘베이스 피커(BASE PICKER)’를 선보였다.

아모레퍼시픽이 3년간 카이스트와 연구 개발을 통해 탄생한 ‘베이스 피커’ 서비스 현장에서는 카이스트 특허 기술을 탑재한 피부톤 측정 프로그램과 메이크업 전문가의 상담이 제공된다. 이를 통해 고객은 본인의 피부에 적합한 컬러와 제형(글로우/세미 매트)을 선택하고, 즉석에서 만든 맞춤형 파운데이션과 쿠션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이 특허 출원한 제조 로봇은 현장에서 빠르고 위생적인 공정으로 개인 맞춤화된 제품을 생산한다. 

또한 직접 선택한 색상과 제형으로 만든 파운데이션 샘플 3가지를 사용해 본 후, 원하는 맞춤 파운데이션, 쿠션 본품을 주문할 수 있는 비대면 서비스도 제공한다.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이 기술을 적용한 맞춤형 입욕제 제조 서비스 ‘배스봇(bathbot)’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아모레스토어 광교에서 선보였다. 배스봇 서비스 역시 고객이 원하는 향과 색을 담은 입욕제를 현장에서 상담을 통해 고객이 선택한 제품을 로봇이 바로 제조해 주는 형태다.

고객은 키오스크에서 간단한 심리 테스트를 거쳐 현재 본인에게 필요한 입욕제, ‘배스밤(bath balm)’을 추천받거나 원하는 제품을 직접 고를 수 있다. 배스밤을 추천하는 과정에는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에서 향이 심신의 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결과를 반영했다.

이를 바탕으로 스윗 플로랄, 포레스트 허브, 라벤더 힐 등 개성 있는 향과 색을 지닌 14가지의 입욕제 중에서 원하는 제품을 고르면 로봇이 즉석에서 입욕제를 만들어준다. 제조 시간은 약 2분 정도 소요되며, 고객들은 현장에서 로봇이 위생적으로 맞춤형 입욕제를 만드는 과정을 직접 지켜볼 수도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2016년부터 맞춤형화장품 사업 전개를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경주해 왔다. 사진=최지흥 기자
아모레퍼시픽은 2016년부터 맞춤형화장품 사업 전개를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경주해 왔다. 사진=최지흥 기자

 

리필 화장품 시장 개척

아모레퍼시픽은 맞춤형화장품을 통해 새로운 사업 모델도 제안한다. 맞춤형화장품에 환경에 대한 소비자 니즈를 반영한 리필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으로 확대된 맞춤형 서비스를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먼저 아모레퍼시픽은 2020년 10월, 국내 화장품 업계 최초의 리필 매장인 아모레스토어 광교를 오픈해 샴푸와 바디워시 제품의 내용물을 소분해 판매하는 모델을 제안했다. 올해 4월에는 이마트 자양점에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모레스토어 헤어&바디(AMORE STORE Hair&Body)를 오픈해 관심을 모은다.

아모레퍼시픽이 맞춤형화장품의 소분 제도와 환경 보호 니즈를 반영해 선보인 리필스테이션은 해피바스, 미쟝센 브랜드의 샴푸와 바디워시 10가지 제품을 내용물만 소분해 판매하는 방식이다. 재활용 플라스틱(PCR PET)으로 만든 리필 전용 투명 용기를 매장에서 다시 사용할 수 있어 친환경적이고, 내용물도 경제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고객들이 정기적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환경적인 메시지도 강해 맞춤형화장품의 새로운 사업 모델 탄생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대표 이너뷰티 솔루션 브랜드 바이탈뷰티를 통해 개인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추천·판매 서비스인 ‘MY바이탈뷰티’를 아모레스토어 광교점에서 첫선을 보였다.

‘개인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추천·판매 서비스’란 개인의 건강 상태, 생활습관 등을 기반으로 보충이 필요한 영양소를 고려해 건강기능식품을 추천하고 소분하여 판매하는 서비스다. 이를 통해, 고객들은 기존에 불가능했던 건기식 완제품의 소분 및 재포장을 통해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자신에게 꼭 맞는 '1일 1포'와 같은 건기식 솔루션을 제공받을 수 있게 됐다.

개인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추천·판매 서비스인 ‘MY바이탈뷰티’ 사진=바이탈뷰티
개인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추천·판매 서비스인 ‘MY바이탈뷰티’ 사진=바이탈뷰티

 

"中企 진입장벽 높아... 아모레 독점할 수도"

식약처 빠른 세칙제정, 中企참여 관건

최근 아모레퍼시픽의 공격적인 투자로 맞춤형화장품을 선도하면서 관련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란 예측과 반대로 대기업들의 독점 사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아모레퍼시픽이 전개 중인 맞춤형화장품 사업들이 대부분 막대한 설비 투자가 선행돼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업계 일각에서는 간단하게 맞춤형화장품을 제조할 수 있는 향수를 제외하면 중소기업들이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울 것이란 예측이다.

결국, 맞춤형화장품에 대한 식약처의 세부 세칙들이 빠르게 나와야 이에 따른 사업 전개 유무를 기업들이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다. 동시에 정부의 관련 사업 육성을 위한 다각적인 투자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맞춤형화장품 제도는 분명, 국내 화장품 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며, 최근 아모레퍼시픽의 행보 역시 관련 산업 활성화에 큰 홍보 효과와 대중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강력한 규제가 동반될 경우 중소기업들에게는 어려운 시장이 될 공산이 크고 자금력이 있는 기업들 중심의 사업 발전이 예상되기 때문에 정책적인 지원뿐 아니라 온오프라인 사업 확대를 위한 실질적인 지원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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