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강화 선언' 현대제철, 임단협 부진에 해법 찾기 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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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강화 선언' 현대제철, 임단협 부진에 해법 찾기 분주
  • 신준혁 기자
  • 승인 2021.01.28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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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넘긴 임금협상... 회사 측 "입장 첨예하지만 대화 계속"
탄소·온실가스 배출 상위권, 충당금 매년 증가
ESG 평가에 부정 영향... 그룹 전체 부담 우려
녹색채권 발행·부생수소 생산 확대... 자구책 총동원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사진=현대제철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사진=현대제철

'정몽구 신화창조'의 상징과도 같았던 현대제철이 정의선 회장 취임 후 깊은 시름에 잠겼다. '일관제철소를 보유한 완성차 제조기업'이라는 정몽구 전 회장의 염원을 담은 그룹 내 중심으로 한때 '현대家'를 대표하기도 했으나, 지금은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기업이란 달갑지 않은 꼬리표가 붙었다.

특히 정의선 회장이 그룹의 미래 좌표를 '전기·수소차를 비롯한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로 정하면서, 총수의 관심으로부터도 멀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고개를 들고 있다. '탈탄소'를 바탕으로 하는 미래 모빌리티는 제철 사업과 어울리지 않는 측면이 있다. 최근에는 그룹 주요 계열사 중 유일하게 노조와 임금단체협상(임단협)을 마무리짓지 못하고 해를 넘겨 경영진의 고민거리가 하나 더 늘었다. 임단협 지연은 '기업 ESG 평가'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대제철은 글로벌 ESG(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 경영 흐름 속에서 많은 숙제를 안고 있다. 먼저 환경(Environment) 평가에서 탄소배출량 감소 목표치를 달성해야 하고, 사회(Society) 평가에서 노사갈등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친환경·사회가치 기업을 선언한 현대차그룹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서라도 이들 과제 해결을 위한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노사 협상 지지부진 

현대차 및 업계 주요 기업 중 유일하게 해 넘겨  

현대제철은 해를 넘기고도 임금단체협약을 타결하지 못했다. 17차례 교섭에도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고 노조는 총파업으로 맞섰다.

현대제철 노사는 21일 총파업 이후 10분 동안 짧은 만남을 가졌지만 이렇다할 성과는 없었다.  

최대 쟁점은 임금 및 지원금 인상폭이다. 현대제철 노조는 △기본급 12만304원 인상 △생활 안정 지원금 300% △노동 지원 격려금 500만원 △교대 수당 2만원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코로나 펜데믹에 따른 경영 불확실성을 이유로 임금 동결을 제안했다. 대신 사측은 경영정상화 추진 격려금 100% 및 위기극복특별격려금 100만원 지급을 약속했다.

노조는 '양재동 가이드라인' 때문에 협상이 풀리지 않는다고 주장을 펴고 있다. 그룹 계열사들이 임금 협상을 하는 경우, 현대차 노사 합의안 수준을 넘어설 수 없다는 것이 '양재동 가이드라인'이다. 가이드라인 실체에 대한 노사 입장은 극명하게 갈린다. 노조는 "암묵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이라고 밝혔으나 현대차는 "실체가 없는 주장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국내 대형 제철사 중 아직까지 임단협을 끝내지 못한 기업은 현대제철이 유일하다. 포스코와 동국제강 등 경쟁사들은 지난해 3분기 일찌감치 협상을 마쳤다. 포스코는 기본임금은 동결하되 고용을 인위적으로 조종하지 않는 조건에 합의를 이뤘다. 동국제강은 '재난극복 지원금'조로 모든 임직원에게 17억원 상당 상품권을 제공했다.

눈길을 현대차그룹으로 돌려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현대차는 지난해 9월 노조와 임금단체협약을 체결했다. 기아 노사도 지난해 연말 협약안에 서명을 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양측의 입장이 여전히 첨예하지만 임단협 일정을 조율하고 다음 교섭에서 의견을 성실히 들을 것”이라고 전했다.

안동일 현대제철 대표이사 사장(오른쪽). 사진=시장경제DB
안동일 현대제철 대표이사 사장(오른쪽). 사진=시장경제DB

 

임단협 지연, 그룹 ESG 평가에 부정 영향 

현대제철의 임단협 협상 지연이 그룹 전체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기업의 ESG 평가에서 노동자의 작업 환경이나 노사협력 등은 최우선 평가 지표이다. 임단협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ESG 경영을 현장에 적용하는 건 기대하기 어렵다.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앞글자를 딴 단어로, 기업의 비재무지표를 뜻한다. 

S&P 글로벌에 따르면, ESG평가에서 노조 파업은 인력 부족으로 이어져 기업의 생산성과 지속가능성을 저해하는 직접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ESG 경영이 모든 산업에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며 "노사갈등이나 파업, 환경파괴 등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낮추고, ESG 평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재계의 관심이 커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정의선 회장, '미래 모빌리티' 강조  
'계륵'된 현대제철 

정의선 회장이 전기·수소차 및 미래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변신을 선언하면서, 현대제철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는 관측도 있다. 

제철사업은 24시간 고로를 가동하고 이산화탄소를 다량 발생시켜 탄소배출에 대한 부담이 크다. 환경부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2019년 기준, 국내 기업 가운데 포스코에 이어 2번째로 많은 2224만 톤의 탄소를 배출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조사 결과 현대제철과 한국중부발전 합작사인 현대그린파워는 2017년 기준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 10위를 차지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매출 100만원당 23.19 톤으로 조사 기업 중 가장 많았다.

탄소배출량은 영업손실로 이어지고 있다. 현대제철의 탄소배출권 거래 관련 부채 충당금은 2017년 27억원, 2018년 441억원, 2019년 1143억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지난해의 경우 3분기까지 충당금만 654억원이다. 연간 기준 1000억원을 넘어섰을 것으로 관측된다. 
 

ESG채권 발행, 부생수소 생산량 확대 등 자구책 마련

현대제철은 대안으로 부생수소 활용, ESG채권 발행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26일에는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중장기 ESG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앞서 회사는 이달 18일, ESG채권 가운데 하나인 녹색채권을 발행해 예정 금액을 8배 초과한 2조7000억원을 모았다. ESG채권 발행은 현대차그룹 내에서 금융사를 제외하고 현대제철이 처음이다.

회사는 조성된 자금을 ▲탄소 감축 ▲건물 에너지 효율화 ▲전기차 등 친환경 제품 개발 ▲'코크스 건식 냉각설비'(CDQ)를 통한 탄소배출 저감 ▲대기오염 물질 저감을 위한 설비투자 등에 사용할 예정이다.

‘탄소 배출 기업’ 이미지를 벗기 위한 방안으로는 부생수소 활용법을 내놓았다. 부생수소는 제철 공정에서 발생되는 '수소 함유 혼합가스'를 정제해 순도를 높인 수소다. 현대제철은 2016년부터 당진제철소의 철강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혼합가스를 활용해 수소를 생산하고 있다. 회사 측은 "연간 부생수소 생산량을 3만7200 톤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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