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철 담합' 과징금 3천억에... 철강사 7곳 "방어권 침해, 소송 불사"
상태바
'고철 담합' 과징금 3천억에... 철강사 7곳 "방어권 침해, 소송 불사"
  • 신준혁 기자
  • 승인 2021.02.07 10: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정거래위, 7개 철강사에 과징금 3천억 의결
현대제철 등 작년 영업익 넘는 과징금 부과
소명기간 한 달... '절차적 정당성' 부각될 듯
업계 "공정위 스스로 고발 면제... 과징금 규모 지나쳐"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국내 철강사들이 '철스크랩(고철) 담합' 관련 과징금에 대한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7개 철강사에 부과한 과징금은 3001억원. 역대 4번째 규모의 과징금에 취소소송과 집행정지가처분 등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과징금 부과 등 제재를 최종 결정한 공정위 전원회의 심리 과정에서 철강사들의 방어권이 침해됐다는 지적도 있어 '처분의 절차적 정당성'을 둘러싼 논란도 심화될 전망이다. 

3일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제철·동국제강·대한제강·YK스틸·한국제강·한국철강·한국특수형강 등 7개 철강사는 8년여간 고철 구매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총 300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기업별 과징금 규모는 현대제철이 909억5800만원으로 가장 많다. 이어 △동국제강 499억2100만원 △한국철강 496억1600만원 △와이케이스틸 429억4800만원 △대한제강 346억5500만원 △한국제강 313억4700만원 △한국특수형강 6억3800만원이 등이다. 과징금 납부기간은 올해 4월 5일까지다. 현재제철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730여억원. 과징금 부과액수가 한 해 영업이익을 넘어섰다. 한국철강에게 부과된 과징금도 지난해 영업이익 351억원을 웃도는 금액이다. 대한제강 과징금은 이 회사의 지난해 영업이익 대비 40%에 달하는 규모이다. 한국철강과 대한제강은 과징금 액수가 자기자본의 5%를 초과해 그 사실을 금융감독원에 공시했다.    

이번 사건의 주요 쟁점은 '기준 가격 담합'과 '정보 공유 행위'의 위법성 여부이다. 고철은 국내외 공급이 철강사의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초과수요시장이다. 자연스럽게 가격이 올라갈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이런 상황에서 철강사들이 가격 조정을 위해 담합 및 정보공유에 나섰다는 것이 공정위 판단이다. 공정위는 각 기업 실무자들이 월 1회씩 정기적으로 만나 기준가격을 합의했다고 부연했다. 

역대급 과징금 규모만 놓고보면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볼 수 있지만 사정을 들여다보면 다른 그림이 나온다. 무엇보다 공정위가 전속고발권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 담합이 각 기업 구매팀장과 실무자 선에서 이뤄진 점, 일부 기업이 담합과 다른 가격을 선택했음에도 이를 용인한 점 등을 고려한 결과로 풀이된다. 공정위는 ‘느슨한 형태의 담합’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이들 기업들의 행위에 참작할 정황이 있음을 인정했다. 이같은 사실은 역설적으로 공정위 과징금 부과의 정당성에 의문을 던진다. 같은 맥락에서 '공정위의 이 사건 과징금 규모가 지나치다'는 견해도 흘러나오고 있다.
 

기업 "소명기회 부족... 방어권 침해"
공정위 "소명기간은 법에 따라 부여"   

기업의 방어권을 침해했다는 비판도 있다. 제재를 의결하는 공정위 전원회의는 피심인 기업에게 의견 진술 기회를 부여한다. 문제는 각 기업에 주어진 방어권 행사 준비기간이 한 달 남짓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한 철강사 관계자는 "특정 기업이 철스크랩을 70% 이상 구입하면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가격을 결정하는 절대적인 요인은 아니"라며 공정위 제재 처분에 유감을 표했다. 그러면서 그는 "공정위 소명 기회 역시 충분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정위 관계자는 “소명기간은 공정위 규정에 따라 부여됐다"고 반박했다.

이 사건 과징금 부과에 대부분 기업들은 "조만간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정거래법에 따라 처분을 받은 기업은 통지를 받은 날부터 30일 안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고, 공정위는 60일 이내 재결을 해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기업 관계자는 "이번 처분은 과징금 액수가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우선 이의를 신청하고 공정위에 시장의 특수성과 가격 결정과정 등을 적극 소명해 과징금을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공정위로부터 가장 많은 과징금을 부과받은 기업은 미국의 퀄컴이다. 공정위가 '퀄컴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에 부과한 과징금은 1조311억원이다. 공정위 과징금 부과액수 2, 3위사건은 '6개 LPG공급사 담합'(6689억원)과 '호남고속철도 시공사 담합'(3478억원)이다. 


관련기사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