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만 보고 간다"... '정치오염' 극복 나선 석포제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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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만 보고 간다"... '정치오염' 극복 나선 석포제련소
  • 정규호 기자
  • 승인 2020.08.1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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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오염 주범' 논란 종식에 절치부심
'상생' '과학기술'로 친환경 공장 변신 선언
영풍 "환경개선에 2천억 투자, 무방류공정 첫 도입... 편견 불식시킬 것"
석포제련소. 사진=봉화군
석포제련소. 사진=봉화군

아연 제련 분야 국내 1위, 세계 4위를 기록 중인 영풍그룹 계열 석포제련소가, 환경지상주의에 매몰된 일부 시민단체의 여론전과 환경부의 단속 중심 규제에 신음하고 있다. 환경부가 지난해 4월 의결한 ‘조업정지 120일’ 제재는, 아연 제련 산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사실상 ‘폐업’에 가까운 처분이란 점에서 과잉 규제 논란도 벌어지고 있다.

경북 봉화군에 위치한 석포제련소는 아연 제련 분야에서 독보적 기술력을 갖춘 글로벌 기업이다. 포스코, 현대차 등 합금을 원료로 사용하는 기업은 모두 이곳에서 생산된 아연을 쓴다. 국내 제조기업에 필수불가결한 원료를 공급하는 핵심 시설이라는 점에서, 단순한 제조업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 회사는 최근 몇 년간 지역환경시민단체로부터 ‘낙동강 오염의 주범’이란 손가락질을 받았다. 환경부가 석포제련소를 바라보는 눈길 역시 시민단체의 그것과 닮아있다. 문제는 이런 주장의 근거가 명확치 않다는 점이다.

환경부나 지역환경단체의 오염도 측정 결과에 대해서는 시료 채취 지역과 횟수, 측정 기준 등과 관련해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석포제련소 인근 주민들은 지역환경단체의 주장에 강한 불신을 나타내고 있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환경’을 정치 쟁점화해 회사 문을 닫게 만들려는 것 아니냐”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실제 석포면 주민들은 “환경에는 관심이 없고, 정치만 하는 환경단체는 당장 물러가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이런 가운데 석포제련소는 논란과 의혹을 원천 차단할 친환경 신기술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제련소가 낙동강 오염의 주범?  환경부, 환경단체 조사 신뢰도 의문 

환경부는 지난해 4월 물환경보전법 위반을 이유로 석포제련소에 ‘4개월’ 조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120일 조업정지는 제련소 폐쇄를 의미하는 수준의 처분이다. 제련소 가동이 중단되면 조업 정지 후 재가동까지 최소 1년여간의 시간이 소요된다.

아연 등 원자재는 장기적 계약 관점에서 공급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사정을 감안할 때 1년여 동안 아연을 공급하지 못할 경우 석포제련소 영업망은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석포제련소는 세계 4위, 국내 1위 아연 생산기지다. 아연은 철의 부식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제조산업, 특히 철 산업에서 필수적인 재료다. 대우조선해양, 현대제철 등 수많은 기업이 이곳의 아연을 공급받아 제품을 만들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해 11월 ‘낙동강 상류(영풍제련소∼안동댐) 환경관리 협의회’의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제련소 제2공장의 차수벽이 제기능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 주된 지적사항이었다. 2공장 내부 지하수 수질분석 결과 검출된 카드뮴이 지하수 공업용수 기준의 6배를 초과했다는 것이 근거였다. 이런 조사를 바탕으로 환경부는 하천물의 중금속 농도가 제련소를 지나면서 증가했다고 판단했다.

환경부는 올해 6월에도 제련소 비슷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와 다른 점은 기준을 공업용수에서 일반용수로 강화한 것이다. 제련소 측이 시정조치를 완료했거나 시정 중인 사안도 환경부는 고려하지 않았다.  

안동댐 상류에는 52곳의 휴·폐광산과 3곳의 가행 광산, 70만평이 넘는 농작지가 있다. 이곳에 대한 조사는 재대로 이뤄진 적이 없다. 이들 지역에 대한 정밀 조사 없이, 제련소만을 대상으로 잇따라 조사를 실시하는 건 형평에 맞지 않을 뿐만아니라 환경부 조사 신뢰도에도 의문을 던진다.  

특히 낙동강 오염의 상징적 피해로 알려진 '안동댐 상류 왜가리 집단 폐사'는 제련소와 무관한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부는 경북대 산학협력단 수의과대학 연구팀에 맡긴 ‘안동댐 왜가리 폐사원인 분석 결과’, 폐사에 질병이나 중금속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연구팀은 2018년 12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11개월 동안 안동댐과 봉화, 영주 등에서 확보한 왜가리 사체 11개를 수거, 정밀 검사를 실시했다.

오히려 지역주민들은 "환경단체들이 중금속 수치를 조작해 발표했다"며 지역 환경단체 대표 등을 고발하기도 했다. 경북 봉화 석포농민회(회장 최원춘)는 올해 2월 26일 안동환경운동연합, 낙동강 상류환경오염 주민대책위원회, 안동대학교 등 3곳을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봉화경찰서에 고발했다.

안동환경운동연합은 지난해 12월 20일 경북도의회에서 토론회를 개최하면서 “석포제련소 인근 농경지에서 재배하는 무, 파, 사과에서 기준치를 수백 배 초과하는 납과 카드뮴이 검출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무뿌리에서 기준치(0.1ppm)의 356배를 초과하는 납이, 줄기에서는 기준치(0.2 ppm)의 117배에 달하는 카드뮴이 각각 검출됐다고 발표돼 전 국민에게 충격을 줬다.

확인 결과 해당 농작물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안동연합은 안동대가 보내온 보고서의 수치를 잘못 이해해, 황당한 발표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안동연합은 “분석을 맡은 안동대측이 ppb(10억 분의 1)와 ppm(100만분의 1) 단위를 혼동했기 때문에 빚어진 결과”라고 해명했다. 석포농민회는 해명 자체에 강한 의문을 나타냈다. 농민들은 “환경운동가와 환경전문가를 자처하는 이들이 가장 기본적인 측정단위를 혼동했다는 주장인데,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120일 조업정지는 과도”... 행정협의조정委, '환경부 행정처분'에 제동  

정부 행정협의조정위원회는 올해 6월 10일, 석포제련소 물환경보전법 위반에 따른 '120일 조업정지 안건'을 심의 대상으로 채택했다. 경북도가 "환경부의 영풍 석포제련소 120일 조업정지 처분은 과도하다"며 제기한 신청을 위원회가 받아들인 것이다.

위원회는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사무를 처리할 때 의견을 달리하는 경우, 이를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협의 조정하기 위해 설치된 기관이다. 국무총리실 산하 정부위원회다.

경북도는 석포제련소가 물환경 보전법을 위반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오염물질이 사업장 밖으로 유출된 사실이 없다는 데 주목했다. 경북도는 이를 근거로 "조업 정지 처분 대상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조정위에서 환경부와 경북도 간 행정처분에 대한 이견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조정 안건으로 채택했다"며 "앞으로 행정협의조정위원과 환경부 등이 석포제련소 위법 사항에 대해 현장 확인 등을 실시할 것 "이라고 말했다. 석포제련소는 이번 조정을 통해, '낙동강 오염의 주범'이란 오명을 벗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영풍 "국내 최초 무방류공정 신기술 도입... 2000억 투자"

영풍은 '낙동강 오염 주범'이란 편견을 불식시키기 위해, 제련소를 친환경 공장으로 개편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를 위해 영풍은 무방류공정(Zero Liquid Discharge, ZLD)이란 첨단 시스템을 도입을 결정했다. ZLD는 아연 제련에 쓰인 물을 공장 밖으로 내보내지 않고 공장 안에서 재활용하는 기술이다. 영풍은 신기술 도입을 위해 약 2000억원을 투입했다. 국내 제조업체 중 ZLD를 도입한 곳은 영풍이 최초이다. 시스템 설치는 올해 안에 끝날 예정이다. 회사 측 관계자는 ZLD에 대해 "국내 굴지 반도체 기업들도 눈여겨보고 있는 친환경 신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제련소 시설 중 가장 먼저 지어진 전해1공장 환경개선 작업도 준비 중이다. 영풍 측은 관련 예산 2600억원을 책정하고, 감독관청의 인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이 밖에도 하수 오염 문제 해결을 위해 4중의 차단시설을 보강·신축했고, 월 단위로 관련 내용을 대구지방환경청에 보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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