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지고 빨라진 정의선式 '성과주의'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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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지고 빨라진 정의선式 '성과주의' 인사
  • 유경표 기자
  • 승인 2019.11.23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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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수시인사체제'로 전환한 현대차... '젊은 피' 임원 대거 교체
글로벌 시장 변화 대응에 초점... 중국 시장 점유율 수복도 최대 과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사진=이기륭 기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사진=이기륭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의 연말 인사 방침에 촉각이 모아진다. 재계에선 지난 1년간 ‘혁신’과 ‘변화’를 내세우며 과감한 경영행보를 보여 온 정 부회장의 인사 코드가 철저히 ‘성과중심’에 맞춰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초부터 수시인사체제로 전환해 시행하고 있다. 따라서 연말 정기인사가 이뤄지더라도 규모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실제로 지난 4월부터 7개월여 간 실시된 임원인사는 30여 명에 이른다. 

이 같은 수시인사체제는 정 부회장이 전통적인 현대차의 인사 특징이었던 ‘순혈주의’와 ‘연공서열’을 과감히 버리고 ‘성과주의’에 입각한 인사방침을 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도신규 현대차 기획조정1실장과 허병길 현대차판매사업부장 등 2명의 전무급 임원이 계열사로 이동했다. 또한 엄원용 기아차 노무지원사업부장과 석인재 멕시코법인 재경실장 등을 비롯한 상무급 임원 5명이 하차했다.  

정 부회장의 ‘성과주의’ 인사는 해외 법인도 다르지 않다. 호주법인의 경우, 허준 신임 법인장으로 교체되면서 이정욱 전 법인장은 임명 2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는 현대차의 호주 판매량이 지속적으로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멕시코 법인에서도 부진한 현대차 판매량을 끌어 올리기 위한 처방으로 닛산 출신의 클라우디아 마르케스 신임 법인장이 임명됐다. 여성임원인 마르케스 법인장은 닛산 북미 법인 운영부사장, BMW 멕시코 영업 및 마케팅 이사 등을 역임한 멕시코 자동차 시장 전문가로 꼽힌다. 

현대차그룹이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음에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중국 시장 역시 과감한 인적 쇄신이 이뤄졌다. 현대차 국내 사업본부장이었던 이광국 부사장이 현대·기아차 중국사업총괄 사장으로 승진 임명됨에 따라, 전임 이병호 사장은 취임 1년 만에 고문으로 물러난 사례가 대표적이다.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 기아차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2017년부터 중국 정부의 '사드보복'으로 인한 판매량 급감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는 2002년 중국 시장에 진출해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며 2012년과 2014년 10%대의 점유율로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이후에는 하락세로 전환해 지난해에는 5%대까지 추락한 실정이다. 

따라서 현대차그룹으로서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 최대 격전지인 중국에서의 승전보가 절실한 입장이다. 정의선 부회장이 중국시장 공략의 선봉으로 삼은 이광국 사장은 국내에서 성공적 신차 출시와 차별화된 마케팅, 브랜드 혁신을 이끌었고, 독일과 영국 등 해외 시장에서도 풍부한 경험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기아차 중국기술연구소장에는 폭스바겐 중국 연구개발 담당을 역임한 스벤 파투슈카가 영입됐다. 기아차 중국 현지법인인 둥펑위에다기아 총경리에는 리펑(李峰) 전 바오능(寶能)그룹 상무부총경리가 임명됐다.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국내영업본부장 자리에는 정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장재훈 부사장이 이름을 올리며 그룹 전면에 나섰다. 실제로 장 부사장은 지난 19일 더 뉴 그랜저 출시행사에 등장해 “내년 말까지 11만 대를 판매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히기도 했다. 

급변하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적기에 대응하기 위해 조직에 ‘젊은 피’를 수혈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 포인트다. 현대차그룹을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으로의 도약 시키겠다고 선언한 정 부회장이 임원 세대교체를 통해 경영 혁신을 가속화할 것이란 관측이다. 

이에 따라, 정몽구 회장의 ‘가신’인 윤여철 현대차 부회장과 김용환 현대제철 부회장, 우유철 현대로템 부회장 등 60대 경영진 3인의 거취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들 부회장단은 정 회장의 핵심 측근에 속하는 만큼,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더라도 정의선 부회장의 독자적인 판단으로 내치는 모양새 보다는 스스로 사의를 표명하는 방식을 취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윤 부회장은 1952년생으로 4명 중 가장 고령인데다 부회장 재직 기간도 가장 많다는 점에서 불리한 면이 있다. 하지만 그룹 내 노무관리 전문가로서의 존재감이 확고해 잔류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가 현대차 노조와의 협상 끝에 3년간 무분규 교섭 타결을 이끌어냈다는 점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부분이다.  

김용환 부회장은 부진한 경영 실적이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3분기 현대제철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6.6% 감소한 341억원에 그치는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85.3%나 영업익이 급감했다. 더욱이 4분기에도 당기순손실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우유철 부회장도 현대로템이 최악의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현대로템은 주력 사업인 철도 부문에서 대규모 적자를 내면서 올해 3분기 96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3년 연속 적자 행진이다. 2017년 말에는 188% 수준이었던 부채비율도 지난 9월에는 332%로 크게 늘어나는 등 재무여건도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평가다.  
  
한편으로, 이번 연말에는 각 부서 임원들의 성과를 평가하고 미래차 시장의 분수령이 될 내년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위해 정 부회장이 진열을 재정비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정 부회장은 지난달 임직원 1200명이 참석한 타운홀 미팅에서 “창사 이래로 변화는 계속 있었지만, 과거 5년, 10년은 정체기였다”고 자평하면서 “좀 더 과감한 변화를 생각하고 있다. 변화의 초점을 업무능력 창출에 맞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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