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선점업체, 라이더 이직까지 봉쇄... 불공정 계약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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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선점업체, 라이더 이직까지 봉쇄... 불공정 계약 심각"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0.11.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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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노동자 실태 분석과 정책 대안' 국회 토론회
최종희 스파이더 이사, "시장구조적 문제 심각"
일부 선점업체 시장 '왜곡'... 과도한 위약금 요구
배달기사들, 불공정 계약에 발목 잡혀... "직업선택의 자유 침해"
'전국 배달노동자의 노동실태 분석과 정책대안 마련을 위한 국회 토론회' 모습. 사진=유경표 기자
'전국 배달노동자의 노동실태 분석과 정책대안 마련을 위한 국회 토론회' 모습. 사진=유경표 기자

“배달대행 시장 자체가 본궤도에 오르기도 전에 극소수의 일부 선점업체들이 시장을 왜곡시키고 있다. 시장의 구조적 문제점을 바로잡는데 지금부터라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배달대행 스타트업인 (주)스파이더크래프트 최종희 대외협력이사는 19일 국회의원회관 제3간담회실에서 열린 ‘전국 배달노동자의 노동실태 분석과 정책 대안 마련을 위한 국회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해 이 같이 밝혔다. 

이날 토론회는 한국비정규직노동센터가 주관하고,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전국배달노동자공동사업단, 한국비정규직노동단체네트워크 등 주최로 열렸다.  

토론회에서 최 이사는 흔히 '라이더'로 통칭되는 배달기사들의 고용문제를 시장 구조적 관점에서 짚었다. 배달플랫폼 업계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시장 형성 초기 단계라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그는 배달 플랫폼 시장을 '주문중개' 시장과 '배달대행' 시장으로 나눠서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업계의 ‘큰손’에 해당하는 요기요, 배달의민족 등은 주문중개 플랫폼이다. 소수의 라이더들이 직고용 형태로 이들 기업에 소속돼 있지만, 배달을 전문으로 하는 곳은 아니다. 

최종희 스파이더크래프트 대회협력이사. 사진=유경표 기자
최종희 스파이더크래프트 대회협력이사. 사진=유경표 기자

대부분의 라이더는 배달대행 업계에 몸담고 있다. 문제는 이 시장에 먼저 발을 디딘 일부 선점업체가 후발 주자의 사업 진출을 막기 위해, 시장질서를 훼손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라이더들의 이직이 심각한 제한을 받는 등 부당행위가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최 이사는 말했다. 

최 이사는 “많은 수의 라이더들이 직업선택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시장을 선점한 극소수의 기업들이 라이더들의 이직을 계약서 한 장으로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선점업체들이 겸직금지 및 위약금 조항을 앞세워 라이더들의 이직을 사실상 원천 봉쇄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그의 지적을 뒷받침하는 실태조사 결과도 공개됐다. 토론회 발제를 맡은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경영학과)에 따르면, 국내 배달 업계에서는 아직도 불분명하고 불공정한 서면 계약이 횡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 교수가 배달 업계 근로자들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배달업체와 근로자 간 명시적 계약은 50.6%에 불과했다. 나머지 49.4%는 구두계약에 그치거나, 심지어 계약사실 자체가 확인되지 않았다.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계약의 내용도 업체가 전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응답자의 53.2%는 배달대행업체가 계약 내용을 결정하고 배달기사는 서명만 한 것으로 조사됐다. ‘(업체와) 동등하게 결정한다’고 응답한 배달기사는 실태조사 응답자의 26.2%에 불과했다. 

시장 구조 자체가 왜곡돼 있다보니 라이더들이 불공정한 대우를 받는 경우도 자주 발생했다.  

정 교수 조사를 보면 배달기사들은 다양한 부당대우를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꼽은 대표적 부당대우는 '임금체불'(50%)이었다. 이어 ▲언어폭력(13.5%) ▲위협행동(15.2%) ▲이유없는 부당한 질책(24.1%) ▲과도한 친절요구(29.4) 등이 뒤를 이었다.  

최 이사는 소수 선점업체들에 의한 권리남용 사례가 자주 나타나고 있다고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그는 “불공정한 계약을 맺은 라이더들은 이직이 자유롭지 못하고, 선점업체들의 소송 남발로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라이더를 직접 관리하는 지역 지사들이 고통 받는 것은 물론, 신규 플랫폼 기업의 시장진출도 막혀 있다”고 말했다.  

최 이사는 “건전한 배달대행 생태계가 조성돼야 고용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며 ”계약서 한 장에 발목 잡혀 고통받는 라이더와 배달지사가 더 이상 없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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