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수사자문 응한 A교수 "檢 확보문건에 이재용 연관증거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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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수사자문 응한 A교수 "檢 확보문건에 이재용 연관증거 없었다"
  • 양원석, 유경표 기자
  • 승인 2020.08.28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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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삼성 수사팀, 외부전문가 편향적 조사 논란
확보 문건 보여주며 ‘이재용 기소의견’ 유도
찬성의견 밝히면 일찍 귀가, 반대엔 같은질문 반복
수사 부정적 학자들에게 사실상 입장변경 종용
A교수, 약 8시간 검사와 이재용 기소여부로 논쟁
의견 자문이라며 사실상 조사... 실제 ‘조서 작성’까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시장경제신문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시장경제신문DB

“검사가 확보한 문건을 보여주면서 ‘삼성이 조직적으로 시세조종을 한 혐의가 다 드러났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재용 부회장이 범행을 지시했거나 적어도 그 내용을 보고받은 것으로 보는 근거를 묻는 제 질문에는 어떤 증거도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삼성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수사부(부장검사 이복현·사법연수원 32기)가, 검찰의 삼성 수사에 비판적 입장을 취한 법학, 경영학, 회계학 전문가들을 불러 7~8시간에 달하는 장시간 면담을 실시하고 조서까지 작성한 사실이 취재결과 확인됐다.

검찰의 ‘외부 전문가 조사’가 문제되는 이유는 단순한 의견자문 차원을 넘어, 이 사건 수사에 비판적이거나 부정적인 의견을 낸 학자들에게 사실상 입장을 바꿀 것을 종용했다는 증언 때문이다.

의료사고, 대형 재난사고, 컴퓨터 해킹 등 특정 사안에 대한 수사를 위해 검찰이 외부전문가의 자문을 구하는 경우는 많다. 다만 외부전문가에게 의견 자문을 구하는 행위는 수사 초기, 사건의 얼개를 파악하기 위해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삼성 사건처럼 수사에 착수한 지 몇 년이 흐른 뒤, 외부전문가들을 불러 수사 및 기소의 당부와 관련돼 의견을 묻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외부 자문이 필요한 경우에도 검찰은 조언을 구할 뿐, 민간 전문가들과 논쟁을 벌이거나 그들의 의견을 반박하며 얼굴을 붉히는 경우는 없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검찰 스스로 수사 신뢰도를 훼손하는 악수를 뒀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검찰이 ‘기소 강행’이란 결론을 미리 내놓고, 유리한 진술 확보를 위해 ‘구색 맞추기 의견 자문’에 나선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검찰이 외부전문가들에게 수사 및 기소의 당부와 관련돼 의견을 구한 시기는 지난달 말부터 이달 중순까지이다. 앞서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는 올해 6월 26일, ‘찬성 10 대 반대 3’이라는 압도적 표차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수사 중단 및 불기소’를 의결했다.

수심위에 참석한 외부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당시 이복현 부장 등 이 사건 검찰 수사팀 간부들은 ‘이 부회장이 분식회계나 시세조종를 지시한 직접 증거가 있느냐’는 심의위원들의 질문에 납득할만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수심위가 불기소를 의결하고 한 달이 지난 뒤, 검찰 수사팀이 별도의 외부전문가들에게 기소 당부 의견을 구했다는 사실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검찰의 과잉 수사와 기소권 오남용을 막기 위해 출범한 수사심의위 의결을 무시하는 것은 물론이고 수심위 제도 자체를 무력화하는 행위나 다름이 없다.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는 문무일 전 검찰총장이 내부 개혁방안의 하나로 도입을 추진했다. 이 제도는 비대해진 검찰권 오남용을 방지하는 데 목적이 있다. 위원회는 독립적인 외부전문가들로 구성되며, 검찰 수사 및 기소의 타당성과 공정성을 심의해 그 당부를 권고한다. 올해 6월까지 수심위는 모두 9번 의결을 냈다. 검찰은 이 부회장 사건을 제외한 나머지 8건에 대해서는 수심위 의결을 모두 따랐다.

이복현 중앙지검 경제범죄수사부장. 사진=뉴스화면 캡처.
이복현 중앙지검 경제범죄수사부장. 사진=뉴스화면 캡처.

이복현 수사팀의 요청에 응해 면담을 진행한 A 교수는 “아침에 검사실로 들어가 밤 9시쯤 밖으로 나왔다”며 “중간에 쉬는 시간을 고려해도 7~8시간 정도 검사실에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시내 4년제 대학 정교수로 재직 중인 A는 수사팀의 요청을 받고 이달 초 중앙지검 경제범죄수사부를 방문했다.

A는 사건 관계인도 아닌 외부전문가 신분으로, 장시간 검사실에 머물게 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아침에 검사실에 갔더니 삼성 합병에 반대하는 글을 쓴 B대학 C 교수도 있었다. C교수는 검사실에 들어온 지 한 시간 만에 자리를 떴고, 나 혼자 계속 남아 있었다. 젊은 검사가 몇 가지 자료를 보여주면서 ‘삼성이 미래전략실을 통해 시세조종에 나선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나는 ‘이재용 부회장이 그런 행위를 지시했다는 증거는 있느냐? 기소를 하려면 증거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그때부터 검사와 논쟁이 시작됐다.”

A교수에 따르면, 검사는 ‘삼성 미래전략실이 시세조종을 조직적으로 주도했음을 보여주는 문건를 확보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면서, A 교수에게 의견을 물었다. A교수는 “삼성 미전실이 범행을 계획했다고 말하면서도 이 부회장이 그런 행위를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검찰이 보여준 자료를 살펴봤지만 이 부회장이 범행에 가담했다고 볼만한 증거는 하나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과 논쟁을 한 검사도 이 부회장 혐의 입증에 대해서는 ‘나중에 법원이 판단할 사안’이라며 자신이 없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고 부연했다.

A 교수는 '조서'를 작성한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검찰이 가진 문건을 다 봤지만 이 부회장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는 찾지 못했다. 검찰의 무리한 수사 및 기소를 논리적으로 반박한 기록이 문서로 남겨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취재결과 검찰 수사팀은 수사심의위의 불기소 의결 이후, 별도로 외부 의견을 구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수사팀은 이 부회장 기소에 찬성 혹은 반대 입장을 표시한 외부전문가를 선별해, 개별적으로 연락을 취했다. 이병태 KAIST 교수는 최근 페이스북에 "검찰로부터 연락을 받았다"며 관련 글을 게재했다.

이 교수는 “삼바 사태에 대해 기소심의위원회가 압도적으로 수사 중단을 결정했는데 분식회계가 아니라는 글을 썼거나 발표한 교수들을 검찰이 부르고 있다. 내게도 의견 요청이 왔지만 거절했다”고 밝혔다. 그는 “들리는 바로는 의견을 듣는 것이 아니라, '왜 삼성을 위해 이런 의견을 냈냐'는 식의 질문으로 하루 종일 잡아둔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검사장 출신 D변호사는 삼성 수사팀의 행태를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촌평했다.

“있을 수도 없는 일이고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검찰이 스스로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 외부 자문을 구해도 이런 식으로 하지는 않는다. 뭔가 크게 잘못됐다.”
 

양원석, 유경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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