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이재용 불기소'로 국민신뢰 회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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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이재용 불기소'로 국민신뢰 회복해야"
  • 강래형 변호사
  • 승인 2020.08.10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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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래형 변호사 특별기고] 檢, '기소유예' 신의 한 수 필요할 때
강래형 IBS법률사무소 공동 대표변호사. 사진=이기륭 기자.
강래형 IBS법률사무소 공동 대표변호사. 사진=시장경제신문DB

약 20개월 동안의 수사, 참고인 포함 100여명에 대한 430회에 이르는 조사. 압수수색 50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자본시장법 및 외부감사법 위반 의혹 사건 관련, 검찰의 수사기록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 숫자만 보면 검찰 수사팀이 참으로 공을 들인 수사라고 볼 수 있다. 한편으로는 얼마나 증거가 없었으면 저렇게까지 수사를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 사건에 대해 검찰이 의심하는 혐의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대규모 분식회계를 했으며 그 배후에 이 부회장이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검찰은 이 부회장이 대주주로 있던 구 제일모직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계열사인 삼성바이오 재무제표를 조작, 4조5000억원 규모의 회계 부정을 범한 것으로 보고 있다. 두 번째는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과정서 위법한 시세조종이 이뤄졌고, 역시 그 뒤에 이 부회장이 존재한다는 의심이다. 검찰은 삼바 분식회계 및 시세조종 행위를 이 부회장이 지시했거나 적어도 이를 묵인했다는 의심을 지우지 않고 있다.

이복현 부장검사를 비롯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박영수 특검 이후 약 20개월 동안 엄청난 검찰 인력을 투입하고서도, 이 부회장이 분식회계나 시세조정을 직접 지시했거나 적어도 이를 알고서도 묵인했다는 구체적인 증거 또는 진술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검찰의 이런 의혹은 법원으로부터 전혀 인정을 받지 못했다. 국정농단 관련 사건 재판부 누구도, 삼바 분식회계 및 제일모직-삼성물산 시세조종 의혹에 대해 이들 행위를 이 부회장이 지시 혹은 묵인했다는 검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 수사팀은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당시, 약 20만 페이지에 달하는 수사기록을 제출하면서 ‘헌정 사상 유례없는 금융 사기’라고 강조했으나 혐의를 소명(疏明)하는데 이르지 못했다. 법원은 ‘이 사건 중요성에 비추어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및 그 정도는 재판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의 기각 결정을 보면 검찰은 이재용 부회장이 위 혐의들과 관련이 있다는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이해된다.

수사팀은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도 설득하지 못했다. 3명의 법학전공 교수, 4명의 변호사, 6명의 시민전문가(언론·종교·교육계 인사)로 구성된 수삼심의위는 ‘10대 3’이라는 큰 표차로 ‘이 부회장 수사 중단 및 불기소’를 의결했다. 이는 검찰이 이 부회장 혐의를 입증할 충분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음을 반증한다.

대검 수사심의위원회는 검찰이 스스로 만든 제도이다. 이 제도는 검찰의 수사권·기소권 남용을 견제할 목적으로 도입됐다. 비록 그 의결에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동안 검찰은 수사심의위원회의 권고를 그대로 수용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유독 이재용 부회장 수사팀만이 위원회 권고를 수용하지 않는 것은 어떠한 이유일까.

수심위가 불기소 의결을 내린 지 6주가 흘렀다. 검찰 수뇌부와 수사팀 입장에서 본다면 이 사건 수사에 들인 노력이 아까워서라도 ‘기소강행’이란 카드를 버리기 힘들 수 있다.

이 제도는 검찰의 ▲과잉 수사 ▲수사 지연 ▲한풀이 기소 등 지금까지 드러난 검찰권 행사의 폐해를 막기 위해 도입됐다. 수사팀이 매우 긴 시간 동안 광범위한 수사를 하고도 결정적 증거를 찾지 못한 점, 수심위 제도의 도입 배경, 수심위 의결에 대한 검찰의 과거 전례 등을 종합한다면 ‘기소강행’은 피해야 할 악수(惡手)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수심위 권고를 무시하고 기소를 강행했다가 무죄 판결이 나온다면,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땅에 떨어질 것이다. 이런 이유로, ‘수심위의 불기소 의결을 따라야 한다’는 견해를 내놓는 이들도 적지 않다.

최근 언론 보도를 보면, 수사팀은 법학·회계학 전공 교수, 법원·검찰 출신 변호사 등에게 이 부회장 기소 여부에 대한 의견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전문가들은 검찰에 대안으로 ‘기소유예’ 의견을 냈다고 한다.

수사팀이 기소를 강행한다면, 검찰 개혁과 신뢰 확보를 위해 도입된 제도를 무력화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는 검찰의 자기부정이나 다름이 없다. 기소를 하지 않는 경우에도 부담은 따른다. 20개월 가까이 진행된 수사가 처음부터 무리수였음을 인정하는 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소유예 카드는 이런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기소유예는 범죄혐의는 일부 소명되지만, 범행에 이르게 된 배경, 범행의 수단과 가담 정도, 범행 후의 정황 등을 참작해 공소를 제기하지 않는 처분이다. 기소를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수심위 의결을 ‘존중’하는 모습을 취하면서도 ‘부실 수사’라는 비판을 비껴갈 수 있다. 기소유예 카드는 검찰 수사팀에게 ‘신의 한 수’가 될 수도 있다.

강래형 변호사/변리사는 
1976년 대구 출생으로 경북 포항고, 중앙대 법대를 각각 졸업했다. 
2005년 사법시험 47회에 합격해, 2008년 사법연수원을 37회로 수료했다. 법무법인 에이펙스, 웅빈을 거쳐 16년 IBS법률사무소에 합류, 현재 공동 대표변호사를 맡고 있다.

△고려대 대학원 법학과 석사과정
△동 법무대학원 지적재산권법 석사과정
△美 조지워싱턴대 International Trading Law Course 수료 
△서울지방변호사회 제6기 증권·금융연수원 수료
△한국산업기술보호협회 산업보안국제전문가 양성과정 수료
(現) 대한변협 인권보고서간행소위원회 위원
(前) 고용노동부 자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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