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탄 두둑' 현대百, 제주면세점도 노린다... 신세계 셈법 복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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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탄 두둑' 현대百, 제주면세점도 노린다... 신세계 셈법 복잡
  • 이준영 기자
  • 승인 2020.08.14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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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이어 제주까지?... 현대免, 전방위 사업확장
2년만에 4곳... 향후 지방·세계공항 진출 거론
실적부진·임대료 부담.... 신세계免, 제주면세점 입찰 부담
사진= 이기륭 기자
사진= 이기륭 기자

현대백화점면세점의 사업확장 속도가 매섭다. 2018년 11월 강남면세점을 시작으로 지난해 두산타워 면세점을 오픈하며 강북에 진출하더니, 올해 인천공항면세점까지 나섰다. 여기 더해 이번엔 제주시내면세점 진출도 검토중으로 전해진다. 면세사업에 뛰어든지 2년만에 무려 4개 사업장 운영이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이르면 이달 공고가 나오는 제주 시내면세점에 기존 신세계 홀로 입찰에서 현대백화점면세점도 가세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이 제주시와 지역민심에 부딪혀 지지부진한 사이 현대백화점이 현대HCN을 매각한 자금을 바탕으로 제주 시내면세점 입찰에 뛰어들며 2파전이 예고된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10일 보세판매장 제도운영위원회를 열고 대기업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를 서울과 제주 각각 1곳으로 총 2개를 추가 허용키로 했다. 기재부는 "코로나19에 매출이 감소하는 등 신규 특허에 신중하자는 의견도 있었다"며 "코로나19 이후 면세점 시장 상황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고, 신규 사업자에 대한 진입장벽을 완화할 필요성 등을 고려했다"며 이번 신규 특허 허용 배경을 설명했다.

관세청은 기재부의 신규 특허 허용 방침에 따라 이르면 이달 중 특허 공고를 낼 예정이다. 이달 중으로 지역별 특허 신청 공고를 내면 특허심사위원회 심사를 거쳐 올해 12월쯤 최종 사업자가 선정된다.

2019년 11월1일 삼성동 무역센터점 현대백화점면세점 오픈식에 참석한 정지선 회장. 사진=이기륭 기자
2019년 11월1일 삼성동 무역센터점 현대백화점면세점 오픈식에 참석한 정지선 회장. 사진=이기륭 기자

현대백화점은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과감한 면세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업계는 현대백화점이 올해 2월 인천공항 제1터미널 DF7구역 사업권을 따낸데 이어 이번 공항 재입찰에도 적극 참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는 향수·화장품을 판매하는 DF2구역 참여가 유력하다는 분석이다.

코로나로 저점을 찍은 면세업계에 막대한 자금력을 보유한 현대백화점그룹이 면세사업 확장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업계 3강(롯데, 신라, 신세계)업체들이 실적 저조를 이유로 사업 확장에 주저하는 모습과 대비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백화점이 저점을 찍은 면세업계에서 HCN매각을 통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주요 사업권을 쓸어담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이번 제주시내면세점과 인천공항 제1터미널 재입찰뿐만 아니라 향후 주요 지방 공항과 세계 공항 면세점까지도 진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가 내년이면 사그러들 것으로 전망되고, 이후 면세사업이 다시 부활할 것을 내다보고 면세점 확장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제주 시내면세점 진출 관련 내부적으로 검토중"이라며 "아직 공고가 나오지 않아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의 제주시내면세점 진출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지자 시선은 신세계면세점으로 모인다.

신세계면세점은 앞서 제주 면세점 진출을 위해 지난해 제주시 연동 옛 뉴크라운호텔 부지를 580억원에 매입하기로 하고 계약금 등을 지급한바 있다. 하지만 신규특허가 미뤄지고, 지역 상인들의 반대로 매매계약을 파기하고, 위약금 20억원을 지급했었다.

더불어 신세계면세점은 인천공항공사 측과 2023년까지 계약기간이 남은 구역의 임대료를 협상중이다. 인천공항공사는 이달 6일 임대료 30%인하와 엽업요율 적용 등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지만 기존 계약자인 신세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임대료 50%감면 혜택이 종료되는 올해 9월부터는 월 300억원 가량의 임대료를 지급해야 하는 처지다. 

여기 더해 실적도 부진한 상황이라 자금여력도 여의치 않다. 신세계면세점은 올 2분기 37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작년 2분기보다 급격히 악화됐다. 면세점 매출은 시내면세점이 31%, 인천공항 등 공항면세점이 92% 줄면서 전년 동기 대비 59.6% 감소한 3107억원에 머물렀다. 재정악화로 제주 시내점 입찰 참여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반면,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올해 9월부터 영업을 시작하고, 3개월 동안 임시 운영기간으로 매출 연동제를 적용받아 여유가 있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제주 시내면세점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만큼 입찰 공고가 나오면 확인하고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재정 여유가 있는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유리한 점이 있다"며 "당연히 홀로 참여할 것으로 예상한 신세계면세점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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