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정위, 현대차 협력사 '서연이화' 약정CR 갑질도 덮었다 - 시장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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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공정위, 현대차 협력사 '서연이화' 약정CR 갑질도 덮었다"현대차 특유의 추가 단가인하"... 하도급法 제4조 2항 위반
불법 행위 명백한데도 심사보고서 내부서 쉬쉬하며 무마
업계 관계자 "공정위·대기업 손잡고 있는 건 삼척동자도 알아"

특혜 취업을 대가로 대기업들의 불법행위를 눈감아준 공정거래위원회가 현대·기아자동차 핵심 협력업체의 불공정하도급거래행위 사건을 무마(撫摩)한 정황이 드러나 파장이 예상된다.

'비리의 온상(溫床)'이라는 비판을 받는 공정위가 관련 불법행위를 인지하고도 내부 이권을 위해 사건을 덮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조사 당시 하도급법 위반 혐의가 명백하게 드러났지만 공정위는 해당 사건을 지난 2011년 심의종결(무혐의) 처리했다. 최근 구속된 정재찬(62) 전 위원장과 김학현(61) 전 부위원장이 공정위 수뇌부로 활동했던 시기와 맞물린다. 수개월 간의 조사를 통해 밝혀진 불법행위가 윗선의 압력에 의해 봐주기로 귀결됐다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다.

문제의 기업은 지난해 갑질 논란으로 여론의 도마에 올랐던 서연이화(舊 한일이화)다. 옛 한일이화는 1993년 현대차의 1등급 협력업체로 지정된 뒤 성장가도를 달렸다. 2013년부터 지주사 체제 전환을 준비, 2014년 몸집을 불리며 서연그룹으로 이름을 바꿨다. 지주사인 서연을 중심으로 서연이화, 서연인테크, 서연전자 등 50개 계열사로 이뤄져 있다. 모기업인 서연이화는 현대·기아차의 1차 벤더로 자동차용 실내부품을 납품하고 있다.

경기도 안양에 위치한 서연 R&D센터 전경. ⓒ시장경제 DB

#. '약정(約定)CR' 단가 후려치기 실태

<시장경제>가 입수한 공정거래위원회 내부 문건에 따르면, 서연이화는 2010년 부당 납품단가 인하 문제로 직권조사를 받았다.

공정위는 사건을 살펴보면서 서연이화가 경쟁입찰을 통해 8개의 최저낙찰자를 수급사업자로 선정하고 일정 기간에 걸쳐 약 1~3% 비율로 하도급단가를 인하하는 '약정(約定)CR' 조건을 붙이는 방식으로 하도금대금을 부당하게 결정한 사실을 적발했다. 단가 인하 약정을 사실상 강요하고, 경쟁입찰에서 낙찰된 최저 단가를 다시 인하했다는 것이다.

당시 공정위는 1차 벤더인 서연이화가 현대차그룹 특유의 '약정(約定)CR' 갑질 행위를 그대로 2차 벤더에 적용했다고 판단했다. 또한 이러한 행위로 인해 8개 수급사업자들이 최저가로 입찰한 금액보다 약 2억원 낮은 수준으로 하도급대금을 결정 받은 것을 확인했다. 명백한 법률 위반이었다.

※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

제4조 부당한 하도급대금의 결정금지(2010년 기준)

① 원사업자는 수급사업자에게 제조 등의 위탁을 하는 경우에 부당한 방법을 이용하여 목적물 등과 동종 또는 유사한 것에 대하여 통상 지급되는 대가보다 현저하게 낮은 수준으로 하도급대금을 결정(이하 ‘부당한 하도급대금의 결정’이라 한다)하거나 하도급받도록 강요하여서는 아니된다.

②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원사업자의 행위는 제1항의 규정에 의한 부당한 하도급대금의 결정으로 본다.

7. 경쟁입찰에 의하여 하도급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정당한 사유 없이 최저가로 입찰한 금액보다 낮은 금액으로 하도급대금을 결정하는 행위

#. "최저가 낙찰하고 또 다시 단가인하, 타당치 않아"

조사 과정에서 서연이화 측은 수급사업자들의 제안에 의한 자발적인 단가 인하였다고 주장했지만, 공정위는 이러한 입장은 정당한 이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내부 문건에 담긴 공정위의 판단은 다음과 같다.
피심인은 서연이화를 뜻한다.

(1) 경쟁입찰 해당 여부

피심인이 수급사업들을 선정하는 방법은 관련 수급사업자들에게 입찰을 통지, 참여한 수급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업체선정심의위원회에서 3개의 적격업체를 선정하여 가격경쟁입찰에 붙여, 여기서 제출된 견적금액 중 최저가격을 제출한 업체와 하도급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을 취하므로 경쟁입찰에 해당된다.

(2) 정당한 사유없이 최저가 입찰 금액보다 낮은 대금으로 하도급대금 결정했는지 여부

피심인은 <표3>에서 보는 바와 같이 수급사업자들이 최저가로 낙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약정CR(1∼3%)을 실행함으로써 당초 최저가보다 낮게 하도급대금을 결정하였다.

또한 아래와 같은 이유로 피심인이 원가절감방안에 따라 수급사업자들의 제안에 의한 자발적인 단가인하라는 주장을 정당한 이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불공정하도급거래행위 직권조사 당시 서연이화 측이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작성된 공정위 내부 문건 발췌. ⓒ조현준 디자이너

① 약정CR이란, 수급사업자가 특정부품의 경쟁입찰에 참여할 때 계약 후 약 3년에 걸쳐 단가를 인하하겠다는 약정을 동시에 하는 것으로, 이 약정CR을 입찰서에 기재하지 않으면 낙찰이 어려우므로 사실상 원사업자가 강제하는 것으로 판단되며, 피심인의 제조위탁을 받고자 하는 수급사업자들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일 뿐이고 자유로운 의사에 기인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② 경쟁입찰의 경우 참여자들이 수급사업자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치열한 원가절감 등을 통해 시장최저가를 제시하게 되므로 피심인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최저가를 제시한 업체를 수급사업자로 선정하고 이 금액으로 하도급대금을 결정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피심인은 거래상 열위에 있는 수급사업자들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최저가로 낙찰된 수급사업자들에게  약정CR이라는 명목으로 다시 지속적으로 단가를 인하하는 것은 수급사업자들에게 감내하기 어려운 부담을 주는 것으로 그 위법성이 크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자동차부품사업의 특성상 자동차부품라인을 이미 장착한 수급사업자는 원사업자의 요구가 지나치다고 해도 바로 거래선을 다른 곳으로 전환하기는 불가능하다(거래처 이전성이 없음). 따라서 피심인이 약정CR을 이용하여 실질적으로 최저 입찰가보다 낮은 금액으로 하도급대금을 결정한 것은 피심인의 수익성만을 제고하려는 일방적인 하도급대금 결정행위로서 그 타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된다.

③ 당사자 간에 금액을 자유롭게 조정하여 하도급대금을 결정하는 수의계약과 달리 최저가 낙찰방식의 경쟁입찰에서는 물량착오나 입찰자격에 대한 결격사유 등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최저가를 제시한 사업자와 당초 입찰한 금액으로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경쟁입찰의 취지에 부합하므로, 피심인이 최저가 낙찰업체에 또 다시 추가적인 단가인하를 요구하는 가격결정 방식은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된다. (공정위 심사보고서 中)

#. 과징금 책정, 위법성 드러나도... '쉬쉬' 윗선서 사건 무마

공정위 심사관는 이러한 판단을 토대로 서연이화가 경쟁입찰 방식으로 수급사업자를 선정하면서 정당한 사유 없이 최저가로 입찰한 금액보다 낮은 금액으로 하도급대금을 결정한 것은 하도급법 제4조 2항 7호를 위반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면서 산정 기준 하도급대금 1,399억8,200만원의 3%에 해당하는 기본과징금 41억9,946만원에 다수의 감경 가이드라인을 적용, 결과적으로 조정과징금 7억7,215만원을 책정했다. 과징금 부과점수는 56점이었다.

끝으로 공정위는 내부 문건에서 "피심인(서연이화)은 2009년도 매출액이 4,400억원에 이르는 현대자동차의 1차 대기업 수급사업자로, 수년 간 당기순이익이 흑자일 뿐만 아니라 재무상태가 양호함에도 하도급대금을 부당결정한 행위는 위법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심인의 상위 완성차업체인 현대·기아차가 피심인에 대해 동일하게 약정CR을 하기 때문에 그 부담을 피심인이 전부 흡수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아, 피심인의 수급사업자들에게 동일하게 약정CR을 강요한 것은 인정되나 위의 사유에 의해 조정과징금을 감경함이 없이 부과과징금으로 결정함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원청업체인 현대·기아차가 1차 벤더인 서연이화에게 약정CR을 강요하고 서연이화가 다시 2차 벤더 하청업체들에게 단가 인하를 적용했지만,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공정위 차원에서 이를 정당한 사유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완성된 심사보고서는 결국 공정위 내부의 숨은 벽을 넘지 못했다. 직권조사로 분명한 불법 행위가 확인됐음에도 윗선에서 사건을 쉬쉬 무마(撫摩)했다는 것이다.

현재 자동차 하도급업계에선 "예전에는 공정위가 왜 그렇게 사건을 덮는지 명확하게 이해 할 수 없었는데 최근 뉴스를 보니 이제야 상황을 알 것 같다"는 말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예나 지금이나 공정위와 대기업이 손을 잡고 있다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는데 재취업 문제는 빙산의 일각이 아니겠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관련 기사 :
[시경25시] 자동차업계의 적폐, '단가 후려치기' 먹이사슬>

최근 공정위 직원들의 불법 재취업 의혹을 놓고 전(前) 핵심 간부들이 줄줄이 검찰에 소환되고 있다. 공정위와 대기업 간의 거래라는 심각한 맹점(盲點)이 드러나면서 과거 간부들이 덮었던 대기업 불공정행위 관련 사건들을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공정위는 전직 간부들과 결탁한 대기업 문제와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취재진은 이번 의혹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8일 공정위 측 담당자와의 통화를 시도했지만 긴 침묵만 이어졌다. 서연이화도 굳게 입을 닫았다. 취재진은 반론권 보장을 위해 서연이화 측에 수차례 연락을 했지만 "담당자가 아니라 모르겠다", "연락처를 전달해드리겠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9일 오전까지 회신을 기다려봤지만 끝내 연락은 오지 않았다.      

 

오창균 기자  crack007@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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