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보복지시 파문③] 갑질 근절위해 '中企 카르텔' 허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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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보복지시 파문③] 갑질 근절위해 '中企 카르텔' 허용해야
  • 양원석 기자
  • 승인 2018.09.12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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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하청사 보복조치' 논란에... "재발방지" 법개정 목소리
하청사 간 '공동 대응' 현행법상 금지행위... "中企 예외 둬야"
독일 이미 도입 시행 중... 대기업 갑질 방지에 효과적
현대자동차가 협력사 대표 및 관계자들을 초청해 연 '2017 R&D 협력사 테크 페스티벌' 당시 모습 (본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사진=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 전 구매총괄본부장이 협력업체를 상대로, 현행법이 금지한 '보복행위'를 지시한 정황이 시장경제신문의 단독 보도를 통해 드러나면서, 유사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이른바 '중소기업 카르텔(smaller enterprise cartel)'을 예외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다. <관련기사 : [단독] "투서하면 하도급비 삭감"... 현대차, 하청사에 보복지시 파문>

현대차 보복지시 파문은, 2010년 당시 현대차 1차 협력업체 A사 OO팀 B부장이 현대차 구매총괄본부장의 지시를 받아, A사 소속 임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면서 불거졌다. B가 보낸 이메일의 내용은 이렇다.

“현대자동차 2·3차 협력사가 납품대금·권위남용 같은 형평성과 대우를 이유로 공정위에 많이 투서했기 때문에 실태 조사 차원에서 규모가 큰 업체를 (공정위가) 방문한다. (공정위로부터) 상기 관련 과징금이 부여될 경우, 책임과 연계된 (2·3차) 협력사는 해당 금액 만큼을 (납품 대금에서) 공제하라는 현대차 구매본부장의 지시가 있었다.”

위 이메일은 현대차 구매본부장이 납품단가 불공정 등 위법행위 실체를 '투서'했다는 이유로, 협력업체들에게 보복을 지시한 정황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사실이 <시장경제>의 취재를 통해 밝혀지면서 중소기업 관계자들과 시민단체에서는 근본적인 대안 마련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가운데 전문가들과 중소기업 관계자들의 폭 넓은 지지를 받는 대안이 '중소기업 카르텔(공동행위) 예외 허용' 제도다.

이 방안은 공정거래법이 금지하는 '공동행위'의 유형에 예외 규정을 신설해, 대기업 협력업체인 중소기업의 공동행위를 허용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제도가 도입될 경우, 납품단가 인하 등 핵심 사안에 있어 협력업체들의 공동 대응이 가능하다. 협력업체들의 협의체가 사실상 교섭력을 갖게 되는 효과가 있어, 지금처럼 대기업이 일방적으로 납품단가를 후려치기 어려워진다. 이 제도는 독일이 이미 도입해 시행 중이다.

전직 공정위 조사관 A씨는 “독일은 증소기업 카트텔 허용이 법에 규정돼 있다. 이 조항을 통해 중소기업들은 대기업과 협상권을 갖고, 납품단가 조정 등 민감한 현안에 대응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소기업 카르텔 제도를 도입한 독일은 원청이나 하청이나 근로자들의 임금 및 복지수준이 크게 다르지 않다. 당연히 대기업 갑질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카르텔' 도입 시도는 국내 업계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협동조합 중앙회는 이 제도 도입을 정부에 건의했다. 정치권도 이 제도의 법제화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5월, 중소기업 공동행위 예외 허용을 골자로 하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은 “현행법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업자의 공동행위를 금지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횡포에 맞서 공동행위를 하더라도 규제 대상이 된다”고 지적했다.

박용진 의원은 “중소기업 교섭권을 강화해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법률안 발의 배경을 밝혔다.

개정안은 중소기업이나 협동조합이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하도급대금 조정을 협의하거나,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성과공유제를 협의하는 경우, 예외적으로 공동행위를 허용토록 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사업자들이 가격을 공동으로 결정하거나 출고시기를 조절하는 등의 방법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19조 1항).

법이 금지하는 부당한 공동행위 혹은 담합행위는 ①가격의 결정·유지·변경 ② 거래조건 설정 ③ 거래 제한 ④ 시장 분할 ⑤ 설비 제한 ⑥ 상품의 종류·규격 제한 협정 ⑦ 영업의 주요부문 공동관리 ⑧ 입찰 담합 ⑨ 기타 다른 사업자의 영업활동 방해 등이다.

예를 들어 ▲세제 제조사들이 합의해 공장도 가격을 결정한 행위 ▲패스트푸드 사업자들이 무료로 제공하던 탄산음료 리필서비스를, 합의를 통해 일시 중단한 행위 ▲정유사들이 군납용 유류 입찰에 나설 때 미리 순번을 정해 낙찰자를 정하고, 나머지 업체는 들러리로 참여한 사건 등이 부당한 공동행위 혹은 담합행위에 해당한다.

물론 법이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공동행위도 있다.

산업합리화, 연구·기술 개발, 불황의 극복, 산업구조 조정, 거래조건 합리화 또는 중소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공동행위로 공정위의 인가를 받은 경우는 공동행위가 인정된다(공정거래법 19조 2항).

그러나 공동행위가 허용되는 범위가 너무 제한적이고, 요건이 까다로워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전문가들은 원청과 하청 사이 불공정 관행을 해결할 대안으로 바로 위 예외 규정을 주목하고 있다. 해당 규정을 개정해 '중소기업 카르텔'을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中企  공동행위'에 한해 그 요건도 대폭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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