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25시] 자동차업계의 적폐, '단가 후려치기' 먹이사슬 - 시장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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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25시] 자동차업계의 적폐, '단가 후려치기' 먹이사슬하청업체는 납품 할수록 손해, 대기업은 성과급 잔치
"이대로 가면 2~3차 업체들 얼마가지 못해 공멸할 것"
지난달 벡스코에서 열린 2018부산국제모터쇼(BIMOS 2018)의 한 장면. ⓒ시장경제 DB

경제사회의 고질적 병폐(病弊)로 꼽히는 대기업 갑질 논란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갑(甲)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막대한 이익을 챙겨가면서, 을(乙)에게는 부당한 거래를 강요하는 불평등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수백개의 하청업체들을 쥐어짜는 대기업들이 문제다. 자동차업계에선 그 커다란 규모 만큼이나 불공정의 고통을 호소하는 민원이 셀 수 없이 제기돼 왔다. 하청업체의 납품 단가를 부당하게 인하하고, 판매 대리점에 불공정 행위를 강요하는 관행은 이미 오래된 고질병으로 알려졌다. 특정 제조사와 부품사의 독과점 구조가 낳은 적폐로 인해 국산차의 경쟁력이 저해될 수 있다는 지적도 많았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자동차업계와 불공정 갑질을 떼어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지난 5월 "자동차 부품업계가 저성장 속에서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오랫동안 누적된 불공정 하도급 거래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여전히 문제를 바로잡지 못하고 있다. 한계치까지 허리띠를 졸라맨 하청업체 사이에선 "더 이상의 횡포를 견뎌낼 수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 하청업체 적자 상황 뻔히 알면서 후려치기

<시장경제>가 입수한 정부기관 문건에 따르면 자동차업계의 대기업은 1년에 한 차례 정기적으로 하청업체들을 점검하고 관리를 한다. 대기업은 신용회사에 위탁해 하청업체의 재무상태를 평가한다. 일정 체크리스트를 토대로 하청업체 공장을 살펴보기도 한다. 대기업은 하청업체가 계속 적자 상황인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정작 납품 단가에는 반영해 주지 않는다. 2008년부터 꾸준히 적자를 기록한 하청업체에 대해서도 대기업은 부당 거래를 강요한다.     

대기업은 1차 벤더의 영업이익률 2% 이내에서 단가를 결정한다. 상대적으로 하청업체들은 이렇다 할 이익을 가져갈 수 없다. 이름만 대면 초등학생도 알 만한 A 자동차 회사와 거래하다가 자본 잠식(Impaired capital)까지 당한 하청업체가 최후의 선택으로 거래 라인을 B 자동차 회사로 옮긴 사례도 있다. 해당 하청업체 관계자는 "(거래 규모는 크게 줄었지만) 그래도 지금이 천국 같다"고 표현했다.

#. 깎고 안주고... 외국 기업과 다른 한국 자동차기업 

1차 벤더는 하나에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빠레트(Pallet·운반대)를 자체 비용으로 거의 매년 새로 제작한다. 자동화율이 90%인 대기업의 자동차 사양이 변경되면 생산라인도 수정되기 때문에 공정에 맞춰 빠레트를 새로 제작한다는 것이다. 부담은 모두 하청업체의 몫이다. 샘플(시제품) 제작 비용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외국계 자동차 회사의 경우 샘플 비용을 양산가의 5배 정도로 계산해서 지급하고 있지만 한국 대기업은 그렇지 않다.

매년 시행되는 강제적 CR(단가인하)은 갑질의 대표적인 케이스다. 대기업 의존도가 높은 하청업체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서 단가인하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 매년 대출을 받아 꾸역꾸역 공장을 운영하는 실정이다. 대기업은 매년 경쟁입찰을 통해 하도급단가를 낮추고 있다. 끊임 없이 압박을 받는 하청업체는 양질의 근로자를 내보내고 외국인 노동자를 쓸 수 밖에 없다. 모든 물가는 상승하는데 대기업은 10년 전 품목에 대해서도 단가인하를 강행한다.

#. 이익 남아도는 대기업, 푹푹 한숨 쉬는 하청업체  

대기업이 원재료비 인상을 제대로 반영해주지 않아 많은 손실을 본 하청업체도 있다. 2차 협력사의 천연고무 원재료비 구매단가는 5,200원이지만 대기업은 표준가를 2,531원으로 책정한 뒤 요지부동이다. 하청업체 입장에서는 납품을 할수록 이익이 줄어든다. 월급날이 오면 하청업체 대표는 땅이 꺼질 듯 한숨을 내쉰다. 반면 대기업은 이익이 남아돌아 직원들에게 성과급까지 지급한다.

자동차업계의 문제점을 심층 조사한 정부 관계자는 "현재 방식으론 자동차업계 2~3차 업체들은 얼마 가지 못해 공멸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대기업들은 매년 천문학적인 영업이익을 내면서 중소기업의 생존환경을 붕괴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바뀔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김상조 위원장이 이끄는 공정위도 1년이 넘도록 변화하지 않고 있다. 하청업체들은 "대기업과 공정위는 한통속"이라고 맹비난을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자동차업계 대기업의 대부분은 생산실적으로 월마감(Monthly closing date)하기 때문에 하청업체는 실질적 납품수량으로 결제를 받지 못한다. 또한 대기업은 클레임 비용까지 감안해 차량 가격을 결정하지만, 실제 클레임이 발생하면 모든 책임과 비용을 하청업체에 떠넘긴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모든 물가가 폭등하고 있지만 가격인하의 부담은 고스란히 3~4차 협력업체가 떠안아야 한다. 일부 20인 미만 소규모 부품업체들은 문 닫을 날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오창균 기자  crack007@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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