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25시] 등골 오싹한 대기업 갑질 수법 '대해부' - 시장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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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25시] 등골 오싹한 대기업 갑질 수법 '대해부'기상천외한 갑질에 눈 뜨고 코 베이는 하도급업체들
공돈 버는 원청업체, 클레임 비용까지 감당하는 乙
노조도 하도급업체에 인원 감축 등 원가절감 강제
  • 김흥수, 오창균 기자
  • 승인 2018.07.06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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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12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국회에서 중소기업인·소상공인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는 모습.

경제사회의 고질적 병폐(病弊)로 꼽히는 '대기업 갑질' 논란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갑(甲)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막대한 이익을 챙겨가면서, 을(乙)에게는 부당한 비용을 강요하는 불평등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상황은 1년 전과 별반 다르지 않다. 대기업은 여전히 기세등등하다. 정부는 여느 때와 같이 솜방망이 처벌을 내린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할 것이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던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는 어느 샌가 잊혀지고 있었다.

중소기업은 이 시간에도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제 대기업이 무섭다 못해 오싹하기까지 하다"고 중소기업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이름만 대면 초등학생도 알 만한 자동차 회사 A가 있다. 이 회사는 협력사인 B사에게 하도급을 맡기면서 부품의 원자재인 알루미늄을 공급해줬다. 이른바 '원자재 사급'으로 공급가격은 하도급 단가의 80% 수준이었다. *사급이란 모기업에서 자재를 일괄 구매해 자기업에 공급하는 것을 말한다.

대부분의 부품협력사들은 하도급 단가의 65~70% 수준에서 원자재를 수급한다. B사는 수급비용이 너무 비쌌지만 하도급업체인 까닭에 군소리 한마디 못하고 원자재를 공급받아야 했다. 원청업체의 전형적인 하도급 갑질인 셈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B사가 부품을 제조하고 남은 알루미늄 조각들(고철)도 A사에서 모두 회수해 갔다. 물론 고철값은 전혀 지불하지 않는다. "이쯤 되면 약탈이라는 표현이 지나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 정부기관 내부 문건 살펴보니… '충격적 실태'

자동차 업계 외에도 건설·유통·전자 등 업종 곳곳에서 원청업체의 갑질이 판을 친다. 한 정부기관 관계자가 내부에 보고한 대기업들의 갑질 사례와 수법을 살펴보니 기상천외한 수준이었다. 다양한 방식으로 하도급대금이나 납품단가를 부당하게 감액해 중소기업을 울리는 수법들이 존재했다. <시장경제신문> 취재진이 문제의 보고서를 입수해 핵심 내용을 추려봤다.

휴대전화 제작업체인 C사는 직원들의 인센티브 지급방식을 통해 납품단가를 후려치는 갑질을 행하고 있다.

①하도급업체 관리직원들의 인센티브를 납품단가 인하폭에 연동시킨다. ②담당 직원들은 인센티브를 더 받기 위해 하도급 쥐어짜기를 멈추지 않는다. ③해당 직원의 연봉협상에도 하도급대금 인하폭을 반영하기 때문에 매년 협상시즌이 도래하면 하청업체들은 눈물을 흘리게 된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원청업체와 하도급업체 간 임률(시간당 임금) 인정액 차이가 5배에 달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하도급업체에서 납품한 제품에 불량이 발생했을 때다. 하도급업체에 지불할 납품대금에서 불량품에 대한 공제를 할 때, 원청업체 노동자 기준의 임률로 공제를 해 버린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제품을 제작할 때의 5배에 달하는 인건비를 제하는 셈이다.

많은 원청업체들은 매년 신용평가회사에 위탁해 하도급업체의 재무상태를 꼼꼼하게 파악하기도 한다. 이렇게 파악된 재무상태는 납품단가 후려치기에 반영된다. 자동차업계의 경우 하도급업체의 영업이익율이 2%를 절대 넘기지 못하도록 납품단가를 결정한다. 반대로 하도급업체가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도 납품단가 인상은 없다. 하도급업체는 원청업체가 얼마나 이익을 남기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납품단가 후려치기'는 주기적으로 진행되는 CR(납품단가 인하조정)에서 최고조에 달한다. 약정 CR품목은 30~50%에 달한다. 압권은 사급하는 원자재와 부품을 무조건 CR에서 제외한다는 것이었다.

#. 오랜 관행이라며 하도급업체 등골 빼먹는 대기업

납품할 제품의 샘플제작비를 후려치는 것은 자동차업계의 오랜 관행이다. 해외 자동차업계의 경우 샘플제작비는 양산가의 5배 수준에서 지급하지만, 국내에서는 양산가의 3배 이내에서 지급한다. 상당한 차이다. "3배는 그나마 나은 편"이라며 한숨을 내쉬는 이가 많다. 샘플제작비를 양산가와 똑같이 지급하는 일이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A/S 부품단가 후려치기도 비슷한 사례로 꼽힌다. A/S부품은 제작공정상 제조원가가 양산단가보다 비쌀 수 밖에 없으나 원청업체는 양산단가만 지급한다. 눈 뜨고 코 베이는 격이다.

원청업체는 소비자가격을 책정할 때 클레임(claim) 비용까지 포함한다. 그러나 실제 클레임이 들어오면 모든 비용을 하도급업체가 변상하도록 한다. 클레임이 발생하지 않으면 원청업체는 공돈을 벌고, 문제가 발생하면 모든 책임은 하도급업체가 지게 된다.

하도급대금 늑장 지급은 다반사로 벌어지는 원청업체의 갑질이다. 심지어는 사채업자와 똑같은 수법으로 갑질을 하기도 한다. 발행일자가 공란인 세금계산서를 요구하는 행태는 돈을 빌려주면서 차용증의 날짜를 공란으로 받는 사채업자의 전형적인 수법이다.

원자재비 인상으로 인해 납품단가를 인상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발생해도 절대 반영하지 않는다. 모든 단가 인상요인은 하도급업체의 부담으로 돌린다.

#. '허허허' 허탈한 웃음만 나오는 가맹유통 분야 갑질

가맹유통 분야의 갑질에는 기상천외한 방식이 사용된다. 프렌차이즈 본사는 상권이 좋거나 실적이 좋은 대리점(가맹점)주에게 구두로 좋은 조건을 내걸고 시설확대를 요구한다. 대리점주는 구두약속을 믿고, 빚을 내서 시설투자를 한다. 하지만 구두약속은 지켜지지 않는다. 결국 빚을 내서 시설투자를 했던 대리점주는 폐업을 하게 된다. 이후 본사는 대리점을 인수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많은 하도급업체 사장들은 대기업의 전자입찰제도에 대해 불만을 표시한다. 하도급업체가 전혀 이익을 낼 수 없도록 예정가격을 책정하기 때문이다. "실질적인 공정거래도 되지 않고 상생의 정신도 없는 것이 공기업과 대기업의 전자입찰제도"라는 비난이 쏟아진다.

하도급단가 인상요청 행위는 자살행위에 가깝다는 의견이 많다. 단가인상요청 공문을 발송하면 바로 거래처를 교체해버리기 일쑤다. 이로 인해 지난 5월, 천안의 한 자동차 부품회사 대표가 목숨까지 버리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자동차업계의 하도급업체들은 원청업체의 노동조합에도 불만을 내비친다. 원청업체는 노조에 위축돼 원가절감 노력을 하지 않으면서, 하도급업체에게만 인원 감축 등 원가절감을 강제한다는 것이다.

하도급업체도 부가가치가 발생해야 재투자를 해서 시설합리화, 품질향상 등을 통한 원가절감을 할 수 있다. 특히 제조업 분야는 재투자가 꾸준하게 이뤄져야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어느 순간 도태되기 마련이다. 원청 갑질을 경험했던 하도급업체들은 이구동성으로 "상생협력은 허울뿐이고 갑·을 간 주종관계는 날로 심화되고 있다"고 말한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해 12월 중소기업·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열린 국회 강연에서 "대·중소기업 간 힘의 불균형으로 인한 불공정한 거래조건에서 파생되는 성과의 편향적 배분이 우리 경제의 양극화를 심화시켰다"고 언급했다. 해당 문제점을 지적한 김상조 위원장은 이어 "하도급거래의 전(全) 과정에서 중소기업에 힘을 보태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앞서 말했 듯 상황은 전혀 달라지지 않고 있다. 김상조 위원장의 발언들과 관련해 허울 뿐인 구호라는 비판이 많다. 취재진이 만난 한 하도급업체 대표는 한숨을 몰아 쉬면서 "높은 분들의 상생이니 공생이니 하는 소리는 허공에 메아리칠 뿐, 밑에서 일감 얻어 일하는 하도급 업체들은 그날 그날 연명하기도 벅찬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후 그의 눈에선 하염 없이 눈물이 흘러나왔다. 많은 국민들이 원했던 촛불 정권이 들어섰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도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중소기업의 눈물은 여전히 마르지 않고 있다.

김흥수, 오창균 기자  hskim@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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