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가 후려치기 주범은 현대차"... 원청사 지목한 공정위 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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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가 후려치기 주범은 현대차"... 원청사 지목한 공정위 문건
  • 오창균 기자
  • 승인 2018.08.16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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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심사보고서 "현대차 약정CR로 2차벤더까지 피해"
"계열사 이익은 안정적, 전속 하청업체는 좀비기업화 우려"
@시장경제 DB

에쿠스·그랜저·아반떼 차량 화재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현대자동차가 하청업체들에게 지급할 하도급대금을 '약정(約定)CR' 방식으로 부당하게 인하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휩싸였다. 공정위 내부 보고서에 이런 정황이 담긴 심사의견이 확인돼 논란이 예상된다.

'약정(約定)CR'이란 특정 부품에 대한 최저가 경쟁입찰을 시키고 하청업체와 계약한 뒤에도 일정 기간에 걸쳐 단가를 후려치는 약정 조건을 뜻한다. 

이는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 제4조 2항 7호를 명백히 위반하는 불공정행위다. 하지만 하청업체들은 이러한 약정을 입찰서에 기재하지 않으면 낙찰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생협력(相生協力)'에 역행하는 사실상의 강제행위인 셈이다. 

현대차그룹 전속 하청업체의 영업이익률은 최근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 들어 영업이익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진 업체들도 눈에 띄었다. 반면 현대차와 현대차 계열사의 최근 7년 영업이익률은 6~9%대로 안정권을 유지했다. 전문가들은 "현대차그룹이 만연한 불공정행위를 하루빨리 바로잡지 않는다면 업계 구조가 무너지는 대혼란이 찾아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제공

<시장경제>가 입수한 공정위 내부 문건에 따르면 현대·기아차의 1차 벤더인 서연이화(구 한일이화)는 2010년 부당 납품단가 인하 문제로 직권조사를 받았다. 공정위는 당시 사건을 살펴보면서 서연이화가 경쟁입찰을 통해 8개의 최저낙찰자를 수급사업자로 선정하고 일정 기간에 걸쳐 약 1~3% 비율로 하도급단가를 인하하는 '약정(約定)CR' 조건을 붙이는 방식으로 하도금대금을 부당하게 결정한 사실을 적발했다. 
<관련기사 : [단독] 공정위, 현대차 협력사 '서연이화' 약정CR 갑질도 덮었다>

문제는 이러한 '약정(約定)CR' 단가 인하가 현대·기아차에서 비롯됐다는 점이다. 공정위는 1차 벤더인 서연이화가 현대차그룹 특유의 '약정(約定)CR' 행위를 그대로 2차 벤더에 적용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심사보고서에서 "피심인(서연이화)의 상위 완성차업체인 현대·기아차가 피심인에 대해 동일하게 약정CR을 하기 때문에 그 부담을 피심인이 전부 흡수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아 피심인의 수급사업자들에게 동일하게 약정CR을 강요한 것은 인정된다"고 적시했다. '약정(約定)CR' 1차 벤더의 갑질 원인은 원청업체인 현대·기아차라고 지목한 것이다.

사실 현대·기아차의 불공정행위는 정부 차원 문제로도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 4월 30일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가 공동 개최한 하도급 거래질서 확립 토론회에선 대기업의 하도급 불공정거래가 혁신성장의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제공

'자동차산업 하도급 거래실태'를 발제한 이항구 한국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불공정 하도급거래는 대기업의 납품단가 인하와 비합리적인 원가계산으로 수탁기업 근로자의 낮은 임금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항구 선임연구위원은 "하도급거래는 자동차산업을 포함한 주력산업 전반에 걸쳐 고착화돼 있는데 그 중심에는 전속거래가 존재하며 하청업체가 매출액 80% 이상을 모기업에 의존할 정도로 수직계열화 구조를 갖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속거래는 대기업이 중소협력사에 다른 경쟁사와 거래하지 못하도록 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관행을 말한다. 업계 내에선 전속(專屬)이라고 쓰고 종속(從屬)이라고 읽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들 하청업체들은 위탁 대기업에 '거래 계약기간 중 납품단가 인하 금지', '원자재 가격 상승분의 납품단가 반영'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렇다할 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제공

이항구 선임연구위원은 "현대차와 현대차 계열사는 최근 7년 간 영업이익률 6~9%를 유지했지만 전속 협력업체는 2010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2016년에는 3% 수준까지 내려앉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는 부품업체 영업이익률이 완성차업체를 웃도는 세계적 추세와 상반된다"고 부연했다. 해외 자동차기업들과 달리 불공정 하도급거래를 일삼는 현대차그룹의 문제점을 꼬집은 셈이다. 

이어 "원청이 하청업체 원가 임률까지 정하는 잘못된 원가계산 탓에 임금격차까지 발생하고 전속적 관행으로 인해 대기업과 하청업체 간 임금격차가 1차 협력업체에서 2~3차로 내려갈수록 더욱 벌어진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낮은 임금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작업환경과 함께 부품업체의 생산성과 수익성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항구 선임연구위원은 10일 시장경제 취재진과의 통화에서도 "조사 결과 국내 현대·기아차 관련 전속 협력업체 약 500개 중 20% 정도가 최근 적자를 내고 있어 향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만약 현대·기아차의 부진이 지속될 경우 2~3년 내에 2차 협력업체들이 좀비기업으로 전락해 줄줄이 도산하는 (독과점) 하도급 구조의 붕괴가 일어날 수 있는데도 미국의 선제적 대응과는 달리 국내에선 안일한 접근이 이어지고 있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취재진은 '약정(約定)CR' 단가 인하에 대한 입장과 반론을 듣기 위해 현대차 홍보실 관계자에게 10일 연락을 취했지만 "확인 후 연락드리겠다"고 한 이후 3일이 지나도 답변은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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