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업체 단체 만들자"... 현대차 성토장 된 국회 공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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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업체 단체 만들자"... 현대차 성토장 된 국회 공청회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8.09.13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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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산업 제도개선 공정회'... 현대차 '갑질 성토' 봇물
하청업체 피해 협의회 대표 "우린 현대차의 노비였다"
완성차 갑질 방지위해 '中企카르텔 허용' 法개정 목소리

"현대차 하청업체는 노비 인생을 살고 있다." -한국 자동차산업 중소협력업체 피해자 협의회 손정우 대표.

“현대차는 부품 단가 후려치기로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박상인 재벌개혁위원장.

“(교섭력을 가진) 하청업체 단체를 만들어 법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서보건 변호사.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이 지난 6일 국회에서 주최한 ‘자동차산업 중소협력업체 보호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 모색 공청회’는 현대차 갑질 논란 성토대회를 방불케 했다.

일선 하청업체의 폭로, 충격적인 갑질 실태에 깜짝 놀란 국회의원, 하청업체들의 단체체교섭이 필요하다는 법률가들, 불똥을 차단하려는 듯 슬며시 토론을 피하는 공정거래위원회까지, 공청회 주제는 ‘자동차’였지만 손가락은 ‘현대차’와 ‘공정위’를 가리켰다.

특히 공청회에 참석한 서보건 변호사는 중소협력업체들이 대기업의 횡포에 맞서 실질적인 협상력을 갖도록 법률·제도적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변호사의 조언은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중소협력업체들의 카르텔(공동행위)를 예외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중소기업계의 지적과 맞물려, 다가올 국정감사에서 주요 현안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한국 자동차 산업 중소협력업체 피해자 협의회 손정우 대표(전 태광공업 대표)는 ‘한국 자동차산업 중소협력업체의 숨겨진 진실’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하면서 하청업체들이 직접 당했다는 갑질 사례를 구체적으로 폭로했다.

한국 자동차 산업 중소협력업체 피해자 협의회 손정우 대표(전 태광공업 대표)

협의회 대표를 맡고 있는 손정우 씨는 태광공업의 전 대표다. 태광공업은 현대차 2차 협력사였다. 손정우 씨는 "현대차와 1차 협력사인 서연이화의 갑질로 회사가 넘어갔고, 회사를 넘기는 과정에서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 자동차산업 중소협력업체 피해자 협의회에는 현대차 전 협력업체 대표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현대차와 1차 협력업체로부터 갑질을 당했고, 이로 인해 회사를 잃어버렸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협의회에 따르면, 현대차 및 1차 협력사로부터 갑질 피해를 입은 이들이 참여 의사를 속속 밝히고 있다고 한다.

손 대표는 이날 현대차가 ‘직 서열’(JIS: Just In Sequence)이라는 방식으로 갑질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직 서열’이란 고객이 주문을 하면 생산에 들어가는 방식이다. 부품이 ‘제때’ 공급되면 현대차는 부품 재고를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다. 문제는 이 방식이 오로지 현대차 이익만을 생각한 방식이라는 것이다.

손 대표는 “사출기 고장, 금형 사고, 제품 불량, 원재료 부자재 불량, 기상악화 등 예측 가능하지 않은 위험이 발생해 제때 공급하지 못하면 과도한 패널티를 맞는다”며 “부품을 제때 공급하지 못하면 현대차 울산 공장은 분당 100만원 씩 적자를 보는 구조다. 한 시간이면 6천만원, 하루 12억원, 결품 나면 5공장 60억원으로 중소기업 그냥 날아간다. 언제 내려올지 모르는 오더를 위해 우리는 1~2일 이상의 안전재고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현대차의 하청업체는 생산만 해야 하는 좀비"라고 표현했다.

손 대표는 “최근 법원에서 자동차 협력사들을 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고 판결했는데, (현대차가) 가격을 정해주고 원재료도 정해준다. 하청업체가 할 수 있는 건 생산 밖에 없다. (강제단가인하 표를 보여주며) 서연이화 전 품목 5%, 4%, 4%, 아반떼 5%, 코나 6%, 6%, 6%라고 적힌 종이가 날라온다. 강제 단가 인하다. 우리는 여기에 사인만 해서 다시 준다. 이게 자율적인 제출인가? 이게 독점인가? 그런데 법원은 ‘독점’이라고 판결했다. 공정위는 신고하면 1년 넘게 끌며 조사 제대로 안 한다”며 법원과 공정위를 비판했다.

경실련 박상인 재벌개혁위원장은 현대차가 하청 부품 단가를 후려쳐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폭스바겐과 현대차의 ‘매출액 대비 부품원가 이익’을 분석한 보고서(민주노총)를 보면 현대차가 폭스바겐에 비해 매출 대비 납품단가에서 10%p 정도 이점이 있다. 현대차가 지금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잘 나갔던 이유가 바로 ‘단가 후려치기’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단가 후려치기 비용은 1차 협력사와 2차 협력사에 전가되고 있다. 최근 현대차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하청업체 단가 후려치기는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장 상황이 어려워지면 현대차는 더 심한 단가인하를 하게 된다. 그러면 현대차와 일할 기업은 계속 사라진다. 결국에는 국가 경제 위기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경실련 박상인 재벌개혁위원장

서보건 변호사(법무법인 태서)는 완성차업계의 부품 갑질을 막기 위해서는 하청업체들을 ‘단체화’해야 한다는 제도적 방안을 내놓았다.

서 변호사는 “산업별로 전속협력업체 중 일정 규모 이하의 중소 업체들이 독자적으로 조직을 갖춰 단체를 설립할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한다. 공정위에 익명신고제도가 있지만 하청업체들은 여전히 보복이 두려워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청업체 단체 설립은 ‘현대차 대 부품업체’ 단체 교섭으로 이어질 수 있어 현대차 입장에서는 가장 싫어하는 개선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서 변호사의 제안은 이른바 '중소기업 카르텔' 법제화와 연관돼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하다.

납품단가 조정, 계약 조건 변경 등 협력업체들의 생존과 직결된 현안에 있어, 예외적으로 중소협력업체의 공동행위를 허용해, 이들이 대기업과의 협상에서 '교섭력'을 갖도록 만들자는 것이 이 제도의 취지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사업자의 공동행위 또는 담합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법 19조1항). 사업자의 공동행위가 시장질서를 교란하고, 소수의 사업자가 시장을 지배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 이유다.

다만 공정거래법은 산업합리화, 연구·개발, 중소기업 경쟁력 회복 등 예외적인 경우 공정위의 사전 인가를 조건으로 공동행위를 허용하고 있다(법 19조 2항).

그러나 대기업 협력업체들의 경우, 위 예외 규정의 적용을 받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오히려 2차, 3차 중소협력업체가 대기업의 단가 후려치기에 맞서 공동대응을 한다면, 공정거래법을 위반하게 되는 모순이 벌어진다.

때문에 예외적으로 '중기 카르텔(공동행위)'을 제한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지난해 5월, '중소기업 공동행위 예외적 허용'을 골자로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서보건 변호사(법무법인 태서)

한편, 이번 공청회에는 공정위 관계자도 참석해 하청업체들을 기대케 했다. 하지만 토론 내내 ‘자동차 부품’과 크게 관련 없는 ‘기술유출’과 ‘공정거래’ 주제로 이야기 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토론이 끝난 후에도 ‘현대차 등 완성차 업계가 하청업체에 서면미교부 시 녹취록은 증거로 채택하느냐’, ‘왜 부품 갑질 토론에서 계속 기술 유출만 강조하느냐’. ‘왜 자동차업계나 현대차 갑질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지만 공정위 관계자는 “개별 사안에 대해서는 여기서 말할 수 없다”며 말끝을 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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